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같은 반 고3 학생들이 졸업을 기념하며 만든 책입니다. 짐 정리할 때마다 한 번 씩 손에 들게 됩니다. 이 붉은 표지를 보면 당시 '반지'를 만들겠다며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친구들 모습이 떠오릅니다. 

제목 '제칠면의 칠자는 7반을 의미합니다.

제목 아래 '첫번째 일구팔칠이월'은 이 책이 나온 때가 1987년 2월이고 이후에도 반지가 이어질 것임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론 이후 반지가 더 나오진 못했습니다.  

수도꼭지에 그려진 '54'는 반의 인원을 의미합니다. 당시 고등학교 교실에 50명 이상이 일반적이었습니다.

30은 무슨 의미인지 기억이 안납니다. 고3이란 말이었을까요?


간만에 20년 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페이지를 넘기는데 뒤쪽에 앙케이트가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가 이런 재밌는 걸 했었나? 앙케이트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예전엔 우리 자신의 얘기라 별 관심을 가지지 못했는데 20년이란 세월이 그 의미를 각별하게 한 모양입니다.  
 




앙케이트를 시작하며 날리는 친구의 일갈이 대단합니다. tv에 나오는 비현실적 인물들이 아닌 우리들의 의식을 알고자 설문조사를 하게되었다고 합니다.  




가장 관심은 역시 학력고사입니다. 당시엔 학력고사 성적만으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만족보다는 실망이 많습니다. 시험 잘쳤다고 자찬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저는 '아주실망'에 적었을 겁니다. 재수했으니깐 당연하죠.




한 학년 간 독서량이 '전혀없다'가 11명나 되는군요. 당시도 입시열 때문에 책 읽기는 어려웠습니다.




이 부분이 재밌습니다. 21년 전 고등학생들의 음주흡연과 이성교제 관한 설문입니다.

음주에 대해선 긍정이 40명이고 부정이 13명입니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합니다.

순결을 '반드시지켜야 한다'에 대해서 남성은 19명 여성은 28명입니다. 참고로 남자고등학교입니다.

담배는 비흡연자가 70% 가까이 됩니다. 지금과고 비교하면 어떤지 궁금하네요.

술 마셔 본 사람들은 좀 됩니다. 70%가 마셔본 적이 있고 '술 마신 적이 많다'는 친구도 11명입니다. 




부모와의 대화가 드물다는 사람이 54명중 28명입니다. 당시도 '부모와 대화가 부족하다'가 청소년 문제 단골 이슈였습니다.

7명은 부모와 갈등이 빈번하다고 합니다. 저 7명은 그러면 대화도 빈번할 수도.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기독교계열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이 들어갔을 겁니다.

신이 계실 것 같다는 의견이 39명입니다.




자신의 장래가 암담하고 불투명하다고 평한 친구가 19명이나 된다는 게 좀 놀랍습니다. 아마 학력고사 성적과 관련되어 저런 생각을 하게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3년에 대해선 긍정이 많습니다. 인생의 황금기였다는 사람도 3명이나 됩니다. 
 
앙케이트는 여기까지입니다.




편집 후기 중, 발간이 늦어진 이유가 눈에 띕니다. 문교부의 교육행정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마 당시 문교부에서 검열을 했었나 봅니다. 87 항쟁 일어나기도 전이나 거의 99% 했을 겁니다.

올해 졸업하시는 분들도 이런 반지 하나 만들어보시죠. 앙케이트 해두면 지금 저처럼 20년 뒤 좋은 추억이 될 겁니다.

근데 지금은 옛날 같은 저런 검열이 없겠죠.

Posted by 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