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홍찬두(이현우)는 수학시험 80점을 넘기지 못했다. 1점이 모자란 79점을 받는 바람에 미국에 가야하는 운명이 되었다. 홍찬두가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교문을 나서는 찰라. 황백현(유승호)이 한마디 한다.

"미국 가서 잘 먹고 잘 살아라."

그 말과 동시에 홍찬두 아버지는 발길을 멈춘다. 그리고 아들에게 짧은 몇마디를 던진 후 아들만 남겨둔 채 부부만 차에 탄다. 홍찬두는 천하대특별반에 남게 된 것이다.

아버지가 홍찬두를 천하대학반에서 공부하도록 허락 것이 황백현의 "미국 가서 잘 먹고 잘 살아라."란 비아냥 때문이었을까? 그 전에 길풀잎(고아성)이 상기시켜주었던 유치원 시절 아들 홍찬두에게 쓴 편지와 상호작용을 일으켜 더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일까?

 "미국 가서 잘 먹고 잘 살아라."는 홍찬두 아버지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비슷한 부류의 인간들을 움찔거리게 했을 것이다. 그건 황백현이 홍찬두 아버지에게 한 말이 아니라 작가가 이 사회의 미국 사대주의자들에게 던질 말처럼 들렸다. 사대주의자라는 조소가 결국 아버지의 사회적 도의를 일깨웠을지 모른다. 

그 전에 아버지는 홍찬두를 천하대특별반에 남기기로 결정했을 수도 있다. 이미 79점으로 홍찬두는 자신에게 주어진 과정을 성실히 수행했음을 아버지에게 보여주었다. 아이가 보여준 성실한 노력에 아버지는 보상을 해야하는 것이다. 

홍찬두를 남기고 떠나는 아버지를 보고 수학선생 차기봉은 "찬두 아버지는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네"라고 말한다. 계약자와 피계약자의 관계라면 홍찬두는 떠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홍찬두와 아버지는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다. 둘을 채우는 건 계약이나 목표가 아니라 책임과 과정이다. 아들의 과정을 전혀 인정해주지 않고 자신이 정한 목표치만 제시하고 계약을 들먹이는 건 아버지가 아니라 영업소 과장이나 할 짓이다. 

몰상식은 관계를 부정할 때 나온다. 홍찬두 아버지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부정하고 아들을 미국으로 데리고 갔다면 몰상식한 아버지가 된다.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를 부정하고,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부정하고 계약을 들먹이면 몰상식한 선생과 의사가 된다. 지도자가 국민과의 관계를 부정하고 과반수를 들먹이고 강행하면 몰상식한 정치가 나오게 된다. 

상식을 가진 인간이 되기위해 우리는 항상 관계를 돌아봐야 한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기본적으로 돌아봐야할 관계는 우리모두의 관계다. 우리는 자본주의 경쟁사회의가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너와 나를 공동체가 아닌 경쟁관계로만 인식하면 인간은 몰상식해진다. 자기집을 지키다 죽은 용산의 희생자는 범죄자가 되고 수조원의 부정을 저지른 부자는 사면받는 몰상식이 판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얼마나 더 몰상식해져야 이 나라는 우리모두의 관계를 돌아보게 될까? 혹시라도 효과가 좀 있을까 황백현이 했던 한마디를 해둔다.

 "느그끼리 잘 처먹고 잘 살아라 이것들아."
 
Posted by 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