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심한 사람들 두번째 이야기는 소설 '태백산맥'을 읽고 그간 견지해왔던 보수적 시각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린 한 대학생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보수정당 당원이셔서 어릴때 부터 좌파는 전부 빨갱이고 우파는 전부 애국자인줄로만 알고 자랐던 그에게 태백산맥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당사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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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서 : 2002년 노무현대통령이 당선될 때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집안이라 패배감에 휩싸였을텐데. 아버님이 선거결과에 대해 하신 말씀 중 기억나는 것은?

태백산맥 : 그 당시 전 이회창 팬이었습니다. 막연한 신뢰감이 들더군요. 하지만 2002년엔 투표권이 없었습니다. 결과를 지켜 봤을땐 참담했죠. 전라도 사람들이 기어코 일을 저지르려고 하는구나. 그리고 병역비리 관련해서 역시 정확히 어떻게 결론이 난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 기억으론 저 역시 조작된 것이라고 믿었던것 같습니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당시에 고등학생이어서.

커서 : 지난 대선 이명박대통령의 당선에 아버님은 어떤 반응을 보이셨습니까. 태백산맥님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 어디에 투표를 했습니까?

태백산맥 :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의원을 뽑았고 대선에선 문국현 찍었습니다. 전 문국현을 찍었지만 이명박을 지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이명박은 내가 안찍어도 될사람이고 문국현 은 그냥 신선했습니다. 힘 좀 실어주고 싶은 생각에 찍었습니다. 이명박이 당선됐을때 이제 경제가 좀 살겠구나 했죠. 북한에 줄 돈 경제에 투자좀 해보자 이런 생각요? 이런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도덕적이지만 능력없는 것 보다 좀 챙기더라도 능력있는 사람이 낫지 않겠느냐.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은 아닙니다. 제 주변 지인한테서 들은 내용이었으니깐요. 그정도로 당시 부산에선 이명박 지지율이 높았죠.

커서 : 아버님께서 민주당이나 진보쪽에 대해 어떤 식으로 비난하십니까? 무조건 좌파고 빨갱이니까 안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태백산맥
: 네 정확하게 아시네요. 아마 경상도 어르신들 다 그렇게 말씀하실 껄요. 막연히 싫어하십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커서
: 영남지역에서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을 비하하는 유언비어를 흔히 듣기도 합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그 중 생각나는 유언비어가 있습니까.

태백산맥 : 저는 유언비어를 들어도 전부 옛날 사람 사고 방식이라 생각했습니다. 두 대통령에 대한 얘기라... 김대중대통령 노벨평화상 관련해서 들었던 것 같습니다. 돈주고 산 게 무슨 평화 노벨상이냐고. ;;




커서
: 태백산맥을 읽고 변하기 시작하셨다고 했습니다. 언제 읽으셨습니까. 책을 읽고 받은 충격은.

태백산맥
: 이번 방학 때 읽었습니다. 5권 읽고 있습니다. 충격이라...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할머니 돌아가셨다는 소식 접했을 때 정도의 충격요? 알고있던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요. 내가 알고 있던 보수는 진짜 보수가 아니었구나. 지들 밥그릇 챙기기 위해서 뭉친 집단에 불과하구나. 이런 느낌요. 물론 진보에 대한 느낌도 같습니다. 정치인에 대해서 뿌리 깊은 불신이 있어서요.

커서
: 태백산맥의 어떤 부분이 그간의 정치적 태도를 바꿀 정도로 강한 충격을 주었습니까?

태백산맥
: 4권에 보면 "술찌기를 먹고 취한 아이" 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미군정이 한국을 통치하면서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친일파를 다시 등용하는 부분이죠. 제가 알고있던 미국에 대한 느낌이 깡그리 없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바마의 이미지에서 부시의 이미지로 급하락 해버렸습니다. 

커서 : 2008년에 있었던 촛불은 태백산맥님에게 어떤 자극이나 변화를 이끈 게 없었나요?

태백산맥
: 촛불이 한창일 때 도서관에서 공부했습니다. 소고기 반대 안했습니다. 참고로 육류를 좋아해서리. 저는 살 놈은 살고 죽을 놈은 죽는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 광우병은 어느정도의 시스템적 제도·장치만 있다면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먹었구요 ㅡㅡ;. 촛불은 전혀 저한테 인식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저를 바꾼건 10권짜리 장편소설이죠. 저는 시끄러운 걸 싫어 합니다. 그래서 집단도 싫어하죠. 물론 사회생활은 잘하고 있습니다 ㅎㅎ. 단지 떼로 모여서 자신의 생각은 제쳐두고 군중심리에 이끌려 행동하는걸 싫어합니다. 그래서 아마 집회도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나 봅니다. 하지만 미디어법 통과하던날 태화백화점에서 있었던 민노총 주최 집회에 참가했습니다 몇번 구호 같이 외치고 왔죠 ㅎㅎ.

