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몇년 만에 KBS9시 뉴스를 관람했습니다. 관람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뉴스를 채널 고정해놓고 장시간(20분 이상) 지켜보는 시청행위를 안해본지 십년도 넘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이 활성화 된 이후론 9시 뉴스에 몰입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리모콘과 인터넷의 등장으로 5분이상만 채널 고정해도 '시청'이 아닌 '관람'을 하는 느낌입니다.  

어쨌든 봤습니다. 1월15일 저녁 8시59분에 채널을 9번으로 고정했습니다. 이명박정권의 의도대로 인사가 이루어진 후 KBS의 뉴스에서 정권에 비판적인 뉴스가 사라졌다는 말이 들리는데 그 평가를 제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날 첫번째 뉴스는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한 혼란스런 금융계 소식입니다. 정권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뉴스로 보이는데 첫번째 소식으로 다루었습니다. 관영화 되었다는 소문과는 조금 다르게 강해보이는 모습입니다. 일단 뉴스의 아이템 선정과 배치에서 관영뉴스의 흔적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그 다음에 이어진 뉴스에서는 이날 벌어진 시장의 혼란을 분석합니다. kbs9시뉴스는 이날 금융시장 혼란의 무게중심을 해외요인에 두는 모습입니다.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각국 증시도 대폭락했습니다. 이런 폭락장에 한국이 버텨낼 재간이 없었겠죠.




그리고 올해 주가가 40% 추가 폭락할 것이라는 해외석학의 예측도 전합니다.

이쯤되면 kbs9시뉴스를 보는 사람은 이날 금융시장의 혼란이 정부로선 역부족이라는 점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위기이지만 정부 잘못은 아니라는 거죠. 




경제위기와 정부의책임을 분리시킨 kbs 뉴스, 이제 이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대기업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대기업의 임직원들은 솔선수범해서 임금을 깍겠다고 합니다. 세계 경기는 안좋고 그래서 기업의 임원들은 임금을 반납하고. 결론은 모르지만 뉴스 흐름은 아주 좋습니다. 밀어주고 끌어주고.




그리고 이어지는 뉴스에 이명박대통령이 등장합니다. 세계경제는 안좋고 대기업들도 이 경제위기에 맞춰 임금을 깍는 이 상황, 이제 노동자들도 그에 화답해서 임금 낮춰야 한다고 합니다. 





청와대를 배경으로 뉴스의 흐름에 딱 들어맞는 멘트를 날리는 이대통령. 김기환위원은 좀 더 나서서 공기업도 낮춰야 한다며 이대통령 발언을 경호합니다. 

kbs9시뉴스는 그 다음 소식으로 노래방 화재소식을 배치하면서 숨가쁘게 달려온 6꼭지의 경제위기 뉴스드라마 한편을 끝냅니다. 이대통령은 이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한 것입니다. 

이 드라마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외부에서 무시무시한 경제위기가 닥쳐왔습니다. 이 위기는 우리가 자초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위기의 영향은 누구보다 더 많이 겪고있습니다.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그걸 지켜보는 대통령은 솔선수범하는 기업들과 함께 우리도 이 위기를 헤처나가기 위해 대졸자 초임도 깍자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위기에는 다른 나라와 차이점이 있습니다. 주가만 변동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환율까지 같이 움직이는 편입니다. 이때문에 우리의 환율 변동성은 내부요인에서 기인했고 이번 경제위기는 내외부의 요인이 겹쳤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kbs9시뉴스는 이런 점은 외면하고 이날 발생한 금융혼란의 원인에서 외부의 위기만 강조합니다. 

그리고 대기업 임원들이 깍은만큼 노동자들은 임금을 깍을 수 없습니다. 부자에게 10%는 불편한 액수지만 노동자에게 10%는 생존과 관련이 있습니다. 대기업임원들 임금삭감기사 다음에 이명박대통령의 대졸자 임금 낮추라는 기사를 배치한 것은 노동자의 임금삭감을 부추기는 듯 한 인상을 주기 알맞아 보입니다. 

위 두 가지를 반영했다면 kbs9시뉴스는 덜 불편했을 겁니다. 그럼 정부가 불편해졌을지도 모르지만.

참고로 kbs와 mbc의 1월15일 9시뉴스 내용을 올립니다. kbs뉴스가 한가지 더 눈에 띄는 것은 미네르바구속적부심기각 소식이 주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24꼭지에 있어 지역에 계신 분들은 이 소식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mbc는 주요하게 다루었고 두꼭지나 나왔습니다.





또 참고로 이날 포털의 주요뉴스입니다. 네이버 가장 많이 본 뉴스는 미네르바이고 다음도 굵은 선으로 주요 뉴스로 오래 동안 걸어두었습니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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