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적 있다. 질문에 답을 하는데 어느 순간 컴퓨터 자판 소리가 멈추더니 경찰의 얼굴에 짜증이 스쳤다. 한 호흡 늦춘 경찰이 이렇게 물었다. "얼마나요?"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답변에서 당시 나는 '매우'나 '아주'같은 부사를 썼었다. 경찰은 그 정도가 얼마인지를 정확히 답하라고 한 것이다. 할 말이 없었다. 정도를 따질 수가 없었다. 말문이 막힌 나에게 경찰이 조용히 충고를 했다.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자꾸 길어져요." 

그때 진술서가 무언인지 알았다. 그건 글이 아니었다. 사건에 대해 최대한 건조하게 작성하는 기록이었다. 


김민선의 글은 순수한 의견이 아니라 “미국인도 피하는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미국산 쇠고기”, “LA에서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 적시가 포함되어있는 글이다. 김민선이 적시한 사실이 허위라면 이는 민형사 책임의 위험선을 넘게 된다. 내가 김민선의 지적 수준이 떨어진다는 뜻은 김민선이 적시한 사실을 입증할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능력도 없으면 왜 사실을 적시하고,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사과도 하지 않고 “어쩌겠어요”라며 버티고 있냐는 것이다."박중훈 글 마음껏 쓰고, 김민선은 빠져라"



변희재씨의 글을 읽게되면 먼저 드는 생각은 '재미가 없다'이다. 두어 줄 읽고나면 더는 읽을 생각이 없어진다. 그래서 그의 글을 제대로 읽은 적이 거의 없다. 변희재씨가 중심에 선 이번 김민선논쟁도 그렇게 시끄러웠지만 나는 그의 글을 읽지않았다. 그러다가 변희재씨의 글에 대한 다른 이들의 반론을 읽고 그 내용을 파악하게 되었고 논쟁에 관심이 생겨 그의 글도 읽게 되었다.

이번 논쟁에서 변희재씨는 김민선씨가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고 주장한다. 반론에 대한 재반론에서도 그는 반론자들에게 그래서 김민선씨가 한 말이 사실임을 입증할 수 있냐며 이 주장을 반복한다. 사실 여부를 따지는 그의 주장을 읽고있으면 꼭 진술서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때 스친 경찰의 짜증난 표정도 함께 떠오른다. 

김민선씨의 발언에 법적 잘못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법적 문제만을 확인하고 끝낸다면 그건 진술서다. 앞서 말했지만 진술서는 글이 아니다. 만약 변희재씨가 진술서쓰기가 아닌 글을 쓰고있다면 더 많은 것을 담아야 한다. 광우병논쟁에서의 김민선발언의 맥락과 당시 상황 등도 고려해서 비판하고 반론해야 하는 것이다. 

광우병에 대한 사회 전반적 공포가 존재하고 이에 대한 정부나 추진하는 정치세력의 대처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김민선의 발언만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 정부는 협상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렸는가?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적절했나? 광우병에 대해 조중동 등의 언론들은 어떻게 보도했나? 한나라당의 정치세력은 광우병에 대해 어떤 입장이었다. 그들은 일관된 태도를 보였나? 광우병에 대한 불안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정부는 우왕좌왕했는데 그때 나온 광우병에 대한 발언의 사실 여부를 따지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 김민선씨가 틀렸다치자. 그래서 어쩌자는 것인가? 그 전에 틀린 자들은? 불신을 자초한 정부는? 이런 연속되는 의문에 답하지 않고 김민선씨 발언의 허위 여부만 따지면?

사실 여부를 따져 판단하는 것은 법이 할 일이지 글이 할일은 아니다. 논쟁은 법적인 의미가 아닌 사회적 의미를 가져야 한다. 그럴려면 사실여부만이 아닌 논쟁에 관계된 쟁점들을 폭넓게 살피는 글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대한 각각의 반론도 필요하다. 이게 바로 글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이다. 그러나 변희재씨는 김민선 발언의 사실 여부만을 줄기차게 따지면서 논쟁에서의 글의 역할은 하지 않고 법의 대리 역할만을 맡고 있는 듯 하다. 그러니 변희재의 글을 보면 진술서를 읽는 느낌이 들게 되는 것같다.  