커서 : 정치적으로 보수일 때 태백산맥님과 반대되는 진보적 입장의 친구와 대화나 토론을 하신 적 있습니까? 현재 부산지역 대학생들의 보수와 진보의 비율은 어떤 것 같습니까? 태백산맥님 주변사람들을 봤을 때.

태백산맥
: 없습니다. 제 주변 다 공대생입니다. 할줄아는거 계산기 두드리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공대생이 무서운거죠 단순해서;;. 정치에 관심두고 있는 사람 음... 저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다들 취업에만 정신팔려 있습니다. 토익 점수 자격증이 중요할 뿐이고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죠. 그렇지만 학교말고 다른 데서 그런 얘기를 들어보면 상당한 사람이 보수에 대한 불신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진보로 넘어갈지 안갈지는 진보세력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겠죠. 아직은 보수가 많은 것 같습니다.

커서
: 정치적 태도가 변한 후 생활에서도 변화가 있었을 듯 합니다. 이를테면 여성을 보는 시각도 마초적인 태도에서 좀 달라졌을 수 있고 사회문제도 좀더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태도로 접근하게 되진 않나요? 일상엔 어떤 변화가 점차 생겨나고 있나요?

태백산맥
: 아뇨 여자를 보는 시각은 그런 거랑 전혀 상관 없습니다. 저는 여자를 볼때 꿈이 있는지 없는 지 봅니다. 능력이 있든 없든 꿈이 없는 사람은 자기 인생이 없거든요. 사회문제는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커서님 말처럼 '왜 이 사건이 일어나게 됐으며 어떻게 해결하는게 좋을까' 등 좀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게 만들었죠. 예전엔 그냥 아버지나 신문매체에서 하는 말 그대로 믿었는데 이젠 그러질 않죠.

커서
: 보수에서 진보로 변하면서 아버님과 갈등이 벌어진 사건은 없었나요?

태백산맥 : 제가 피합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분인데 제가 그런다고 바뀔리도 없고 말해봤자 집안 분위기만 망칩니다 ^^. 하지만 아버지도 느끼고 계십니다. 제가 좀 변하고 있다는 걸요. 태백산맥 읽는다는 걸 아시곤 짐작 하시는 모양이십니다. 어머니랑 싸운적은 있습니다. 박근혜를 두고요. 저는 이번 미디어법 투표때 친박연대는 찬성하게 하고 자신은 반대하면서 다음 대선 노리는 모습을 두고 비열하다고 했죠. 하지만 어머니께선 그게 정치를 잘하는거라면서 유도리 있게 하는건데 뭘 그렇게 말하냐고요. 그래서 전 잔다르크가 못될지언정 여우처럼 하고 있다고 했죠(이건 그 전날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였습니다 ㅋㅋㅋ) 

커서
: 정치적 시각이 바뀐 후 보는 신문과 잡지가 좀 바뀌었을텐데. 좋아하는 정치인은 있습니까?

태맥산맥 : 저는 다 봅니다. 조중동 한겨레 경향신문 그리고 인터넷 매체 까지.

커서 : 진보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습니다.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유럽식 사민주의도 있고 진보적 자유주의도 있습니다. 태백산맥님은 어느 쪽인가요? 자본주의 자체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쪽입니까? 아니면 자본주의에서 보다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쪽인가요?

태백산맥
: 저는 그런 거 잘 모릅니다. 하지만 경쟁을 통해서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은 저의 아버지와 똑같습니다. 끊임없는 자기 개발만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하죠. 노력한 만큼의 댓가는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있는 놈이 세금 많이 내야하는건 확실히 해야 합니다. 세금 안낼려고 하는놈은 지구 끝까지 쫓아가야됩니다.  

커서
: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지역주의가 없어지기 위해선 어떤 정책이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부산이 앞으로의 선거에서 지역주의적 투표가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태백산맥
: 없어질 수가 없는데 정책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고구려 백제 신라때 부터 다른 생활방식으로 살아왔는데... 섬진강을 지리산 깍아서 매꾸지 않는 이상 절대 안없어질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은 기대해볼만한것 같습니다 이명박대통령이 시대를 만들어냈으니깐요 ㅡㅡ;

커서
: 보수에서 벗어난 후 보수신문들이 어떻게 보입니까?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텐데...

