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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몇년전부터 남편에게 운전학원 등록시켜달라고 노래를 불렀다. 애 둘이 내후년이면 모두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라 이제 여유도 생겨 운전을 하고 싶었다. 남편이 없어 차를 쓰지 못할 때면 너무 불편했다. 운전만 하면 정말 다른 세상일 것 같았다. 그러나 운전학원 얘길 꺼낼 때마다 남편은 운전이 위험하다고 겁을 줬다. 그래도 배우겠다고 하면 학원비 100만원이 아깝다며 자기가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집근처 넓은 공터에 운전연습을 하러 갔다. 남편은 시동거는법 엑셀 브레이크 등등을 가르쳐 주면서 스스로 감각을 익히라고 했다. 처음엔 참 신기했다. 그 큰차가 가벼운 핸들 조작으로 움직이는 게 놀라웠다. 그러나 큰 공터를 한바퀴 두바퀴 돌자 슬슬 머리가 아파오고 어지럽고 온신경이 곤두섰다. 남편은 늦다고 하는데 내겐 차가 너무 빨리 가는것 같았다. 운전에 자신도 없고 남편도 귀찮아 하는 것 같아 그렇게 몇번 하다 그만두었다.            


2007년 10월


그렇게 몇달이 흘렀다. 어느날 아는 동생이 함께 운전면허를 따자는 제안을 했다. "남편에게 물어봐?" 그냥 그길로 학원으로 가버렸다. 학원비는 총 100만원이었다. 기능시험이 40만원, 도로주행이 47만원, 그리고 그외 검정료와 학과시험비 등 해서 100만원이었다. 그냥 눈 질끈 감고 카드를 그었다. 지금 안따면 너무 늦어질것 같았다. 남편 가르쳐주길 기다렸다간 평생 못배울 것같았다. 운전학원 등록한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였다. 잔뜩 긴장해서 남편에게 학원등록 사실을 말했다. 근데 의외의 반응이다.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돈 어떡할래" "생활비에서 쪼개 갚을꺼다" 예상외로 아주 쉽게 끝났다.


등록 3일 후 첫 수업을 했다. 같이간 동생이 운전학원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운전강사 앞에서 잘난척 하지 말고 말도 많이 하지 않는 게 좋단다. 참 여자가 뭘 한다는 건 피곤한 일이다. 난 아무런 신경도 안쓰이는데 동생은 남자들 우글거리는 학원을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동생이 걱정한 것과 달리 강사들은 괜찮았다. 딱 한 사람만 빼고. 40대 중반의 강사인데 차분히 가르쳐 주지 않고 짜증만 냈다. 참 황당했지만 배우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었다. 다음부터 안걸리기만 바랬다. 다행히 그 뒤에 그 강사는 한번도 배정되지 않았다. 젊은 남자 강사 한 분은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특히 아줌마 강사가 제일 편했다.


첫 수업 후 일주일 뒤에 친 학과시험은 합격했다. 점수는 82점. 너무 기뻐 남편에게 문자메시지를 넣었다. 첫번째 시험에 붙고 나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강사들도 내게 운전 조금 해봤냐며 물어본다. 처음이라니깐 감각이 좋다며 칭찬해준다. 그렇게 칭찬해주는 강사가 한 두명이 아니었다.(세명 ^^) 정말 내가 운동신경은 좀타고 났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서 남편에게 그 얘길해주니 피식 웃는다. 설설 기어가는 속도로 차 모는데 운동신경 좋은지 나쁜지 구분이 어떻게 되냔다.


15시간을 타면 기능시험을 칠 수 있고 10시간이 넘어가면 기능시험 단독연습을  하는데 그때부터 점수도 체크된다. 매번 연습 점수가 보통 90점 이상이 나왔다. 합격은 틀림 없다. 그런데 잘 나가다가 한번은 오르막에서 실수를 했다. 정지선에서 센서 작동 후 3초 간 서 있어야 하는데 뒷바퀴가 정지선 뒤로 내려가서 실격을 당한 것이다. 슬슬 걱정이 되었다. 내일이 시험인데 이런 실수를 또 하면 어쩌나 하며 불안감이 밀려왔다.

 
드디어 기능시험. 동생과 나는 서로 같이 붙거나 같이 떨어지자는 각오(?)를 다지며 시험장에 들어섰다. 5번째 순서였다. 그런데 막상 차에 오르니까 긴장이 그렇게 많이 되진 않았다. 차도 그날 따라 말을 잘 듣는 것 같았고 코스 하나 하나 차분하게 전진해 나갔다. 합격이었다. 점수는 100점. 뒤이어 시험 친 동생도 합격이었다. 둘다 100점. 이제 스스로 운전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뛰었다.


