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영화를 보고나면 관객들이 나올 때 민망해서 서로 얼굴을 돌리죠. 지브리 전시가 그랬습니다. 민망함의 정도는 그 어떤 영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극악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민망할 정도로 재미를 느끼지 못한 건 서울 지브리 전시에서 입소문이 난 조형물을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시물의 99%는 그냥 액자와 그림이었습니다. 그것도 조명에 눈이 부셔서 잘 보이지도 않는. 들어갈 때 사진 찍으면 안된다는 주의를 듣고 '그럼 서울 지브리 전시의 사진은 뭐지?' 했는데 들어가자 마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찍고 싶은 조형물이 없었으니까요?

왜 이런 참사가 벌어진 걸까요? 그건 서울 지브리 전시와 부산 지브리 전시의 내용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지브리 '조형전'이고 부산은 지브리 '건축전'입니다. 그런데 부산 시민들은 지브리란 말만 듣고 서울의 그 조형전 전시를 떠올리고 애들 손잡고 연인 끌어안고 스마트폰으로 셀카 찍을 생각에 부풀어 전시장을 찾은 것입니다.




부산 지브리 건축전은 건축 전문가이거나 지브리 덕후라면 관심있을지 몰라도 일반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전시가 아닙니다. 그런데 아빠 엄마 손잡은 애들과 나들이 옷 차려입은 연인들 수천명이 끝없이 줄을 서서 그 액자 그림들을 관람했던 겁니다. 일본 지브리 본사가 이 소식을 듣고 놀랬을지 배를 잡았을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지브리와 전시를 주최한 대원미디어가 부산시민에게 사기를 친 건 아닙니다. 제목도 달랐고 따라서 내용도 달랐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참 너무나 개궁금합니다. 왜 서울은 '조형전'을 해놓고 부산에도 지브리가 왔다면서 엉뚱한'건축전'을 하십니까? 왜 서울엔 사진도 찍고 재밌게 놀게 해놓고 부산은 사진을 못 찍게 합니까? 부산시민이 지브리 건축전의 실상을 너무 빨리 알까 걱정이 되어서 인가요?

당신들이 사기친 건 아닙니다. 주말 하루 깨끗이 속았고 2만4천원(1매 1만2천원) 순식간에 날라갔고 그리고 부산이 지방이라 만만해서 이런다는 생각이 드는 건 기분 탓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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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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