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선덕여왕에 빠졌다. 빠진 이유야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다. 올만에 나온 명작이라는 것.

그런데 이 드라마 대사가 심상치 않다. 자꾸 누군가를 연상케 한다. 바로 노무현이다. 어쩌다 일치한 거라 하기엔 그 빈도가 많고 의미도 깊다.


"백성들이 하늘을 보면 뭘 안단 말인가?"  (30회 중)


미생이 한 말로 기억된다. 이 말은 덕만의 아래 대사와 연결된다.


“미실은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아. 오히려 백성을 두려워하지. 그래서 백성의 말을 듣는 것도 두려워하는 거야. 그러나 난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 나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말들이, 질문들이 나를 결정할 거야. (…) 앞으로도 백성은, 세상은 나에게 수많은 질문을 할 꺼야. 난 언제나 두려워하지 않고 그 질문들을 들을 거고 최선을 다해서 답을 찾을 거야.” 소통과 포용, 선덕여왕에서 보는 리더십 (30회 중)



미생의 말대로 백성들은 하늘을 봐도 모른다. 그래서 백성들이 하늘을 보게되면 수많은 질문이 쏟아지게 된다. 미실이 두려운 건 그 쏟아지는 질문이다. 몰라서 답하지 못하고 알아도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하늘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늘은 자기만 봐야한다고 공갈치고 하늘의 뜻만 전한다.

수많은 질문 앞에 서는 것, 거기에 답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지도자에겐 가장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쁜 지도자들은 백성들의 질문 앞에 서지 않는다. 행여 질문이 나올까 말을 줄이고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한다. 딴소리하는 거다.

이건 아니다. 지도자는 국가의 미래와 현실에 대해 계속 화두를 던지는 사람이어야 한다. 국민에게 우리의 미래를 제시하고 현재를 보여주는 소통을 해야한다. 그 과정에서 다함께 답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혼자만의 고민으로 얻는 답은 모두의 답이 아니다. 정치는 정답이 아니라 모두의 답을 구하는 것이다.   

노무현은 재임 내내 화두 던지기를 멈추지 않은 대통령이다. 그는 덕만처럼 스스로 국민들의 질문 앞에 서려 했던 정치인이다. 화두를 던지는 그에게 수많은 질문과 말들이 쏟아졌고 대통령 노무현은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그가 던진 화두들이 오늘 현실정치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노무현의 화두가 쌓은 발판으로 지금 개헌과 통합의 논의가 있는 것이다. 그가 다쳐가며 던진 화두가 정치를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700년 중 20년을 미실이 가진 겁니다.(30회 중)




덕만 측 누군가가 덕만공주가 신권을 버리겠다는 말을 듣고 한 말이다. 덕만은 백성의 눈을가리는 신권이 얼마나 위험한 권력도구라는 걸 알고 있다. 하늘의 뜻을 빌어 온갖 짓을 할 수 있다. 700년 역사에서 고작 20년이지만 그 20년이 신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덕만은 그 위험한 권력도구인 신권을 버릴려고 한다. 

노무현을 비판하는 사람 중엔 왜 권력기관들을 그리 허망하게 손에서 놓아버렸냐고 묻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것을 이용해 왜 개혁하지 않았냐는 말이다. 그러나 그건 안일한 생각이다. 내 사람을 심어서 내부개혁을 단행하겠다는 생각은 독재자도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독재자도 개혁의 이름으로 자기 사람을 권력기관에 심고 사유화 할 수 있다.  

독재자가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그게 진찌 개혁이다. 독재가가 할 수 없는 것은 버리는 것이다. 그들은 쥐는 정치만 할줄 알지 버려서 가치를 만드는 일은 못한다. 버려서 가치를 만들 때 반복되는 악을 멈출 수 있다. 그게 바로 불가역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진짜 개혁입이다.

700년 중 20년을 데인 미실 측이 신권을 버리려는데 60년 중 10년을 허락받은 진보진영이 권력기관을 버리는 것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당장 후임자가 노무현이 남긴 가치를 무시하고 다시 권력기관을 사유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반동의 정치는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엔 버린자가 남긴 큰 가치가 그 쥐려는 자의 작은 정치를 이긴다.

화두의 정치, 버림의 정치를 하는 선덕여왕 정치는 바로 노무현의 정치다. 선덕여왕은 혹시 작가가 노무현에게 바치는 헌정드라마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시사인 cf, 재밌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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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비단안개 2009.09.08 14: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못봤습니다.
    오늘은 봐야 할 텐데.

  2. 마녀키키 2009.09.08 14: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그런생각이드는 장면이 몇몇있더군요...

  3. 바람불어도 2009.09.08 15: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재자가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그게 진찌 개혁이다. 독재가가 할 수 없는 것은 버리는 것이다. 그들은 쥐는 정치만 할줄 알지 버려서 가치를 만드는 일은 못한다. 버려서 가치를 만들 때 반복되는 악을 멈출 수 있다. 그게 바로 불가역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진짜 개혁입이다....

    완전 공감!!!

  4. 어우야~ 2009.09.09 11: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찌 같은 생각을.......드라마를 볼때마다 이명박정부와 노무현정부를 비교 연상케 합니다.

    스스로 국민들에게 머리숙였던 그분에게 나는 더욱 머리숙여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