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버스정류장에 벽에 붙은 메릴린치의 광고입니다. 색색의 점이 찍힌 원 안에 알파벳 'LP'를 그려놓았습니다. 한 남자가 이 그림을 유심히 처다보고 있고 그 밑에는 "안을 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광고 문제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광고가 차용한 저 그림은 색맹·색약자를 판정하는데 사용하는 테스트 이미지인데 차용 정도가 아니라 색맹·색약 테스트가 가능할 정도입니다. 빨간색·초록색·파란색 중 1~2가지를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 색맹·색약이라고 하는데 메릴린치의 광고는 전체적으로 빨간색 바탕에 초록색 점이 섞인 노란 글자가 그려져있습니다. 색맹·색약이 아니라서 글자 인식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설명대로라면 색맹·색약자들이 글자를 인식하는 건 쉽지않을 것 같습니다. 

특정 장애와 관련되거나 연상시키는 도구를 이용한 광고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보통의 사람에겐 광고가 차용한 이미지가 그저 테스트 도구일 뿐이지만 색맹·색약자에겐 그들이 극복할 수 없었던 것으로 상처를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일 수 있습니다. 광고의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메릴린치는 이 이미지를 광고에 도입했고 게다가 광고의 내용도 조심스럽지 못했습니다. 그림 아래 "안을 보라"는 문구까지 넣었는데 이는 색맹·색약자가 아닌 이상에야 이 글자를 볼 수 있지 않느냐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이건 분명한 색맹·색약자에 대한 비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휠체어 그림과 함께 앉은 사람이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에 무언가를 매달아놓은 그 아래 "잡아보세요"라는 문구를 넣은 광고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그 회사로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고 어쩌면 그 광고로 망할 수도 있을 겁니다. 

공익광고가 아니라면 장애인을 연상시키는 도구를 광고에서 쓰는 건 신중해야합니다. 그런 상식이 색맹·색약자라고 부주의해선 안될 겁니다. 

 
Posted by 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