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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를 타고 서울 다녀오다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제목은 그린칼라 이코노미. 화이트칼라나 블루칼라는 들어봤는데 그린칼라는 금시초문입니다. 책의 앞장엔 그린칼라에 대해서 "보다 환경친화적이도록 업그레이드된 블루칼라"라고 나옵니다.

일단 책으로 들어갔습니다. 책은 현재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탄소에너지가 너무나 비효율적이라고 합니다. 노예제에 비교하면서 노예에 의존한 영국경제가 노예제를 폐지하면서 급속한 산업전의 시간을 맞이한 것처럼 인류도 탄소의존경제를 떨쳐내야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 예로 탄소경제를 극복한 나라의 몇가지 성공사례를 들었습니다. "2020년까지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를 점진적으로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한 스웨덴은 성장율이 미국의 세배로 뛰어올라 이제 세계 8위의 GDP 규모를 자랑합니다. 80%였던 에너지수입 의존도를 지열과 수력발전으로 제로로 만든 아이슬란드는 오늘날 세계최대의 에너지 수출국 중 하나입니다.

이제 책은 세계 최대의 탄소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렇게 효율적인 그린칼라 이코노미를 왜 미국은 시도하지 않냐는 겁니다.  태양열 발전시설을 미국 남서부 황무지의 19% 면적에만 설치해도 미국 전국의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엔 그럴 수밖에 없는 몇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첫째, 미국은 매년 1조달러의 석유보조금을 석유와 석탄업계에 퍼붓고 있습니다. 이 1조 달러의 돈은 탄소에너지 업계가 에너지산업에서 결정적 우위를 차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둘째, 미국의 현재 송전망이 "새로운 방식의 전력을 감당하기 부적당"합니다. 셋째, 미국 각 지역의 복잡한 법령이 "미국에너지 시장에 혁신자들이 뛰어드는 일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답은 나왔습니다. 이 세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 겁니다. 석유보조금 대신에 그린발전시설에 보조금을 줍니다. 그 액수는 1년에 1조가 아니라 15년 동안 1조가 될 거이라 합니다. 석유보조금의 1/15입니다. 이라크전쟁에 들어간 돈의 1/3만 있으면됩니다. 배송과정에서 손실량이 너무 많은 지금의 송전망은 시급히 개량되어야 합니다. 시장을 위한 법이 새로이 제정되어 경쟁자들의 투자가 이어지도록 해야합니다. 저자는 적절한 국가의 투자와 법으로 보장된 시장의 인센티브, 개량된 송전망만 있다면 이 분야에 자본과 기업이 광속으로 몰려들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잘 실감이 안되는 독자를 위해 책은 인터넷붐을 예로 듭니다. 인터넷붐은 정보유동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렸 정보당 단위 가격을 제로로 만들었는데 에너지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 세상에 공짜로 모을 수 있는 태양, 바람, 조력 등의 에너지는 널려있습니다. 그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인프라와 사회시스템만 갖추어지면 그렇게 된다는 겁니다.

책이 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요?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봅니다. "열린 시장은 모든 미국인들이 에너지 사업자가 돌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가정과 학교가 발전소 역할을 할 것이다. 일반국민이 태양전지판과 풍력터빈을 각자의 집에 설치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에 비축해두었던 전기를 최대 전력 소비 시간에 발전소로 돌려보내 준다면 말이다. 자본과 기업이 이 영역에 몰려들면서 변화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것입니다. 에너지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단위당 가격은 점점 떨어져 사실상 무료가 돌 겁니다."

일년에 몇번씩 사고의 충격을 주는 책이 있습니다. KTX에서 읽은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에너지에 대해 새로운 성찰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에너지와 정보의 비교는 새로운 사고의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부분은 몇번 반복하여 읽으며 새기기도 했습니다. 그냥 한두페이지만 보려던 책을 KTX 타고 내려오는 내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게 있습니다. 그 깜짝 놀랄만 한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겁니다. 뭐냐하면 나는 이 책을 공짜로 얻었다는 겁니다.

이 책은 기차역에서 나눠주는 '레일로드페이퍼'입니다. 총 64페이지인데 앞과 뒤의 구별이 없습니다. 왜냐면 두 개의 책 표지가 양쪽에 붙어서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 구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날 본 책의 한쪽은 소개한 '그린칼라 이코노미'고 다른 쪽은 함평남비혁명입니다. 두 권을 다 읽으니 서울에서 대구였습니다.

열차타실 때 하나 씩 챙겨 보세요. 표파는 곳에 보면 놓여있습니다. 공짜책이지만 돈내고 산 책 이상으로 머리를 채워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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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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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2 08: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skin science 2009/05/22 1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함평 나비혁명 왠지 땡기는데요.
    저도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