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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블로거컨퍼런스 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컨퍼런스에서 가장 기대한 강연이 박범신이었습니다. 대중적 인기를 노리는 소설가라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분도 계셨는데, 그래도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니 글에 대해 뭔가 들을만한 말을 해줄거라 생각했습니다. 역시 괜찮았습니다.

대충 4가지가 기억납니다.

첫째, 글쓰기는 그 대상을 현실에서 분리해내는 것이다.

어떻게 대상을 현실에서 분리할까요? 대상을 분리하려면 대상을 두드러지게 해야 합니다. 두드러지게 할려면 대상에 집중해서 뭔가를 포착해내야합니다. 포착하기 위해선 관찰을 해야 합니다. 결국 글쓰기에서 관찰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사실 중요한 정도가 아니라 글쓰기가 관찰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찰만으로 대상이 분리되진 않습니다. 대상은 두드러졌을뿐입니다. 이제 두드러진 대상을 떠내야 합니다. 그냥 뜯어내면 이리저리 뜯겨 오만 잡스런 것들과 섞여 올라와 보기 좋지 않은 글이 됩니다. 예쁘게 떠내기 위해선 주변적인 것들을 처내야합니다. 이런 걸 뭐라고 하나요. 쳐내기? 생략?

'대상을 현실에서 분리' 한다는 것은 결국 '관찰과 생략', '집중과 과감성'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집중해서 보고 과감하게 써라.' 이 말이겠죠.

둘째, 자기발언권에 대해 확신을 가져라.

박범신씨가 가장 강조한 것이 이 말이었습니다. 자기도 확신하지 못하는 얘기는 남들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면서 구라를 쳐서라도 자신의 글에 확신을 새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죠. 확신을 새기려면 풍부하고 뚜렸한 논증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글은 치밀해지고 흥미 진진해집니다. 자기발언에 대한 확신은 자신의 글을 맹신하란 말이 아니라 자기발언의 확신에 대한 부담을 가지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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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글쓰기는 담대해야 한다.

이 말을 어떤 의미로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솔직히 한달이나 지난 일이라 기억이 가물한데 ^^;;) 그래서 '담대한 글쓰기'로 검색을 했습니다. 블로그컨퍼런스에서 박범신씨 글쓰기에 대한 포스트가 하나 있더군요.(역시 인터넷이란)

<오늘 날씨가 좋다.>는 도입부 표현 보다는 <나는 오늘 칼 한자루를 샀다.> 표현을 추천. 낯설게 하기 ⇒ 주목


이제 기억나는데 이 말과 함께 <애매모호한 스타트는 상대를 흔들리게 한다>고 말한 것 같습니다. 담대한 표현이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러나 저 담대한 표현을 뒷받침 하기가 참 고통스러울 겁니다. 담대한 문장을 하나 쓸 순 있지만 그 뒤에서 담대한 문장을 뒷받침 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넷째, 무대감각을 지녀야 한다.

박범신씨는 글쓰기를 하나의 연극무대로 생각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건과 인물이 나올 때 어떻게 등장시켜야 할지 글쓴이는 고민해야 한다고 합니다. 옳고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이거 머리가 아프네요.

박범신씨는 글쓰기에 대해 보약같은 말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거침없이 쏟아대는 그의 글쓰기 지론을 블로깅에 적용하자면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현실에서 대상을 제대로 분리하고, 자기발언에 대한 확신을 하면서, 담대한 표현과 무대감각있게 쓰고 싶지만 그렇게 하려면 엄청난 고통이 따릅니다. 블로깅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 됩니다.

어떻게 할까요? 저는 그가 한 말을 다 잊어도 아무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 블로깅은 '글쓰기'가 아니라 '컨텐츠'이기 때문입니다. 블로깅을 글쓰기에 갖혀서 할 필요가 없습니다. 글쓰기는 블로깅의 토대가 아니라 조금 중심부를 차지하는 한 영역으로 보면 됩니다.

만약 글쓰기가 능숙하지 않고 귀찮다면 글쓰기를 최대한 줄여 컨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진 등의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더 주목 받는 컨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블로그입니다. 거기에 텍스트는 일부일 뿐입니다. 오히려 글쓰기에 갖힌 블로깅은 글쓰기에 맞지 않는 멀티미디어적 표현을 제한하여 블로깅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박범신씨 이야기가 부담스러우면 잊어먹어도 됩니다. 블로깅 하는 데 별 문제 없습니다. 글쓰기를 못한다고 해서 블로깅을 못하는 건 아닙니다. 글쓰기는 블로깅의 영역을 넓혀주지 블로깅의 수준을 높이는 건 아닙니다.

결론은 블로깅은 글쓰기가 아니니 박범신씨 말에 크게 신경쓰진 말자는 겁니다. 박범신씨 말이 고맙고 귀중한 말씀이시긴 하지만서두.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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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2008 블로거 컨퍼런스에서 보낸 하루이야기

    Tracked from 꿈먹는 하마가 되자! 2008/04/08 21:54  삭제

    지난 3월 16일 주일(일요일), 저는 2008 블로거 컨퍼런스에 참여했습니다. 약 3주전 일이라 생생한 느낌은 덜하지만 제가 찍었던 사진을 토대로 컨퍼런스의 하루를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위에 보이는 사진은 행사장으로 올라가는 모습부터 접수하는 곳까지의 모습입니다. 접수하는 곳에 가보니 나레이터 모델 하시는 분들이 접수 진행을 하시는 것 같더군요. 그동안 참여했던 여러 블로그 행사와는 느낌이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위 사진은 방명록을 남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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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망롤랑 2008/04/08 2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가는 이야기네요..

  2. J준 2008/04/09 16: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죠. 지나치게 글쓰기에만 몰두하면 화려한 글쓰기만 남아있는 썰렁한 블로그가 될지도...좋은 내용입니다. 그런데 전 지금 제 블로그에서 글쓰기를 강조하고 있네요. 헐헐... -_-;;(뻘쭘)

    • 2008/04/09 18:34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리될 걸 예상 못한 바 아니지만 정말 이리되니 허탈해서리 댓글 달 힘도 없네요. 오늘이 선거날이죠. -_-;;

      저도 이미지는 확실히 챙길 겁니다 앞으로.

  3. funny 2008/04/12 09: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감사합니다. 요즘에는 블로그의 컨텐츠도 중요하지만 자기만의 '색' 이 있어야 하는것 같아요.

    • 2008/04/12 1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요즘 그 고민을 많이 합니다. 남에게 제 블로그를 뭐라고 소개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