변희재씨가 사회적 책임도 일부 따지긴 한다. 그러나 그 방향이 영 틀린 듯 하다. 변희재씨는 김민선의 발언의 맥락을 광우병논쟁에서 찾지않고 훨씬 더 먼 연예계문제에서 찾는다. 보다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광우병의 당사자들을 거론해서 좀 더 심도있는 논쟁은 하지않고 김민선의 배경이 되는 연예계를 거론하며 논쟁을 연예계비리로 돌리고 있다. 이건 논쟁에서 올바른 태도는 아닌 듯 하다. 광우병 문제에서 정부의 대책이 아무 잘못이 없었는데 왜 그러냐는 반론이 되어야 하는데 너는 꿀리는 데 없을까 함 파보까 식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박중훈과 마찬가지로, ‘왕의 남자’의 정진영의 팬이기도 하다. 이들이 무개념 네티즌들과, 정략적 지식인들의 선동에 휘말려 위험한 판에 들어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도 꼭 반드시 사회참여를 하고 싶다면, 다시 강조하지만 밤새 공부하고, 자신의 모든 걸 걸 각오하라.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면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질 자세부터 갖춰라.

이게 나의 반복되는 메시지이다. / 변희재





변희재씨는 글의 말미에 자신이 반복해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이 끝부분에서 우리가 느끼는 메시지는 그가 논쟁이 아니라 전쟁을 원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는 검찰에게 연예계의 비리를 적발하라고 부추기고 또 몇명에게는 각오하라고 한다. 이쪽도 모든 것을 걸었으므로 그들도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친여인사라는 눈길을 받는 변희재씨가 이런 말을 하니 감히 누가 더 논쟁하겠는가. 

변희재씨는 자신이 한번도 법에 잘못 걸려본 적이 없다고 자랑한다. 그런 행운이 원천은 그의 진술서 식 글쓰기에 있지않나 싶기도 하다. 만약 그가 말하는 이 논쟁에 뛰어들려는 사람이 있다면 진술서 식 글쓰기를 좀 연습해두어야 할 것 같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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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7 1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2009.08.17 16: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참깨군 2009.08.17 2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변씨 아저씨 주변사람들 중에 일기는 일기장에 써야한다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는것 같아요.

  4. 2009.08.18 1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읽고 갑니다~ 보건소 이야기 보러 왔다가 요즘 이슈가 있길래 ^^

  5. 젊은태양 2009.08.18 21: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변씨의 말은 무시하면 될 것을 이렇게 비판하는 것도 그런자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적수준 떨어지는 자(!!)와는 말을 섞지 않고 무시해 버리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만...
    요즘은 한참 떨어지는 자를 오히려 "우파 논객" 이니 하며, 거물로 만들어주고 있는 듯한 느낌마져 듭니다.

  6. blues 2009.08.21 23: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익, 자유주의자들의 수준이 저 모양이고, 우익골통(조갑제, 김동길 등)들의 악다구니는 그야말로 신파이니... 맘껏 떠들어 주는 것이 이 세상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니 저들에게 더 큰 확성기를 물려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각이 쥐꼬리만큼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저 헛소리에 그냥 실소를 하거나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으니 더 큰 장소에서, 온 세상의 사람들이 다 주목하는 가운데 수준낮은 담론이 쓰레기처럼 배출되어야 그들의 속내가 밝혀지겠죠.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자유주의를 가장한 알량한 극우파들 몰골이 드러날 일이...

    웃기는 일은 저들은 늘상 부르는 찬송가처럼 '좌빨골통으로 노무현, 김대중대통령'을 손꼽습니다. 전 주한미국대사를 지낸이도 김대중, 노무현에게 덧칠한 좌빨을 실소하더군요.
    저들이 그렇게 찬양해 마지 않는 미국의 관료출신이.
    이처럼 지각능력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어딨겠어요. 여전히 늘어진 카셑테입처럼 낡은 찬송가나 틀어대는 저들의 지각없는 발언을 우리는 오히려 더 많이 나오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