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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은 서자다. 그의 형과 그는 같은 지붕 아래 같은 아버지 밑에 살지만 한 가족이 아니다. 그는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다. 아버지도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다.

말하자면 형은 정규직이고 길동은 비정규직이다. 사장님을 사장님이라 부르지 못하고 동료를 함부로 부르지 못하는 비정규직과 길동은 비슷한 처지다. 길동이 아버지 뒤에서 '호형호제'에 사무쳤다면 오늘날 비정규직은 '호사호우'에 울부짓는 꼴이다.  
 
길동을 이렇게 비정규직으로 만든 건 그의 아버지 이판대감이다.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길동이 세상에 나왔을리 없다. 그리고 지금의 길동을 챙겨주지 못한 것도 아버지다.

사실 오늘날 비정규직을 만드는 데 일조한 세대도 바로 20대의 아버지세대인 기성세대다. IMF 이후 비정규직이 급증했고 당시 주역은 지금 20대의 아버지 세대이다.

창휘는 왕가의 혈통이다. 원래 왕위를 잇게 되어있는데 그의 형이 그를 죽이고(죽은줄 알았다) 왕에 올랐다. 창휘는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형에게 뺐겼다.

이건 지금의 386과 20대의 세대대결과 닮았다. 지금의 20대는 그의 형 또는 삼촌 세대인 30대와 40대에 의해 사회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교육에 시달리는 386세대들은 20대에게 돌려야할 몫을 뺐어 아이들 사교육에 쓰고있는 형편이다.

창휘는 '사인검'을 찾아 자신의 왕위를 증명하려 하지만 형은 그 '사인검'을 걷어치운다.
20대는 '사다리'를 대려하지만 그 윗세대는 자신들 몫을 위해 그 '사다리'를 걷어차버린다.
어째 뭐가 맞아 떨어진다.

아버지가 찍은 낙인 때문에 고통받는 길동과 형에 의해 밀려난 대군은 20대의 다른 측면들을 상징하면서 오늘날 '88만원 세대'의 모습을 완성하고 있다.

그러나 함께 '88만원 세대'를 상징했던 길동과 대군은 자신들의 현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갈라지게 된다.

길동은 애초에 청나라로 가고 싶어 했다. 자신의 암담한 현실을 도피하려 한 것이다. 그런 길동이 우연찮게 도둑들의 당수를 묻어주게 되면서 청나라로 가지 못하고 도둑들의 당수가 되어버렸다.

현실을 도피하지 못한 길동은 결국 현실에 저항할 수밖에 없다. 길동은 같은 20대 동료들과 연대하여 활빈당이라는 세력을 만들고 사회에 저항하게 된다.

반면 대군은 저항이 아니라 복수를 꿈꾼다. 복수는 계략으로 가능하다. 철저히 이 사회에 순응하는 것처럼 복종하다가 결정적 기회에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이다.

대군은 복수를 위해 기성세대인 객주와 대감의 도움을 받는다. 길동이 같은 세대와 연대하여 나아가는 것은 저항의 장면이다. 대군이 기성세대에 이끌려 나아가는 것은 체제 편입의 과정이다. 복수는 개인적인 행위이다. 따라서 복수가 성공해도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땐 바뀌는 게 없다. 오히려 창휘는 복수라는 과정을 통해 이 부조리한 사회에 부드럽게 편입되는 것이다.

내버려두면 선택된 자에게만 흘러가는 이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려면 한번쯤은 작동을 멈추고 재편을 요구해야 한다. 바뀌기 위해선 몇번의 단절적 저항이 필요한 것이다.

자신이 과장, 부장, 사장이 되어 당당하게 나서야지 하는 개인적 결심들은 기존 시스템에 빠르게 편입하려는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스템의 작동을 오히려 가속화 시켜버릴 수 있다. 그들은 또 다른 386과 기성세대가 되어 세상을 그대로 인수하게 된다. 바뀌는 건 사람이고 세상은 그대로인 것이다.

길동이 대군에게 물었다. "니가 왜 왕이 되어야 하는거지지?" 대군은 아직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대군은 자신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았다. 자신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방법만 물었지 자신이 그걸 왜 가져야 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바로 이게 대군과 길동의 차이다. 자신에 대해 의문을 던져본 길동은 그 근본적 해결책인 저항을 선택했고 자신이 가지고 싶어하는 것만 고민한 대군은 저항을 경멸하고 계략에 의한 복수를 선택했다.

저항의 가치를 경멸했던 사람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대군처럼 똑똑할 순 있어도 그걸 뛰어넘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인간은 못된다.

인간의 서열은 이것뿐이다. 본질적 인간과 비본질적 인간. 본질적 인간이 되기도 어렵지만 본질적 인간성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비본질적 인간은 분명 본질적 인간에 비해 열등하다. 창휘는 길동이보다 열등한 존재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은혜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다. 그녀의 삶에서 사랑의 농도는 너무 짙고 그건 남자에게 많이 부담스런 것이다. 반명 이녹의 사랑은 삶에서 묻어난 것이다. 그래서 향기가 은은하다.진한 화장품 냄새보다 은은한 비누냄새가 원래 더 좋은 법이다.

따라서 은혜가 더 배워야할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삶이다. 만약 이 드라마가 현대가 배경이고 은헤와 길동이 맺어지려면 은혜가 소록도 같은 데 봉사활동 한번 다녀오는 장면이 나와야 한다.

이게 뭔 말이냐고? 글이 너무 심각해진 거 같아 뒤에 한 번 구겨 넣어봤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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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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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정말 "88만원 세대"는 벼랑 끝에 선 것인가?

    Tracked from INFORMATION FACTORY 2008/10/29 11:37  삭제

    88만원 세대.. 이 용어가 나온건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먼저 88만원 세대의 뜻을 보면,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숫자. 20대의 상위 5%만 안정적인 직장을 얻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으로 평생 88만~119만원 사이 임금을 받게 된다는 것 우석훈, 박권일씨가 공저한 책 <88만원세대>에서 처음 소개 오늘 경향신문에서 나온 기사에는 24살 취업준비생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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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넷물고기 2008/02/22 1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tv 를 보면 평균 초임연봉 3천이네 4천이네 라고 해대지만, 정작 주변에 88만원세대가 너무많습니다 .. 며칠전 올려주신 포스팅중에, 최저알바시급에도 못미치는 시급 3100 원도 경쟁을 뚫어야 하듯이 말이죠 ㅠㅠ 가슴아픈 현실을 홍길동으로 묘사해주셨네요 (^^)

    • 2008/02/22 1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런 댓글을 뭐라고 하죠. 댓글 받지 못해 그냥 사라질뻔한 포스트에 이렇게 댓글 하나 붙어주시는 분을.

      장사로 치면 마수걸인가요 ^^;;

      감사합니다.

  2. 소비자방송 2008/02/22 14: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사 읽고 갑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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