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입니다. 어제 저녁부터 고속도로가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짐을 꾸려 동해로 서해로 해운대로 많은 사람들이 피서를 떠났습니다. 그 중에 제주도로 가시는 분들 있죠. 제주도엔 남한에서 제일 높은 한라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멋진 바다도 4면에 걸쳐있습니다. 피서지로는 최고의 관광지입니다. 제가 아는 분도 어제 온 가족이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아마 지금 쯤 제주도의 산과 바다는 관광객들로 북적일 겁니다.




제주도에 가면 대부분 이런 코스의 관광을 즐기고 있겠죠. 폭포에 가고 테마파트를 들리고 한라산도 하루 오르고 바다에서 회도 먹을 겁니다. 위의 일정은 고등학생들 수학여행일정인데 제주도에 관광차 들리는 사람이라면 저런 일정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4.3항쟁 기념관



그런데 좀 아쉽습니다. 제주도엔 아름다운 산과 바다 말고 또 봐야할만한 곳들이 있습니다. 바로 역사입니다. 제주도는 한국전 직전 4.3항쟁으로 수만명이 학살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슬프고 잔인한 양민학살의 역사가 있는 곳이 바로 제주입니다. 그런데 이런 역사는 관광객들에게 외면되고 있습니다.


제주 4.3평화공원 기념관 홈페이지


그래서 제주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몇개의 관광지 추천합니다. 여기는 제주 4.3평화공원입니다. 제주도 양민학살의 역사를 잊지않기 위해 세운 기념관입니다.




가시면 아마 실망하시진 않을 겁니다. 공원은 잘 지어놓았습니다. 관람자료들도 볼만합니다. 보통의 관이 주도한 기념관과 달리 이 곳은 제주도민의 염원에 따라 만들어진 기념관입니다. 그러다보니 기념관의 내용이 알찰 수밖에 없습니다.







양민학살을 상징하는 조형물들이 공원 곳곳과 전시실에 있습니다.

기념관은 제주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찾아가기 어렵지 않습니다.




기념관 뿐 아니라 양민학살현장의 유적지들도 제주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사진 속의 장소는 한경면 월령리에 있는 무명천할머니의 삶터입니다. 무명천 할머니는 4.3항쟁 당시 토벌대의 총에 턱을 맞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셨지만 턱을 잃고 평생을 우울증과 불안감에 사신 분입니다. 지난 2004년 돌아가신 후 시민들이 무명천할머니의 삶터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무명천 할머니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고.

먹는 모습 절대 보여주지 않았던 무명천 할머니



여기는 백조일손묘역입니다. 양민이 학살된 후 몇년 뒤 유해를 찾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족들은 머리나 등뼈, 팔, 다리뼈 등의 시신의 부분들을 적당히 맞추어 132구를 다같이 안장하고 이 묘역을 백조일손이라 명명하였습니다. 그 뜻은 "조상이 다른 일백서른 두 할아버지의 자식들이 한날, 한시, 한곳에서 죽어 뼈가 엉기어 하나가 되었으니 한 자손"이란 것입니다. 이 기가막힌 양민학살의 현장은 대정읍 상모리에 있습니다.

이외에도 4.3유적지는 제주도 곳곳에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섯알오름 4.3유적지

낙선동 4.3성

성산읍 4.3유적지

제주 4.3원혼 떠도는 다랑쉬굴


그런데 제주도는 4.3양민학살보다 더 비참한 학살의 역사가 일제에 의해 자행될 뻔했습니다. 일본군이 2차대전 말기 오키나와에서 벌였던 옥쇄투쟁이 하마터면 제주도에서 벌어질 뻔했다는 겁니다. 정말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일본이라는 타민족에 의한 학살에서 다행히 벗어난 제주도민은 동족에 의해 학살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일제시대 말기 일본군은 제주도에서 옥쇄투쟁을 벌이기 위해 제주도 곳곳에 군사기지를 지었습니다. 이것은 적들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오름'에 지어진 고사포진지입니다.




저 둥그런 곳에 이런 고사포가 배치되는 것입니다.




이건 비행기 격납고입니다. 모슬포 일대 밭 한 가운데엔 이런 격납고 수십개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만약 제주도에서 일본군의 옥쇄투쟁이 벌어졌다면 이 격납고를 파괴하기 위해 미군이 여기에얼마나 많은 폭격을 퍼부었을까요? 정말 생각만해도 몸소리 쳐집니다. 이렇게 비극의 역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그대로 드러낸 곳이 이 나라에서 제주도 말고 또 있을까요. 

일제전전시설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로

모슬포일대 일제전적시설




벽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은 제주평화기념관 관람 후 관람객들이 붙이 짧은 감상문입니다. 감상문 중엔 어린 학생들의 소감이 꽤 많이 붙어있습니다.




올 여름 제주도에 가신다면 제주도의 아름다운 곳만 보시지말고 이런 비극의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와 기념관도 같이 보고 오시길 바랍니다. 학살의 역사가 또 반복되지 않으려면 아이들에게 이런 비극의 역사를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는 가족관광지로 추천할만하다는 생각입니다.


Posted by 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