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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강도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는 여러 노동자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노동에 상처받은 그들이 토로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답답해졌고 때로는 그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끔찍함까지 느꼈다. 그런 그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은 어떨까. 신랑이 생각나서 눈물이 흘렀다는 사람도 있었고 it기업의 공포스런 노동현실을 알고는 매일 야근하는 아들 퇴직시키고 이민을 가겠다는 아버지도 계셨다.

이번 인터뷰는 매일같이 남편이 야근을 한다는 아내의 이야기다. 아내로서 남편의 야근에 어떤 고충이 있을지 들어보자.                 

남편분이 어떤 일을 하십니까. 회사내 위치가 어떻게 되죠.

제가 일반 직장에서 근무한 적 없어서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마케팅, 컨설팅 쪽인 듯해요. 수주하기 위한 제안서, 기획서 작업 때문에 늦어지고 주말에 나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친구가 세운 회사에 '이사'로 있습니다. 스톡옵션 제안 받고 이직한거구요. 경영진인거 같네요.

야근이 아니라 일때문에 아예 집에 안들어온 적도 혹시 있는지요.

새벽6시에 들어와서 대판 했었는데 대부분 그리 늦는 것은 '술'때문이긴 해요. 근데 그런 술도 접대 때문이거나 회식 때문이니까 일의 일부라고 볼 수 있지만. 암튼 주로 밤새는 경우는 아니고 평균귀가가 11시쯤으로 매우 늦는다는 거예요.

남편께서 일에 자부심을 느끼십니까. 

 울 남편이 속마음을 결코 내보이지 않는 사람이라 무슨생각으로 빡신 생활 견디는지는 모르겠구요. 그나마 대기업에서 기회를 찾아 이직한거거든요. 상장하면 대박 아니라도 얼마간 목돈 좀 만질 수 있을 확률을 봐서요. 대기업에서는 편하게 일했었어요. 근데 거기 생활은 뻔한거니까 옮긴거죠.

결혼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결혼 전에도 남편의 빈번한 야근을 아셨습니까.

이직하고나서부터 이렇게 바빠진 거죠. 연예 때나 이직 전에는 지금에 비해서 '매우' 편한 거 였더군요. 저녁을 주 2회쯤은 같이 먹었고. 집도 걸어다닐 거리 였으니까.

주중 평균11시 퇴근이면 임신 중에 남편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셨을텐데, 임신기간 중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혹시 남편이 늦게 들어와 곤란을 겪었던 경험은 없으셨습니까.

우울증 비슷한게 왔었어요. 내가 일반 직장인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가난하게 살면 되지 인생을 대부분 회사에서 보내는 거 이해 못하니까. 나를 이해시키거나 회사 관두라고 매일 협박 했어요. 임신중 병원은 혼자 다녀도 되는데. 매일 혼자서 지내면서 몸이 자유롭지 않으니 힘들었던 거구요. 그 시기 남편이 줄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은 함께 있어주는 거에요.

출산할 때 남편께서 병원에 오셨습니까. 그리고 남편께서 출산휴가를 받으셨는지요.

출산은 같이 했어요. 매우 당연한거죠. 그런데 당일 면접 약속 한 건 취소하고, 일 정리 시키느라 진통하는 나를 태우고 운전하면서도 계속 전화질 했어요. 출산휴가는 꿈도 못꾸죠. 당일 하루 쉬고 같이 출산 한 것만 감지덕지.

애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시댁과 친정에 가셔야 할텐데, 한달에 몇 번 정도 찾으시는지요. 남편분이 바빠서 자주 못가실거 같은데.

시댁이 3시간 거리 시골이에요. 토요일 갔다가 일요일 올라와서는 집에서 30분 쉬고 회사 나가데요. 일에 미친게 아닌가.

혹시 명절에도 일 때문에 같이 못가거나 한 적 있습니까.

크리스마스~ 1월 1일. 같이 아무 것도 못했죠. 이브날이 자기 베프(베스트 프랜드) 결혼식이었는데도 나를 대신 보냈어요. 뭐할라구 사는건지. 

휴일은 어떻게 보내십니까. 가까운데라도 다녀오십니까.

