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집에서 발견한 책입니다. 6.25 종전 다음 해인 1954년에 해방 10주년을 기념해서 나온 책입니다. 책 맨 위에 "희망별책"이라고 쓰인 걸로 보아 희망이란 잡지의 별책부록으로 나온 책인 듯 합니다.




책은 해방 후 10년 간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몇 줄 읽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해방 후10년 간의 역사도 알 수 있지만 그 역사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시각도 알 수 있었습니다. 옛날 책을 읽는 재미가 바로 이런 층위를 읽는 재미일 것입니다.

본격적인 읽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먼저 400여 페이지의 책을 대강 훑어봤습니다. 당연하겠지만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광고였습니다. 당시 시대상이 반영된 재밌는 삽화와 글귀가 상당한 읽기의 재미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54년 전 광고의 대부분은 의료광고들입니다. 세어보니 20개 광고중 13개가 의료광고들이었습니다. 아마 전쟁 직후라 아픈 사람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광고를 올릴만한 제대로 된 기업도 없었을 겁니다.




책의 3페이지부터 주사진통제 광고가 나옵니다. 진통제가 메인 광고를 차지할 정도로 그 당시 전쟁의 휴유증으로 심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진통제를 자주 쓰면 중독되진 않을까요? 광고에선 비마약알카로이드라고 광고하는데 다음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알카로이드 자체가 마약입니다. 그리고 이런 진통제도 구하지 못한 사람은 진짜 마약을 진통제로 썼을 겁니다.




진통제의 영향 등으로 인해서 당시 사회 전반적으로 마약이 많이 유통된 듯 합니다. 그래서 이런 마약중독을 치료하는 약광고도 뒤에 나옵니다. 만성마약중독을 치료한다고 합니다.




진통제 광고 바로 옆에 나온 두통약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두통은 가장 빈번한 증상인 듯 합니다.




이 광고 자세히 보십시오. 이게 제약 광고카피의 원형 아닐까요? 우리가 지금도 쉽게 듣는 제약광고카피의 친근한 문구가 다 나옵니다.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맛 좋고, 가장 먹기좋은", 이 문구 들으면 떠오르는 약 있죠?

"필위구"란 약의 작명기법도 제약업계 뿐만 아니라 모든 상품의 고전적 작명법입니다.  

"외국제를 사용하시기 전에 시용하여 보시옵소서" 라는 말도 많이 듣던 소리죠.




당시 소아마비가 흔한 질병이었죠. 동네 한 두 명 보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건 활명수의 카피품으로 보이는데. 동아제약도 그 당시...




성병도 많았는가 봅니다. 매독·임질 전문이라고 합니다. 악성만성으로 백약이 무효인 사람들이 최후적으로 써달라고 합니다.




기관지약입니다. 전국 유명 약국에서 판매한다고 합니다. 트레이드마크까지 만든 걸 보니 당시로선 꽤 큰 기업인 듯 합니다.




얼마전 김남수옹의 침구논쟁이 한바탕 있었죠. 김남수옹 말처럼 예전엔 뜸이 상당히 대중적인 치료법이었군요. 뜸을 뜨는 기구를 파는 광고가 나올 정도로. 특히 부인들이 많이 이용했나 봅니다.




역시 옛날에도 자양강장제는 있었군요.




안티프라민이 연고가 아니라 파스에서 시작한 건가요? 이건 문국현대표께 물어보고싶습니다.




치질은 한국인의 대표질병이군요.




광고가 여러 개입니다.



이 약은 솔직히 정체를 잘 모르겠네요.




셋째 줄에 비이과, 안과, 윤곽이라고 쓰인 부분을 보십시오. 지금은 '이빈후과'인데 당시엔 비후과였나 봅니다.

그런데 윤곽은 뭘까요? 얼굴윤곽? 정형외과에서 윤곽이라니...




예전엔 정형외과에서 성형도 했나 봅니다. 미용상담한다고 위에 크게 박아놓고 있습니다. 과거 곰보얼굴이 많았는데 그걸 치료한다는 걸까요?

여기서도 카피의 원형을 발견합니다. 치료전 치료후 그림이 54년 전부터 나온 거였군요.


Posted by 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