2007년 11월


드디어 도로주행연습이다. 이제 실전이다. 출근하듯 아침부터 바삐 학원으로 갔다. 왠지 떨린다. 잘해야될텐데 하는 부담감이 벌써 생긴다. 새로운 주행 담당강사를 만났다. 조금 느끼하게 생긴게 맘에 걸렸다. 먼저 넒은 차로에서 차선변경 연습부터 했다. 속도 20 이상 내본적이 없는데 속도계가 70 - 80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도로가 넓어서 그런지 느낌은 편안했다. 차도 거의 없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렇게 한시간 하다가 바로 실제 주행시험 코스로 들어갔다.


실제 차들이 오가는 곳을 가니 그때부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연습용 차가 아닌 진짜 차들이 양 옆으로 지나가니까 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강사님 시키는대로만 움직였다. 뭐가뭔지 도통 모르겠다. 얼마나 긴장했던지 집에오니 어깨가 결리고 온몸이 피곤하다. 운전이 바로 이런거구나 싶었다. 이제서야 진짜 운전을 한 느낌이었다.


도로주행 이틀째, 오늘은 도로에 차도 어제보다 많다. 차선변경도 해야하고 유턴과 좌회전 하는데 어제와 똑같은 코스지만 이상하게 더 어려웠다. 첫날은 시킨대로만 해서 괜찮았는데 이제 내가 직접 느끼면서 해보려니 더 어려웠다. 실수의 연속이었다. 속도를 줄여야 할 오르막에서서 속도를 내다 다른 차와 충돌할뻔 했다. 좌회전할 때 내 차선을 지키며 가야하는데 남의 차선으로 잘못가다 또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다. 강사도 많이 놀란 눈치였다. 운전을 배우고 처음으로 자신감이 급하락 하는 걸 느꼈다. 도로주행에 합격하지 못할것 같았다. 집에와서 자면서 운전하는 꿈을 꾸기까지 했다.            


도로주행 삼일째 되는 날, 오늘은 아빠가 쉬는날이다. 작은 애 밥먹여 어린이집에 보내라고 했는데 어린이집차량 확인전화하니 애가 안탔단다. 집에 전화 하니 아빠는 아직 자고 있고 애는 밥도 안먹었다. 애를 굶길 작정인가? 아니나다를까 학원갔다와서 확인하니 아침 안먹고 그냥 어린이집에 갔단다. 내가 미친다.


오늘도 실수연발이다. 강사는 집중하라고 한다. 코스도 조금 이탈하고. "왜 이렇게 어려운거지. 덤프는 왜 이렇게 많은거야." 연습차량이라고 깔보는 사람도 있다. 강사도 그 차에 화를 많이 냈다. 아직 백미러 룸미러 아무것도 안보인다. 이젠 앞으로 가는 것이 더 벅찬 느낌이다. 내일은 좀 나아져야 될텐데. 자면서 또 운전하는 꿈을 꿨다.  


도로주행 사일째, 오늘은 근교로 연수를 간단다. 그 먼길을 간다 생각하니 더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운전대를 잡고 가는데 어느 순간 감이 왔다. "아 이렇게 하는구나." 뭔가 알것 같았다. 강사도 흡족한 미소로 편안하게 옆에 앉아 있다. 강사왈 시험에 붙고 안붙고는 오늘쯤 판가름 난단다. 내일 한번 더 주행연습하면 모레 시험이다. 이제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슬슬 붙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험일, 역시 떨린다. 보통 때 보다 차량이 적어서 운전하기 편했다. 천천히 코스를 달렸다. 충분히 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감독관 왈 '합격입니다' 같이 시험친 동생도 붙었다. 이제 내가 운전을 못하게 하는 모든 장애가 사라졌다. 내가 저 커다란 차를 혼자서 운전할 수 있다니.


운전면허를 따고


3일 뒤 드디어 운전면허를 찾았다. 면허 딴 기념으로 언니랑 근처 마트에 가기로 했다. 애들을 태우고 언니집에 가서 언니랑 조카를 태우기로 했다.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콩닥거린다. 일단 지하주차장에 가서 애들을 태우고 시동을 켰다. 차가 전면주차 되어있는 상황이라 후진을 멋지게 하는데 애가 '엄마 부딪힌다' 고 소리쳤다. 그 순간 뭔가가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른 브레이크 밟고 p상태로하여 내려보니 오른쪽 백미러가  힘없이 처져있었다.우야꼬 이일을 남편에게 뭐라하지. 갑자기 앞이 노랗고 가슴은 콩닥콩닥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급하게 황테잎을 찾아 대충 붙여놓고 조심조심 차를 돌려 도로로 나갔다. 모든차가 내차를  보는것 같았다. 겨우 한길로만 쭉 달려 간신히 언니집에 도착하였다.


