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을 선별지원하면 저소득층이 누구인지 판별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의 자식들은 낙인을 찍힐 수 있다. 한나라당은 낙인효과를 우려해 본인 외에는 알 수 없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이게 잘 지켜질지 의문이다. 학교 급식이 시행되는 실제 과정에서 무상급식 대상자가 노출될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그것을 학교에서 다 막아내기는 어렵다. 무상급식이 선별지원되면 저소득층의 아이들은 초중학교 9년 간 아마 한 번 이상은 무상급식에 대한 상처의 경험을 안고 자라게 될 것이다. 




무상급식 대상자임을 본인이 아는 것도 문제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자신이 무상급식 대상자임을 친구들이 알까봐 두려울 것이다. 자기 반에 무상급식 받는 애가 몇 명 있다더라 하는 얘기가 친구 사이에 화제에 오르거나 하면 무상급식 대상자가 아닌 척 하려고 식은땀을 흘리며 친구들 앞에서 연기해야한다. 누가 알기라도 하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가 무상급식 받는 거 친구들에게 비밀래 해줘." 아이들은 친구들이 모르는 자신만의 비밀을 가지고 그렇게 9년을 보낼 것이다. 

밥먹을 땐 개도 안건드린다는 말이 있다. 사람에겐 밥은 하루 세번 벌이는 의식과도 같은 행위다. 누구도 그 의식을 방해해선 안된다. 우리는 그 의식이 방해당했을 때 가장 격한 울분을 느낀다. 그래서 가장 슬픈 기억은 눈물젖은 빵이고 밥먹으며 삼키는 눈물이다. 부모가 돈이 없어서 나라에서 주는 급식을 먹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9년 동안 이 의식을 방해당할 것이다. 친구들과 다른 밥을 먹는다는 자각은 아이의 소화기관 활동을 방해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식으로 밥먹는 아이를 건드리게 되는 것이다. 

당신의 자식이 이 밥을 먹는다면 좋게나? 당신들의 자식은 먹는 밥이 아니라서 상관 없나? 제발 아이들의 밥을 건드리지 말라.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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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희성 2010.03.20 14: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옳은 말입니다. 블로그도 예전같지 않네요 3년전 그때가 참 재미 있었는 가 봅니다.

    커서님도 여전하시고요 . 예전이 그립습니다.

  2. 실비단안개 2010.03.20 18: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차라리 빚을 내어 급식비를 내는 게 낫겠습니다.
    새끼가 급식때마다 눈물짓는 꼴을 상상해 보셔요.

  3. 파비 2010.03.21 0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상급식 대상자가 누군지 학교 선생님들이 알 수가 없을 테고...
    모르겠죠? 무슨 수로 알겠어요? 개인 비밀인데...
    그럼 신청을 받아야 할 텐데,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아무도 신청 안 할 거 같습니다.
    아님 동사무소에서 부모들을 대상으로 신청 받아서 학교에 보내주는 방법도 있을라나요?
    암튼 그거 신청하기 대기 어려울 깁니다. ^.^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선 저부터 찜찜합니다. 어떻게 할까? 못 할 거 같네요.
    다른 건 몰라도 애들 문제 만큼은...

    기억나시는지요? 우리 어릴 때 학교에서 매년 조사했었죠. 집에 테레비 있냐, 전화기 있냐, 또 뭐가 있냐, 있는 거 하나도 없는 놈 대부분인데 짜증나죠. 그래도 생활정도란 상, 중, 하 중에 어디다 동그라미 쳤지요? 다들 중이었지요. 우리나라 국민들은 상류 빼고는 다 중산층이거든요.

    • 커서 2010.03.21 16: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면 권력자들은 그렇게 해서 절약했다 좋아하겠죠.

    • 나그네 2010.03.21 2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차라리 굶고 말지, 절대로 먹지 않을겁니다.
      초등학교 3학년때 학교 교실에서 가정형편 조사하는바람에
      친구들 앞에서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수십년이 지나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만약 제 아이가 그렇다고 한다면 아무리 못산다 하더라도 땡빚을 내서라도 보낼겁니다.

  4. 영원한에고이스트 2010.03.21 13: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안타깝습니다..
    자신이 무상급식 대상자임을 알았을때의 상처를 어찌감당할지 .. 걱정이네요..
    저도 왕년에 비스무리한 일이 있어서 아는데... 창피하기도 하고 내가 왜 눈치보고 살아야하나 한탄스럽기도 하고
    몇번 질질 짜기도 했는데..
    의외로 그 상처가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때부터 내성적이였지만 현실을 깨닫고부터는 더더욱 제 자신을 가리고 살았죠..
    정말.. 이런 상처는 두번다시 아이들이 겪지 않고 살길 빌어봅니다.

