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20대는 가장 찬란한 시기이다. 남자에게 20대는 풋내기 시절이다. 풋내기 20대 남자는 또래의 찬란한 20대 여자에게 압도 당한다. 자신 앞에서 욕구를 감추지 못해 어쩔줄 몰라하는 또래의 20대 남자를 보고 여자들은 재밌어 한다.

20대 연인 사이에서 연애권력은 여자에게 있다. 그래서 20대의 사랑 얘기는 어김없이 남자의 여자에 대한 복종과 충성의 얘기다. 권력자인 여자는 또래의 이성에게 명령을 내리고 그들이 아직은 어리다며 불평을 한다.

그러나 이런 연애권력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뀐다. 여자는 나이가 들면서 20대 연애권력을 지탱한 육체의 아름다움을 잃게 되는 반면 남자는 사회권력을 쌓아 육체가 상실한 것 이상의 연애권력을 얻게 된다.

30대 어디 쯤에 남자와 여자의 연애권력에서 역전이 일어나게 된다. 풋내기 였던 남자는 당당하고 세련되지고, 육체의 빛을 잃은 여자는 남자의 권력 앞에 초라함을 느낀다. 여자는 투항하고 남자는 짜릿한 역전의 희열을 맛보게 된다. 성차별적이긴 하지만 이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일반적 진실이다.




영화 '벤자민'에서 벤자민은 노인으로 태어나 아기가 되어 죽을 운명이다. 벤자민은 연인과 인생의 황금기가 교차하는 게 아니라 아예 시간의 방향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벤자민과 데이지는 그 어느 연인보다 극적인 교차점을 보여준다. 벤자민이 60대일 때 20대의 아름다움을 빛내던 데이지는 벤자민이 찬란한 육체의 시기에 50대의 중년의 몸이 되어버린다. 

찬란하게 빛나는 20대의 여자를 보고 언젠가는 저 여자 앞에서 자신있게 나서겠다고 다짐한 남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섯을 때 그녀나 또는 그녀만큼 찬란했었을 여인 앞에 다가가 손을 내민다. 벤자민이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는 것은 여자 앞에서 다짐했던 남자가 이룬 이런 자수성가의 상징이다. 그리고 교차점에서 만난 연인은 벤자민이 그랬던 것처럼 한동안 뜨거운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런데 교차점에서 발생한 역전은 멈추지 않고 점점 차이를 더 벌리게 된다. 여자는 늙어가고 남자는 더 많은 권력을 얻는다. 점점 여자는 남자가 늙은 그녀의 몸을 처다보지 않을것이 두렵다. 남자도 여자의 육체에 대한 흥미를 잃어 사랑의 결심이 흐트려질 것이 걱정된다. 

아름다운 러브환타지에 너무 현실적인 해석일까? 그렇지않다. 영화 '벤자민'에서 섹스는 줄곧 나온다. 벤자민이 동정을 뗀 장면이 나오고 데이지의 자유분방한 사생활도 암시한다. 그리고 어렵게 만난 두사람은 대부분의 시간 섹스만 하면서 육체의 교차점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현실의 연인이 연애권력의 교차점에서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 하듯 데이지와 벤자민은 육체의 교차점에서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벤자민은 아이를 위한다며 데이지를 떠난다. 이건 매력을 상실한 여자를 떠나는 남자에 대한 상징일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여자는 자연스럽게 아이에 집중하고 남자는 그걸 핑계로 다른 것에 탐닉한다. 

이제부터 또 다른 역전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남자는 가정의 권력을 잃고 아이와 연결된 여자는 가정에서 권력자가 된다. 아이와 함께 한 여자는 성숙해지고 가정을 떠난 남자는 계속 젊어져서 아이가 된다. 그리고 남자는 너무 어려져서 어느 순간 권력은 사라져버린다. 마지막에 남자는 아이가 된다. 여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이처럼 포근한 숨을 쉬며 마지막을 맞는 것이 그에게 남은 꿈이다. 벤자민은 연인의 품에 안겨 아이같은 숨을 쉬며 죽었다.





Posted by 커서
TAG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단군 2009.02.14 17: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 이 영화 맛나겠네요...기다려 지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