부산지하철 미화원 노동자들이 바뀌기 시작한 건 7년 전이다. 그 전에도 노동조합이 있기는 했지만 미화원 노조의 활동이 본격화 되기 시작한 건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서비스지부로 편입되면서부터다.

 



  

그러나 당시의 변화엔 한계가 있었다. 스스로 상황을 돌파하면서 만든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비스지부의 출범은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의 비정규직사업에 힘입은 바가 컸다. 미화원 노조 자체의 투쟁력이나 조직력은 아직 탄탄하지 못했다.


 

 

 

정규직 노조와 함께 한다는 기대가 컸지만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낀 용역업체의 견제도 심했다. 서비스지부의 투쟁에 대한 사측(용역업체)의 압박이 점점 세어졌고 이를 견디지 못한 미화원들이 노조를 탈퇴했다. 그때문에 조합원 가입자 수가 서비스지부 출범 때보다 오히려 줄어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소득이 없지 않았다. 서비스지부가 단련되었다. 미화원 노동자들의 처우가 일부 개선되면서 조합의 필요성을 조합원들 스스로 깨닫게 되었고 여러 투쟁을 겪으면서 서비스지부에 맞는 운영과 투쟁 방식도 터득했다.


 



서비스지부가 처음으로 자신들의 힘을 실감한 것은 선거였다. 부산에서 가장 크고 활발한 노조라는 부산지하철노동조합위원장을 뽑는데 자신들의 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위원장 선거는 보통 100표 내의 차이로 결정되는데 서비스지부 조합원은 300명이 넘었다. 표를 얻기위해 고개 숙이는 정규직 노조위원장 후보들을 보고서야 자신들이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서비스지부가 그냥 노조에 곁불이나 쬐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그간의 단련과 자각이 힘을 발휘하면서 서비스지부는 지난 투쟁에서 몇차례의 승리를 거두었다. 그중에서 출퇴근 차비 확보 투쟁에서의 승리는 조합원들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준 쾌거였다. 

 

지난해까지 미화원들은 지하철에 출퇴근하면서 차비를 내고 다녔다. 만약 차비를 내지 않고 출퇴근하다 발각되면 일반인처럼 30배의 과태료를 물어야 했다. 돈이 아니라 자존심의 문제였다. 자신이 일하는 작업장에 돈을 내고 다니는 것에 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은 서러움마저 느꼈다. 지난 12월 서비스지부의 출퇴근 차비 확보 투쟁이 전국적 이슈화에 성공하면서 이 문제는 즉각 해결되었다.

 

부산지하철 미화원 31년만에 출퇴근용 승차권 받는다

 

 


 

이제 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은 예전의 그 조합원들이 아니다. 선거를 통해, 투쟁을 통해 자신들에게 힘이 있다는 것과 그 힘을 쓰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7년 동안 이어져온 사측의 탄압에도 단련되었다. 



 

 

한마디로 '의식화'된 것이다. 주어진대로 생각하고 시키는대로 따르면 그대로지만 의식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면 자신의 노동조건과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의식화된 미화원 노동자들은 이제 거칠 것이 없다. 힘이 없는 게 아니었다. 힘이 있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자신들에게 힘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힘을 쓰면 된다.

 


부산과 대구를 제외하고 다른 지하철은 정부 권고대로 미화원들에게 시중노임단가를 주고 있다. 최저임금 시급은 6천원대이고 시중노임단가는 8천원대다.


 

부산지하철 미화원들은 최저임금만을 받는다. 그 이상 절대 넘지 않는다. 고로 부산지하철 미화원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건 최저임금위원회다.

 

이게 얼마나 모욕적인 상황인가? 부산지하철 사측은 미화원들의 적정임금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은 것이다. 이건 부산지하철 미화원들은 최저임금을 받아도 당연하다는 말과 다름없다. 최저임금은 법적 하한선이지 적정임금이 아닌데 말이다. 

 

 



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은 서울, 인천, 광주가 시중노임단가를 받는데 자신들은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이유를 안다. 그건 노사의 문제를 벗어난 정치의 문제다. 부산지하철만을 상대해선 결코 풀릴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부산시 민원실에 들어서는 서비스지부 조합원


 

자신들에게 힘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의식화된 서비스지부 조합원들에게 이제 넘어서지 못할 벽은 없다. 지부장은 부산시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조합원들은 시내 곳곳에서 일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50대 이상의 아주머니가 대부분인 서비스지부 조합원이 부산 곳곳에서 만드는 일인시위 모습은 부산시민에겐 낯선 풍경이다. 눈길을 돌리게 하는 그 낯선 풍경이 또 다른 의식화의 씨를 심어주게 될 수 있다. 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의 의식화는 그래서 그 어떤 의식화보다 가치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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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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