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다. 실제 연휴의 시작은 10월 2일 내일이지만 벌써 어제(9월30일)부터 고향을 찾는 귀성객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오후부터는 귀성을 돕기위해 직장에서 조기귀가한 노동자들이 고속도로로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연휴 다음날인 10월 5일 월요일 휴교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3일에서 5일까지 대한민국 대부분이 추석연휴를 즐긴다. 그러나 이 연휴를 즐기지 못하는 극히 일부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할인점의 노동자들이다.





할인점 노동자들은 추석 연휴 중 하루만 쉰다. 대부분의 할인점들이 추석연휴 3일 중 추석 당일만 휴무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혹시 고객이 휴무로 착각할까 친절하게 연휴 마지막 날인 4일의 정상영업도 알리고 있다. 추석 대목에 새벽 1시까지 연장 영업을 함에도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누구나 누리는 추석연휴에도 노동자들을 출근시키고 있다. 
 



심지어 어떤 할인점은 추석 당일에도 영업을 한다고 프랭카드를 걸고 있다. 오후 2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건 노동자들이 차례라도 지내고 오라는 배려(?)로 보이는데 참 눈물겨운 마음 씀씀이다. 

물론 추석에 일을 하는 건 할인점 노동자만은 아니다. 지하철과 버스 항공 노동자들이 일을 한다. 영화관의 노동자들도 일을 한다. 운수노동자들은 도시의 필수적인 교통수단이 멈추게 하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 영화관은 한해 최고의 대목인 추석을 놓칠 수 없어 일을 한다. 할인점도 영화관처럼 대목을 놓치고 싶지 않아 영업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할인점은 영화관과 사정이 다른 부분이 있다. 영화관은 시기를 맞추어야 하는 상품이지만 할인점은 물건을 사둘 수 있다. 사실 할인점이 추석연휴에 영업하는 것은 연휴에 쏟아지는 돈을 한푼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이지 필수적인 부분이거나 시기를 놓쳐선 안되는 상품이라서가 아니다. 할인점의 추석연휴 영업은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만큼 할인점의 영업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일 뿐이다. 

누구나 누리는 명절연휴에 영업을 강행하는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의식의 부재를 보여준다. 그뿐 아니다. 할인점의 명절연휴 영업에서 여성을 대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파렴치함을 엿볼 수 있다. 할인점 노동자들은 대부분 30대 이상의 주부다. 추석연휴에 가장 바쁜 사람은 바로 주부들이다. 명절스트레스 때문에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주부들은 명절 연휴 가장 바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주부들을 가장 많이 고용하는 할인점이 주부노동자들을 가정에 보내지 않고 직장에 묶어두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할인점 노동자들이 대부분 남자였다면 어땠을까? 귀성을 해야한다는 이유로 연휴 전날 또는 오전 귀가시키는 것을 볼 때 할인점들은 아마 연휴에 영업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도 가정에선 전통적인 주부상을 요구하고 있다. 명절날 며느리들이 시댁에 모여 차례상을 차리는 건 추석연휴의 보편적 모습이다. 그러나 기업은 이런 한국사회의 전통을 무시하고 여성들에게 명절 당일까지 출근해서 자본의 욕구만을 충족시키길 요구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사회의 전통을 해체하는 자본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자본의 욕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사소한 오해에 대해선 여성들의 책임을 추궁한다.  

가정에서 착취당하고 할인점에서 또 착취당하고, 한국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그 파렴치함은 할인점의 추석연휴 영업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정말 여성들에겐 치떨리도록 파렴치한 사회다.


Posted by 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