면허를 따고 일주일 째 오늘은 평소에 잘 안다니던 3차선 길로 나가보았다. 2차선에서 1차선으로 들어가기 위해 깜박이를 넣었다. 차선변경을 하려는데 1차선 뒤쪽의 차가 어느새 내옆에 붙었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그대로 차선변경을 했고 그차와 거의 부딪힐뻔했다. 순간 너무나 놀랬다. 룸미러로 보니 그차도 나만큼 놀란 모습이었다. 뒤로 쳐지다가 조금 뒤에 나를 따라와서는 막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날 집에 돌아오니 낮에 그일이 계속 생각나고 정말 운전이 무서워졌다. 그 일 있은 후 며칠간 운전대도 잡기 싫어졌다. 남편에게 사고날뻔한 얘기를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아무래도 불안이 가시지 않았다.



그일이 있은후로 운전면허적성 교육책을 찾아 몇번이나 읽었다.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차선변경시는 충분한 공간이 있을시, 천천히 황색신호에는 미리준비하기, 보행신호 잘보기 등등을 다짐하였다. 그리고 초보운전을 뒤에 붙였다. 여태까지 겁도 없이 초보운전 마크도 붙이지 않고 다녔다. 이상하게 운전대를 잡으면 경쟁심리가 발동하고 조급해졌다. 무사고 운전자의 비결은 차분하게 서두르지 않고 속도 및 신호를 준수하고 안전거리 확보하는 거란다. 그말을 머릿속에 새기고 또 새겼다. 절대 사고내면 안된다는 각오를 또 하고 또 했다.


운전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초행길이나 밤길은 겁난다. 길이 조금만 좁아도 핸들 잡는 손이 떨린다. 차선 변경은 아직도 식은 땀이 난다. 언제 끼어들어야할지 감이 안온다. 고속도로는 아직 꿈도 못꾼다. 아직은 집 근처에서 애들 태워주고 왔다 갔다 하는 정도다. 언제쯤 운전이 편해질까. 남편처럼 나도 쉽게 운전하는 날은 언제올까. 그래서 여기저기 가고 싶은 데 차 몰고 돌아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남편 말로는 운전이 편해질려면 적어도 3년 정도는 지나야 한단다. 정말 나도 3년 지나면 도로에서 능숙하게 운전할 수 있는걸까. 그때가 오기는 오는걸까.



by  니버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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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단감자 2008/01/21 12: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운전연습하는 상황이 잘 표현된 거 같네요!
    글이 재미있습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많이 익숙해 졌겠죠
    고속도로를 타보면 속도감이 생기고 차량의 콘트롤감각이 조금은 더 생길 것 같네요!
    고속도로는 정지,출발이 없으니까 어찌보면 더 편한 느낌도 들지요.
    단 초보자가 고속도로를 탈때에는 반드시 익숙한 동승자가 있을 것...

    운전은 아마도 경력자랑 할게 못되는 거 같습니다.
    주위에서 운전 몇년했네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거 바보짓이거든요.
    조심조심하는 게 최고죠!
    어느정도 운전하는데 자신감이 생기고 능숙하게 될려면 한 5년정도는 해야되지
    않을까 해지네요!

    • 2008/01/24 1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올린글인데... 이제 용기가 생기네요.
      항상 안전운전할게요^^

  2. 산골소년 2008/01/21 1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겨울장미 별명도 멋지세요.
    형수님도 글솜씨가 대단하시네요. ^ ^

    • 2008/01/24 1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처음글인데 좋은 반응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재밌는 얘기 있으면 공유해요.^ ^

  3. 이승 2008/01/27 14: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 초보라 운전은 그렇다치고.. 글솜씨 만큼은 베테랑이시네요^^
    제가 한가지 안전운전에 대한 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매일 저녁 잠자리에 들기전, 그 날 운전하면서 있었던 실수라든가 아찔했던 순간등..
    스스로 반성의 시간을 같는 것입니다.
    똑같은 실수를 다음에는 반복하지 않는 것이지요.
    3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처음부터 올바르게 운전을 배운다면 '무사고 운전'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랍니다.
    운전대에 않는 순간 안전벨트는 기본, 특히 정지선 준수는 사고예방에 꼭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차에 탄 순간에는 오직 운전에만 신경쓰시구요.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에 탈때에도 한번 비교를 해보세요. 그러면서 바른 운전 방법이 무었인지 혼자 비교도 하실수 있으실겁니다.
    에고 글이 길어졌네요^^;;
    항상 안전운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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