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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침대를 치우자고 합니다. 얼마전부터 허리가 자주 쑤신다는 말을 하길래 병원에 가보라니까 그전에 침대를 한번 치워보겠다고 합니다. 오래된 침대는 매트리스가 약해져 허리에 무리를 준다고 합니다. 지금 쓰는 게 신혼 때 산 9년 된 침대인데 허리에 무리를 줄만한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막상 침대를 버리자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9년 동안 정이든 멀쩡한 침대를 갑자기 버리자니 영 내키지 않았습니다. 누구 줄데도 없냐니까 이렇게 오래 쓴 큰 침대를 누굴 주냐며 아내가 타박합니다. 결국 마음 모질게 먹고 침대를 버리기로 했습니다.

저도 침대에 약간 불만이 있었습니다. 밤에 침대 위에서 운동을 하면 소리가 났습니다. 작은 소리지만 참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걸 떠올리니 침대를 버려야겠다는 마음이 굳혀졌습니다. 




  우리집 침대입니다. 9년 동안 이사를 4번 따라다닌 놈입니다. 결혼 전엔 침대생활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신혼 준비할 때 침대 없이 살면 안되겠냐 제안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침대생활도 편한 게 있더군요. 특히 저처럼 이불 개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침대 위에 막 올려 생활하는 게 참 편했습니다.

매트리스를 버리고나서야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려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기위해 다시 매트리스를 들어 침대 위에 놓을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았습니다. 투철하지 못한 블로거정신.

관계자의 요청으로 사진을 좀 더 작게 처리했습니다




매트리스 받침대를 들어내자 드러난 이 참상. 한 8개월 정도 손 안된 침대 밑입니다. 저런 걸 쑤셔놓고 살고있습니다. 저 지저분한 것들 하나하나 설명드릴까요?

통 4개 중에 맨 아래 오른 쪽에 있는 건 여행 등을 다니면서 모은 지도나 자료들입니다. 바로 위에 있는 종이상자엔 블로깅을 하면서 모은 옛날 책자 등의 자료가 들어있습니다. 저 자료로 블로깅 처음 할 때 재미 좀 봤습니다. 옛날 가요책 안에 옛 연예인들 모습 등을 올리니 반응이 대단했습니다.

그 옆의 귤상자는 딸아이 것입니다. 연필과 지가 좋아하는 종이 쪼가리를 모아놓고 있습니다. 예전에 소중해 하더니 언제부터 찾지않아 그냥 침대 밑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그 아래 투명한 작은 상자는 각종 전선과 잭을 모아둔 겁니다. 저건 유용하게 잘 썼습니다. 항상 핸드폰 충전기나 컴퓨터 연결 잭 등을 찾다가 볼일 다보곤 했는데 저렇게 모아놓으니 헤멜 일이 없어졌습니다.

침대 위의 끝 부분에 수첩 두개가 떨어져 있는 게 보이실 겁니다. 그리고 주변에 볼펜도 보입니다. 수첩과 볼펜이 저 위치에 몰려 있는 건 저기가 침대의 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침대 옆에 볼펜과 수첩을 옆에 두고 자다 블로깅 소재가 떠오르면 바로 적습니다. 예전엔 자다가 기발한 게 많이 떠올랐는데 요즘은 그냥 잠만 잡니다. 





침대를 버리고 난 후 안방 모습입니다. 시원해 보이는 게 방이 훨씬 넓어진 느낌입니다. 요를 두개 깐 건 이날 애들과 같이 자기 위해서입니다. 

간혹 아이들이 엄마 아빠랑 같이 자고 싶다고 합니다. 저도 귀여운 녀석들 한번씩 품에 안고 자고 싶습니다. 그런데 침대에서 4명이 자려니 너무 불편합니다. 그래서 자다보면 아내는 꼭 딸의 방에 가 있습니다. 두 녀석의 몸부림 때문에 잠을 자질 못한 겁니다. 한번 자면 아침에 깨는 저도 중간에 몇번 잠이 깨질 정도로 애들 몸부림이 장난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사랑스러워도 불편해서 잘 수가 없습니다.

침대를 버리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날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잤음에도 불구하고 안방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저도 아이들 몸부림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엄마 아빠랑 같이 잔다고 하니 두 녀석이 싱글벙글입니다. 침대가 없어진 안방에서 이리 데굴 저리 데굴 신이 났습니다. 침대 하나 치우니까 집안이 '일박이일' 분위기입니다.

어릴 적 저도 저렇게 살았습니다. 이불 속에서 동생들이랑 발장난 치면 엄마는 잠 안자고 뭐하냐고 야단이셨습니다. 그러면 이불속에서 숨어 키득거렸습니다. 일요일 아침 푹신한 이불 속에서 일어나면 한 방에 있는 가족들이 다 보였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따뜻하게 남아있는 걸 보면 어릴 때 가족이 함께 잠자리에 드는 것이 성장하는데 정서적으로 중요한 경험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저도 즐겁습니다. 침대 밑의 먼지도 사라졌습니다. 침대를 치우니 조금 더 행복해진 것 같습니다. 곧 아내의 허리도 좀 좋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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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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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크몬드 2009/01/13 1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기들이 참 귀엽네요..
    오래된 침대가 허리를 상하게 한다는 새로운 정보도 잘 얻어 갑니다...
    커서님 건강하세요~~(전 요즘 위장이 안좋아서 고생중입니다)

  2. 단군 2009/01/13 14: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해들어 가내 행복만이 깃드시고요 아이들이 행복한 모습을 보니 마치 제 아이들을 보는듯한 착각이 듭니다...저도 빨리 전용 블로그를 (티스토리는 임시용) 만들어서 이런 행복한 모습을 일부 공개하고 싶군요...^^.

  3. 기인숙 2009/01/13 16: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데, 침대는 버려도 매트리스는 그냥 두지 그러셨어요? 삐꺽거리는 건 침대이지 매트리스는 아닐 것 같은데요. 딱딱한 것 보단 약간 굴곡 따라 허리를 받쳐주는 것이 낫다고 보는데요. 넓게 쓰는 효과는 그대로 두면서, 애들에게 매트리스 위에서 튕기는 맛도 있습니다. 바닥의 냉기도 바로 올라오지 않고요.

  4. 좀비녀 2009/01/14 14: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가들 너무 해맑아요!^^ 엄마 아빠랑 잔다는게 저리도 좋을지 ..ㅋ
    전 가족들과 같이 잠자리에 들어본게 까마득하네여^^ 지금은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단절되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다커서 숙스럽지만... 그래도 거실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자보고 싶네요 ㅋ

  5. 섹시고니 2009/01/19 2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침대를 버리자고 한지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저희 집사람은 요지부동이네요. ㅎ

  6. 귀염곰팡 2009/02/05 1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번주 바로 침댈르 치워야 겠군용.
    아직 아들 하나인데.. 침대에서 자자니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닙니다.
    님 글을 보니 빨리 치우는게 서로에게 좋을 듯 싶네요 ^^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