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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삼성을 보라고 합니다. 삼성처럼 경쟁하라고 합니다. 삼성에 입사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삼성이 잘못되면 어떻게 될까요. 삼성이 부정을 저지르고 후진적 마인드로 기업을 운영하면 어떻게 될까요. 삼성은 한국 제일의 선도기업입니다. 그들은 기업을 넘어 한국사회까지 선도합니다. 삼성을 왜 때리냐고요? 내버려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선도기업이 잘못 방향을 잡으면 대한민국이 잘못 가기 때문입니다.

며칠전 서울에서 삼성전자에 재직하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삼성전자 '8to5'에 관해 취재하면서 연락하게 된 분이었습니다. 만나서 얘기 듣고 싶다니 좋다고  하셨습니다. 회사내에서 어느 정도 책임있는 자리에 계시는 분이었습니다. 30대 남성분이고 말끔하신 인상이었습니다. 그와 소주를 기울이면서 삼성전자에 대해 얘기를 들었습니다.  
                       


올 5월 한 신입 삼성맨이 쓴 사직서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신입사원들 중에 삼성의 기업문화에 실망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적잖은 것 같습니다. 이메일과 전화 등으로 취재한 삼성전자사람들도 그런 증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똑똑하다 싶은 애들은 공기업 등으로 많이 옮겨갔습니다. 신입사원도 능력이 보여 일 좀 시켜야지 하고 주목하는 애들은 곧 사라집니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 같은 건 솔직히 없습니다. 젊은 사원들 대체적인 분위기는 나갈 수 있으면 나가자 입니다. 못나가서 이러구 있지 하는거죠.

그래도 아직 외부적인 이미지는 상당히 좋습니다. 대학생 취업 1순위인데.

구시대 사람 중엔 삼성맨이라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1-2년 있다 나간 사람들도 삼성맨 티내는 우스운 모습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요즘 학생들은 삼성이 어떻게 일하는지 잘 압니다. 후배들 만나보면 공기업이나 공무원이 우선 순위입니다. 우리학교 공대생들 보면 1학기에 삼성에 붙어놓고 2학기에 다른 직장 알아봅니다. 삼성을 1순위로 원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습니다. 취업게시판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이런 분위기는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취업싸이트에서 삼성이 선호직장 상위권에 있다는 건 이해 안됩니다.

얼마전 화제가 됐던 삼성신입사원 매스게임에 대해 젊은 직원들 여론이 안좋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몇주간 뙤약볕 운동장에서 새벽까지 연습해서 만들다 결국 대회 당일날 한 여직원이 쓰러져 응급차에 실려가기까지 했다더군요. 사실인가요.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매스게임을 본 후배들은 반응이 안좋긴 했습니다. '캠퍼스리쿠르팅'이라고 삼성에 입사한 선배들이 자신의 모교를 찾아가 후배들에게 입사를 권유하는 행사가 있습니다. 그때 후배들에게 매스게임을 삼성의 자랑거리로 보여줬는데 오히려 거부감을 나타냈습니다. 우리끼리는 매스게임에 참여하는 사원 한명 한명을 자조적으로 '픽셀'이라고 표현합니다. 삼성문화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죠.

8to5는 이제 거의 잊혀진거 같은데.

처음엔 나름 의지를 보였습니다. 한달에 야근을 너댓번 정도만 했고 그 외에는 정말 일찍 들어갔습니다. 그땐 정말 바뀌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야근금지’는 사라지고 '업무효율성' 구호만 남았습니다. 요즘은 줄곧 야근입니다.



삼성맨 사직서에도 삼성의 후진적 업무행태에 대한 비판이 있었습니다. 상사들 업무지시에 불만은 없습니까.

'관리의 삼성'이라죠. 인적물적 자원을 필요이상으로 디테일하게 관리합니다. 삼성의 디테일한 관리를 의식하다보니 업무로드가 많습니다. 본연의 업무에 대해서도 노력해야 하지만 보여지는 부분도 상당히 신경써야 합니다. 문서의 내용에 이틀이 걸렸다면 형식을 만드는 데 하루가 소요되는 식입니다. 회사가 짧은 시간 내에 거대해지다보니 관료집단화 된 면이 많습니다. 결국 이런 디테일한 관리가 직원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객체화시킵니다.

세계적 초일류기업이란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입니다.

삼성이 초일류기업이란 이미지를 얻게된 건 사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2000년대부터 초일류기업이란 소리 들었던 것같습니다. 제조업으로 성장한 회사라 제조업 마인드가 깊숙이 배여있습니다. 회사측에서도 이제 삼성전자는 더이상 제조업 회사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3차산업적 회사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고위 임원들 태생이 2차산업 제조업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라 자신이 성공한 방식으로 앞으로도 성공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에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와 함께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무질서함과 어수선함을 견디지 못하고 있습니다. 창의성 마저도 자신이 정해 놓은 틀 안에서 '관리' 를 하려고하죠. 이러니 가창출이 창의적이지 못하고 쪼우기 방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노조가 없어 곤란한 점도 많을텐데

인사부에서 불러 면담하고 나면 갑자기 나간다고 합니다. 왜 나가냐고 물으면 밖에서 꼭 해볼게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나간 사람들 뭘 하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이분들 내가 보기에 회사에 대한 분노를 자신에 대한 자괴감으로 돌리는 것같습니다. 자신이 못나서 ?겨나는 거라 생각하는거죠. 그러니 계속 그런 일이 아무렇게나 벌어지는 겁니다. 지금도 위기라고 난리인데 전 이해가 안갑니다. 이익이 10조에서 8조로 줄었다고 위기라는 건데 만약 노조가 있었다면 이런 소리가 가능했겠습니까.

삼성관련해서 메일이나 댓글 받아보면 하청업체들의 삼성에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삼성과의 거래가 시장에서 인정받는 경력이 되는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손해보는 줄 알면서도 나중에 볼 삼성효과 때문에 꾹 참으며 하는 하청업체들이 많습니다. 삼성이 그걸 이용하는 점도 분명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삼성의 한국식 경영이 통합니까.

해외공장들이 전반적으로 이직율이 높다고 합니다. 동유럽 공장의 경우 처음 교육시킬 때 그곳 직원들이 "이걸 다해요?"라고 반문한다는 얘길 들은 적 있습니다. 한국식으로 일 시키는 걸 동유럽 사람들이 잘 이해 못하는거죠. 회사에서는, 그들이 한국인과 같은 충성스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탓하지만 사실 원인은 그게 아닙니다. 대부분 외국에 진출하는 기업은 그 기업의 경영 방식을 해당 국가에 맞추는 데에 비하여 삼성의 경우 해당 국가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해당 국가의 현지채용인들을 삼성화 하려고 하지요. 한국의 삼성에서 근무하면 자신이 열심히 일한만큼 그에 따른 성장 가능성이 보입니다. 그러나 현지인 중에 관리자로 성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권한에 비하여 낮은 지위와 격무만이 주어지니 좀 더 조건이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하는 것입니다. 해당 국가의 노동 유연성이 높은 것도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회사에서도 삼성의 문제에 대해 느끼고 있다고 보십니까.

느끼고 있을겁니다. 여러 시도를 하는 점으로 봐서 문제는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워낙에 예전 마인드가 두터워 어려운 거 같습니다.

회사의 얘기를 하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습니까. 더군다나 삼성인데.

솔직히 재밌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내부의 문제를 자꾸 얘기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삼성같은 견제가 쉽지 않은 거대기업의 경우엔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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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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