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람들이 지역 연극을 안보는 이유는 뭘까?


연극이 끝나고 가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한 관객이 맨 앞자리에 앉는 것이 상당히 부담되었다는 얘길했습니다. 배우들은 관객과 눈이 마주치면 기분이 어떻냐는 질문도 던졌습니다.

이 질문이 지역 연극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 연극은 관객층이란 게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연극이란 게 아주 드문 경험이라서 연극 내용보다는 연극경험 그 자체가 더 강하게 와닿을 수밖에 없는 게 지역의 관객들입니다. 어떤 분은 연극을 처음 본다며 솔직하게 말하고는 배우들이 왜 다른 데를 보고 연기하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소극장 실천무대 이성민 대표는 뒷풀이 자리에서 지역 연극의 상황이 더욱 안좋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원래 10개 정도의 지역 극단이 경쟁을 벌였는데 최근 서울의 극단들이 부산에 진출하면서 30 개 정도로 늘었다고 합니다. 부산에선 대학로라는 브랜드로 알려진 서울의 극단들은 사실 순수 대학로 극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왜 지역 연극은 어려울까요? 먼저 들 수 있는 건 연극 자체가 낯설다는 것입니다. 앞자리에 앉지않으려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관객은 살아있는 배우의 시선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TV와 영화만 보던 현대인들에게 연기자에게 관찰 당할 수 있는 연극의 경험은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성민 대표는 이것이 자기 영역을 침범당하기 싫어하는 현대인의 특성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소극장이 빽빽이 들어선 대학로



연극 보기의 낯설음은 지역만이 아닌 보편적 현상입니다. 그러나 수도권은 대학로를 통해서 관객층을 형성할 수 있지만 연극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은 관객층을 형성할 수 있는 통로조차 없습니다. tv와 영화에 포위된 사람들을 연극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대학로 같은 연극 인프라가 지역에서도 활성화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10개의 극단도 생존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대학로 같은 지역 인프라는 꿈같은 일입니다.

당장 연극인프라가 없는 지역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은 찾아가서 연극을 접하게 하는 것입니다. '비오는 날의 선술집'에서 옥포댁으로 나왔던 극단 새벽 변현주 대표는 현재 고등학교에서 학생들 상대로 연극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변현주 대표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선생님의 연극을 보기위해 공연장을 찾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연말에 자신들이 배운 연극을 공연한다고 합니다. 선진국의 경우 연극이 정규수업으로 편성되어있는 나라가 많은데 부산의 경우 변현주 대표가 수업하는 학교가 연극수업을 하는 유일한 고등학교라고 합니다.

극단 새벽은 학교뿐 아니라 노동계도 찾아가고 있습니다. 한진중공업을 찾아가 노동자들 스스로 연극을 공연하게 했는데 자신들의 얘기가 무대에 올려지는 걸 본 노동자들이 공연 내내 웃음고 박수가 떠나지 않는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관객은 연극의 4대 요소라고 하는데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연극은 정말 관객이 4대 요소임을 보여준 연극이었던 겁니다. 

선진국의 연극이 활성화 된 것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 등에서 연극을 배우기 때문일 겁니다. 연극을 쉽게 접하니 우리처럼 각오를 하고 공연장에 들어서는 일은 없습니다. 극단 새벽이 학교와 회사 등을 찾아가 지역민들이 연극을 직접 해보게 하는 것은 국가를 대신해 연극공연장에 편안하게 들어서는 연극 보기 교육을 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연극을 접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지역에도 관객층이 생기고 연극계의 인프라도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이성민 대표는 스타 연기자가 없다는 것도 지역 연극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라고 합니다. 수도권은 배우를 보기 위해 연극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 곳에선 연기자가 연예인처럼 스타 대접을 받습니다. 스타의 신비감이 연극 감상에 방해요소이긴 하지만 연극의 활성화란 측면에서 일부 타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지역은 이런 타협할 수 있는 요소조차도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연극을 봐야하는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요? 지역과 수도권을 떠나 연극 관람에 대한 의문점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화와 tv에서 볼거리와 더 치밀한 구성의 이야기가 넘쳐나는데 극장까지 가서 배우의 시선에 대한 부담감까지 안으면서 연극을 봐야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겁니다.

저는 연극을 봐야하는 이유로 '연기를 볼 수 있기 때문에.라고 말하겠습니다. tv와 영화에서 보는 연기는 편집된 것입니다. 이건 만들어진 가짜 연기입니다. 배우가 아무런 편집 없이 몇 십분을 관객 앞에서 서서 연기하는 장면을 감상하신 적 있으십니까?  연극을 보면서 살아있는 연기만큼 사람을 몰입시키는 컨텐츠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 어떤 영화나 tv도 연극이 주는 연기의 긴장감을 느끼게 하지 못합니다. 고요한 무대 작은 불빛 흘러내리는 곳에 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의 모든 것이 연기입니다. 그 모든 것은 계산된 것입니다. 그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연기는 끝장입니다. 연기자의 긴장을 물론이고 관객의 긴장도 극에 달합니다. 그 긴장은 사람들을 무대로 빨아들이고 연기에 집중하는 그 순간 연기자와 관객 누구도 아무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딱 하나만 더 말하죠. 영화나 드라마 좋아하십니까? 그렇다면 연극을 봐야 합니다. 연극을 본 후에 드라마나 영화를 더 깊이 더 많이 즐길 수 있습니다. 온전한 연기를 실제로 감상하니 짤려진 연기는 그냥 훤히 보이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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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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