태백산맥
: 보수신문들 한번씩 정부 욕하는 사설 실은거 보면 "이것들이 미쳤나?" 하는 정도요? 친일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노동자를 욕하고 북한을 욕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커서
: 정치적 시각이 바뀐 후 역사적 인물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을텐데. 박정희대통령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외 주요 정치적 인물에 대한 생각도.

태백산맥
: 네 아무래도 많은 생각의 변화를 일으킨 사람중 한명입니다. 그 당시 우리 나라 상황을 볼때 미국이 지원해서 안키울수 없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언제 까지고 지들이 지켜줄수는 없으니깐요. 그때 마침 쿠데타를 일으킨거죠. 시대를 타고 났다고 봅니다. 그래서 예전엔 박정희가 경제 다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오히려 박정희가 민주주의 다 망쳐 놨다고 생각합니다. 별로 존경도 없습니다. 그냥 친일파 한명으로 밖에 안보이더군요.

그리고 이회창... 소인배 다운 모습이죠. 한나라당을 갔으면 안될 인물이었습니다. 하긴 딴 데 갔어도 아들들 때문에 안됐을겁니다. 박근혜 좀 잔다르크적인 사고 방식을 가졌으면 합니다. 너무 여성스러우신데 어떻게 대통령을 할생각을 하시는지. 정동영 예전부터 대통령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다시 튀어나오는거 보고 역시 그정도 밥그릇이 딱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강기갑 좀 좋게 보고 있습니다. .왠지 이사람은 거짓말 못할것 같다는 생각? 문국현 진정한 대인배라고 생각합니다 ㅋㅋ.

커서 : 아고라는 자주 들어가십니까? 혹시 최근에 흥미롭게 보고 있거나 알아보려는 이슈나 역사 등이 있다면 얘기해주십시오. 태백산맥은 다 완독하셨습니까? 현재는 어떤 책에 관심 있습니까?

태배산맥
: 최근 들어가봅니다. 알아보려는 이슈나 역사요? 부산에 보물이 뭍혀있다는 소문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특히 적기 쪽에 말이죠. 우암동 일대 옛날 일본 지하기지가 있었죠.  박정희땐가? 전두환땐가? 하여튼 그때 금괴가 발견되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 뒤로 잠잠해졌습니다. 사라진 금괴의 진실을 알고 싶군요.(이런것도 괜찮나요??ㅡㅡ)

동학 농민 운동에 대해서 좀 공부해볼려고 합니다 태백 산맥 아직 반 읽고 있는데 다 읽고 나서요. 저는 책에 종류를 안가리고 관심을 둡니다. 하루종일이고 책만 읽어라고 해도 읽을 정도로 책을 좋아하죠. 최근엔 파울로 코엘료 소설에 관심이 많아서 태백 산맥 읽기 전까지 그 사람책 거의 다 읽었습니다.

커서
: 그외 하고 싶은 얘기 해주십시오.

태백산맥
: 모두가 평등하게 잘사는건 맞는데 그렇게 될수 없다는것 아실겁니다. 인간의 이기심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경쟁이 없으면 다 같이 죽는길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노력한 사람에겐 응당의 댓가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사람이 태생이 다 똑같지 않기 때문에 그 환경이란것도 무시할수 없더군요 그래서 있는 놈이 좀 더 내고 없는 놈 좀 도와주고 했으면 하는데 그것 조차 안할려는 세력이 있으니 세상이 더럽다고 느껴집니다. 오죽했으면 제 인생 설계도가 바뀌었겠습니까 ㅎㅎ. 공부좀 더 해서 돈 좀 더 아껴 모아서 한국을 뜨는 계획이죠 ㅎㅎ. 이민입니다. 제 30대의 목표가 이민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정치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두기 시작하고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게 얼마 안됐으니 말이죠. 그래서 저보다 많이 느끼고 체험해본 사람들의 글을 통해서 좀 더 빨리 느껴볼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사람의 죽음이 2000년 세계의 역사를 바꾼것 처럼 한 사람의 옳은 말 한마디가 세상을 변화시킬수 있다고 믿습니다.


* 정치적으로 변심한 분들을 찾습니다. 보수적 정치인식을 가졌거나 지역주의에 갖힌 정치적 인식에 있다 탈피한 사람들을 찾습니다. 당신의 변심을 얘기해주십시오. 영남사람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보수에서 진보로 변한 분들이라면 됩니다. 당신의 그 극적인 정치적 변화를 듣고 싶습니다. 메일 주십시오. 가까운 지역은 대면 인터뷰도 가능합니다. 여긴 부산입니다.

pot@hanmail.net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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