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일 시작된 촛불집회에 대해 20일 쯤 이후로 불만스런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합니다.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집회에 '항의'는 없고 '노래와 춤'만 있다는 비판들이 쏟아졌습니다.
 
청계천 안에서 문화제로만 진행되는 촛불집회 방식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촛불이 정부에게 보다 강력한 저항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가두행진을 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가두행진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드디어 5월23일 아고라에서 한 네티즌이 그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나섭니다. 그는 청계천의 집회를 가두행진으로 이끌어보자면서 24일 386이 주축이 된 아고라인의 집회를 제안합니다.

그의 글은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고 24일 7시 실제로 200명 가량의 시민들이 청계광장 건너편에 모였습니다.

처음 집회는 혼선을 빗습니다. 이날 집회를 제안한 쪽에서는 청계집회의 단상을 점거하여 촛불을 가두시위로 이끌자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쓸데없는 희생.'이라며 아고라인들 주축 모임으로 점점 세를 불려나가면서 가두시위를 천천히 시도하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지면서 처음엔 아고라만의 집회로 가닥을 잡습니다.

약 1시간 가량 아고라인들의 치열하고 생생한 오프 토론이 벌어집니다. 그러다 경찰의 9시 이후 해산하지 않으면 진압하겠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참여자들은 다시 집회의 방향에 대해 토론을 하게 됩니다.

결국 개별적으로 이동해 청계광장 한쪽에 모인 후 가두시위에 앞장서자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고 9시10분 쯤 청계광장 한쪽에서 구호소리가 높아지고 집회는 잠시 소란스러워집니다. 그때 누군가 단상에 올라와서 외칩니다. "청와대로 갑시다." 곧 우뢰와 같은 함성이 쏟아지고 군중들은 일어나 거리로 행진하기 시작합니다.

그야말로 영화 속 한 장면입니다. 마치 적에게 포위된 아군을 돕기 위해 저 멀리서 구원군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장면을 보는 것 같은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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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는 건 장면의 감동적 효과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장면엔 우리가 두고두고 해석해야할 의미도 충만합니다.

24일 아고라인들이 활용한 인터넷과 5월2일 촛불의 시작에 활용된 인터넷은 그 내용이 많이 다릅니다. 2일은 인터넷을 통해 대중이 결집한 날이고 24일은 인터넷의 집단지성이 오프라인으로 뛰쳐나온 날입니다.

인터넷 내에서의 토론과 논의만으로 24일 수백명의 오프 모임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임은 직접 행동으로 촛불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어 냈습니다. 온라인에서의 집단지성이 오프의 실제적 역사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아고라의 논의를 계속 지켜본 네티즌들은 온라인의 논의가 그대로 현실화 되는 것을 보고 놀라움과 희열을 동시에 느꼈을 겁니다. 그들은 현실을 인터넷게임처럼 기획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역사상 처음으로 겪고 느꼈습니다.

아고라의 네티즌들이 오프라인에서 가두시위를 앞장선 장면은 영화 매트릭스를 떠오르게 합니다. 인터넷의 집단지성이 오프로 뛰쳐나간 것은 매트릭스에서 니오와 전사들이 사람들을 구하기위해 매트릭스로 들어가는 장면과 맞아 떨어집니다.

매트릭스와 2008년 대한민국은 온과 오프가 정 반대의 개념입니다. 그 기준은 조작의 유무입니다. 조작된 세계 매트릭스가 보수언론의 조작이 판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트릭스의 조작의 세계를 벗어난 사람들은 시온으로 갔지만 2008년 한국인들은 인터넷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시온에서 길러진 전사들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다시 매트릭스로 투입되듯 인터넷에서 조작의 영향을 받지 않은 집단지성은 조작된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 오프로 뛰쳐나가게 됩니다. 온라인에 남은 집단지성은 계속 오프의 그들과 연락을 취하면서 정보와 무기들을 공급합니다. 

인터넷에서 집단지성을 형성한 대중은 매트릭스의 시온처럼 조직력에다 조정력까지 갖춘 집단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집단지성의 대중은 이제 조작에 대해서 즉각적인 반응과 행동을 보일 것입니다. 대중은 이제 예전의 그 대중이 아닙니다.

24일을 기억해야할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이날은 미디어역사에 남을 역사적 날입니다. 내가 200여명 모인 이 날 집회의 장면들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은1인 미디어 BJ라쿤님의 중계 방송을 시청했기 때문입니다.

몇겹의 경찰이 둘러싸고, 해산의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1시간30분 동안 참가자들의 격렬하고 긴박한 토론이 인터넷에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온라인으로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들과 똑같은 분노, 두려움,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그 어떤 드라마나 스포츠 중계도 넘볼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날 온라인 방송으로 목격한 장면을 블로거기사로 보냈더니 어떤 분은 내게 서울에 올라왔냐는 연락을 주기까지 했습니다. 200명 정도 모인 집회가 방송되었다는 걸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역사적이고 긴박한 그 무엇보다 재밌는 이 장면을 1인미디어가 중계했다는 건 대단한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그간 제법이네 하며 1인미디어를 바라보던 기존미디어로서는 떡실신입니다. 그날의 중계는 그들이 상상하지도 못했고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할 수 없는 보도를 한 1인 미디어를 기존 미디어는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이로써 기존 미디어의 1인 미디어에 대한 냉소적 시각은 일거에 해소되었습니다.

5월24일 청계천에서 역사가 있었습니다. 정교한 조정력을 갖춘 대중이 나타났습니다. 기존 미디어가 1인 미디어에게 두손을 들었습니다. 이건 세계사적 사건입니다. 촛불을 기록한다면 이 날은 반드시 집어넣어야할 겁니다.


이 글에 이어 촛불문화제를 제가 꼴리는 대로 분석해본 2개의 글을 더 올리겠습니다. 두번재로 <향후 1인미디어의 진행 방향>과 세번째 <초상권을 집어치워라.>를 준비 중입니다. 쓰다 힘들면 안할 수도 있으니 나중에 시비 걸진 마세요.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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