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인사합시다." 

"바르게 삽시다."

80년대 주민캠페인이나 중고등학교 생활지도용에서 보던 '바른생활' 류의 슬로건입니다. 그런데 이 슬로건이 적힌 깃발이 나부끼는 이 곳은 관공서도 아니고 중고등학교도 아닌 대학교입니다. 
 



길을 올라 보니 깃발 뒤에는 이런 문구도 적혀 있습니다. 

"담배를 끊읍시다." 




깃발로도 모자랐나보죠. 슬로건은 학교 곳곳에 푯말로도 세워져 있습니다. 

대학은 최고의 학문을 공부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우선 가르쳐야 할 것은 학문의 자세입니다. 그러나 입구에 나부끼는 슬로건은 처세와 훈계로 보입니다. 학문보다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이쁘게 행동해서 사회에 적응 잘하라 이 얘기에 가까워 보입니다. 대학교에 걸어두기엔 좀 민망한 슬로건 같습니다.   

그리고 저런 슬로건들은 사회구조적 문제를 은폐시키는 작용도 합니다. 4년 내내 저 슬로건을 보며 학교를 다닌 대학생은 세상이 이렇게 시끄럽고 문제 많은 건 우리 모두가 바르게 살지 않고 웃으며 인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사회 문제를 정치가 아닌 도덕이 해결할 수 있다는 망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대학교에 저와 같은 보수적인 슬로건이 나부낄려면 첫째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둘째,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실권을 가져야 합니다. 보수 정권이 권력을 잡으니까 그 여파가 대학교까지 미치는 걸까요? 대학교가 정치 권력에 영향받아선 안되는데 말입니다. 

이러다 나중엔 대학교 정문 앞에서 선도교수에게 걸린 대학생들이 엎드려 뻗쳐하는 풍경이 펼쳐지는 건 아닌지 걱정되네요. 


Posted by 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