  5. 근데... 2010.03.21 17: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좀 황당하지 않음?? 아니 무상급식 받는걸 다른 애들이 아는게 쪽팔려서 문제라면 못알리게 하는 방법을 만들면 끝날일이지 모조리 무상급식하자는건;;;

  6. 설상가상 2010.03.22 09: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은 가전제품이 있는지 없는지를 설문하지 않고, 자기방을 쓰는지 안쓰는지..를 묻더군요. ㅋ

  7. 무상급식~ 2010.03.22 09: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전의무교육은 우리 아이들 배고프지않게 하는것도 포함된다 생각합니다 전 엄마고 남편과사별하고 힘들게 두자식키우지만 선별적급식은 원치않겠습니다 그대상자에게 얼마나 많은 자료를 요청할지 안봐도 알것같습니다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눈치밥밖에 안되리라 생각합니다 그상처를생각하니 눈물이납니다 아무리 힘든 서민이라할지라도 자기자식갖은 부모는 선별적급식 아무도 원치않을것이라생각합니다 이왕할거면 무상급식 찬성합니다

    • 커서 2010.03.23 01: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들 선별급식에 지원하느니 빚내서라도 급식비 내겠다고 하더군요. 한국이 어떤 나란데 말입니다. 자존심 하나로 이렇게 나라를 일구어온 국민들인데.

  8. 공기 2010.03.22 1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어릴적엔 무상급식 없었는데
    저는 굶어서 항상 꼬르륵소리가 천둥소리마냥 났었고..
    반장이 같이 먹자고 두개 싸오곤했던 도시락..자존심 상해서...
    배고프지 않다.못사는거 아니다라고 화내곤했었어요.
    아이 엄마가 된 지금 생각하면 다 부질없는 존심이었지만
    한참 예민했던 사춘기시절 그때는 그게 아니었어요.
    지금도 마음에 깊은 옹이로 남아있답니다.
    신랑도 항상 분식점에서 사먹는다고 나와선 수돗물로 배체우고 애들 안보이는곳에서
    앉아 있다 나오곤 했다고해요.
    제 아이들은 이런 생체기 안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저야 다시 그런 일이 생기면 너스레 떨면서 고맙다고하며 같이 먹을수있겠지만
    그때의 제가 그러지 못했던것처럼 제 아이들도 그렇겠지요.
    차라리 빚을내서 급식비를 내주겠어요.
    저와같이 위축되고 마음에 상채기 안생기도록...

  9. 이계안 2010.03.22 1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자신이 중학교 때 한 번도 도시락을 못 싸왔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탓에 친구들은 제가 가난하다는 것을 알지 못 했지요.
    저는 정부여당에 묻고 싶습니다. 그럴 거라면 중학교 의무교육은 뭘 합니까? 부잣집 아들들한테 등록금 받아가지고 그 돈 가지고 다른데 쓰는 편이 낫지요. 무상급식을 하기 위해서 가난한 애들한테 난 가난하고요 이래서 자기 스스로를 입증하라고 하는 것은 비인도적이고 정말 가혹한 것입니다. 야만적인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 커서 2010.03.23 0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먼저 댓글 영광입니다. ^^ 이계안님 서울시장 되시면 절대 눈칫밥 먹는 일은 없겠네요. 저들은 아무래도 망하는 수순을 밟는 거 같습니다. 이번 정권이 일망타진의 장을 마련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10. 하드장수 2010.03.25 1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커서님 글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우리 아이들 잘 먹이고 좋은 환경에서 올바른 정신을 가지고 커갈수 있게 해 줘야 할텐데 말도 안되는 논리로 이렇게 격차를 느끼게 하는 이넘의 정부 너무 밉네요

    이렇게 까지 누가 죽기를 바란적은 없는거 같습니다.

  11. 땅딸보 2010.04.20 23: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렸을 때 상처는 성인이 되어서도 남는다는게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사람이 안 좋은 기억은 죽을 때까지 가는 것 같더군요.
    저 또한 고등학교시절 영세민(기초수급자)에 한때(1년) 포함이 되었던 적이 있었는데요.
    그 때 당시 담임선생님이 그러더군요. 영세민 손들어 보세요.
    지금도 혜택을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학교등록금을 국가에서 보조해 줬던걸로 기억하거든요.
    알게 모르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자존심의 상처와 친구들의 놀림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담임 선생을 잘못 만났던 것도 한 몫했던것 같습니다.
    제가 부모 입장이라면, 어느분 댓글 처럼 빚내서라도 자식에게 그런 상처는 주고 싶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면 쓴 웃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