이사람이 나다니는 걸 좋아해서 한시간 거리 드라이브코스 정도는 종종 다녀와요. 근데 나는 아무래도 너무 몸을 혹사시키는 것 같아서 되도록 쉬라고 해요. 같이 나가도 내 맘이 불편하죠. 이사람은 언제 쉬나~~ 하구.  

아침 출근시간의 모습을 얘기해주십시오.

아침은 신랑 혼자 준비하고 나가면 되구요. 요즘은 아기가 깨고 젖 먹는 시간이 일정치 않아서 아기랑 내가 자면 신랑은 조용히 살금살금 준비해서 휘릭 나가고. 다행히 애가 깨있으면 잠시 안아주고 밥을 먹고 가기도 하구요. 아침에 많이 바쁘진 않아요.

남편의 건강은 어떻습니까. 과로로 병원에 입원하신 적은 없으신지요. 어떤 분은 남편이 야근을 많이 해서 건강보험 잔뜩 들었다고 하던데 그런 걱정은 안하셨습니까.

입원은 없었는데. 진짜 언제 쓰러질지 나는 위태 위태 해요. 종일 컴 들여다 보니까 거북등 증후근 있구요. 허리와 다리가 아프다고 매일 그래요. 마우스 만지는 오른손 손목도 늘 삐끈덕. 근데 딴 거보다. 술 먹고 필름 끊기는게 종종 있어서 뇌출혈, 뇌졸중 등등 강화된 보험을 심히 고려중이에요. 

남편이 아기 기저귀나 우유를 주곤 합니까. 육아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지요.

애 볼 시간이라도 있어야 말이죠. 애를 좋아는 해서 들어오면 애 자는 모습 보다가 자러 가는데. 깬다고 내가 애 못만지게 해요. 아시는지 모르지만, 애가 잠 잘못 깨면 두세 시간 달래야 하거든요.--;; 사람 사는거 안같아요. 

남편의 직장 동료 부인들과 이런 야근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눠 보신 적은 있는지요.

사장이 남편 친구라서. 전에 12시 돼도 연락도 안돼고 일주일 전쯤 필름 끊긴 적이 있어놔서 전화를 했죠. 남편 어딨는지 아느냐고. 암튼 별일은 없었는데 그날 밤 웃꼈어요. 사장이 다시 전화해서 미안하다 하고, 선배라면서 누가 전화해서 미안하다 하고. 왜 미안하냐 했더니 자기가 먹였데. 무슨 학생이냐고요. 선배가 술 먹이고 선배랑 술자리라 전화도 못받나? 이해 안돼는 문화에요. 아 말 나온김에 추가하자면, 사장도 동기고 공대라서 직원들이 선후배두 있구 동기도 있고 회사가 그런 식이니까 무슨 밤새 공부하고 술 마시고, 주말에도 연구하는 랩 분위기 같아요. 경영의 전략인가? 암튼 사회 나와서도 학생처럼 처자식 제껴놓는 공대 연구실 문화!! 그거의 연장선 같아요.

주변에 칼퇴근하는 남편을 둔 친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당연 돌죠. 싱가폴 사는 친구가 매일 이민 오래요. 5시 칼퇴근. 둘은 매일 저녁 같이 먹고 산책. 성과급 확실하니 일만 잘하면 야근 같은 거 없이 돈 제대로 받고. 생활이 완전 다르지. 우리나라 완전 후진국 같아요.

아이가 하나입니까. 혹시 하나 더 낳을 생각은 있으신지요. 지금의 상태라면 쉽지는 않을텐데요.

연옌들 셋씩 낳는 거 이해됩니다. 애는 그만큼 이쁜데 연옌들만큼 돈은 없으니. 그들처럼 시터를 쓸 수는 없고. 현실은 하나로도 버겁죠. 혼자 키우면 완전 뼈꼴 빠집니다.

바라는 거나 다른 계획이 있으십니까. 

늘 계획은 싱가폴이나 좀 더 여유로운 나라로의 이동. 그냥 하고싶은 말은 밥만 먹고 살기엔 내 인생이 넘 아깝다는 거. 밥 먹고 잘 시간만 남기고 모조리 일에 바쳐야 하는 노동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거. 아마도 미래 언젠가는 지금의 내가 "어머나 양반제도에서 여자들은 어떻게 그리 살았을까?" 하는 것처럼 "어머나 사람들이 그렇게 일만 하면서 어찌 살았데? 자기 인생은 없이." 할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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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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