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실수를 하나 인정하자. 야권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현역 단체장의 인지도 프리미엄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 단체장선거는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인지도가 높고 현지 주민들과 스킨쉽을 쌓아온 인물과의 경쟁이다.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현역 단체장을 갖고 있지 않은 야권에게 지방선거는 불리한 싸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역 단체장과 대결하기 위해선 인물경쟁을 할만한 충분한 시간을 가졌어야 했는데 야권은 지방선거가 한달도 안남은 시기에 대표선수를 결정했다. 지역 유권자들로선 한달도 안남은 시기에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단체장이 되겠다고 나서니 다소 어리둥절해지는 것이다. 

북풍이 아니라 현역 프리미엄

현재 야권의 우세는 북풍보다는 현역 프리미엄이 작용한 결과다. 천안함 이슈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야권의 후보들은 단일화 등의 이슈가 반짝할 때 잠시 튀었다가 다시 현역 단체장에 의해 잠식당했다. 여권이 우세한 지역은 예외 없이 현역 단체장이 후보로 나온 곳이고 경합을 벌이는 지역은 모두 새로운 후보 간의 대결이 펼쳐지는 지역임을 봐도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우세는 북풍보다 현역 프리미엄이 더 맞아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20년 역사를 거친 한국의 지방자치가 어느 정도 정착되었다는 걸 야권이 미처  감안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의 현역대통령이 왠만하면 현역 프리미엄으로 재선에 성공하는 것 처럼 현역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단체장들도 재선을 막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북풍의 효과는 다른 데 있다. 북풍은 보수유권자의 결집보다는 선거열기의 실종에 도움을 주면서 현역단체장의 프리미엄이 선거기간에도 계속 유지되게 만들었다. 천안함 이슈가 계속 살아있으면서 선거는 부차적인 이슈가 되었고 그로인해 유권자들은 도지사를 왜 바꿔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질문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렇게 보면 6.2지방선거는 야권으로선 절망적이다. 그러나 여권의 잇점은 여기까지다. 이제 야권에 유리한 변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여권 지지율의 거품

먼저 현역 단체장 지지율의 거품이다. 현역 프리미엄은 재선을 돕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거품도 있다.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유권자는 전화상으로 인지도 높은 현역 단체장을 불러줄 가능성이 높다. 또 그렇게 건성으로 응답한 유권자의 경우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지방선거의 예상되는 50% 투표율에서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현역 단체장들이 가지는 프리미엄이 빠질 수밖에 없다.  

북풍에도 지지율 거품이 있다. 북풍이 불자 정치인 간에 이념적으로 살벌한 정치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거리에서도 용공세력이니 친북좌파니 하는 거친 이념적 공격 문구가 적힌 프랭카드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사회 전반에 정치적으로 공격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유권자들이 정치적 본심을 드러내길 꺼리게 된다. 그로인해 여론조사에서 야권 지지자들의 응답은 낮아지고 그만큼 여권지지자의 응답이 높아지면서 여권 지지율에 거품이 생길 수있다. 

한명숙 후보가 제시한 전쟁&평화 구도도 이 시점에서 좋은 전술이다. 북풍은 부풀리기인 반면 그 역풍인 전쟁&평화 구도는 실질적이다.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에 공분해서 투표하는 사람보다 전쟁의 위기를 막자는 호소에 더 표가 몰릴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은 군대에 아들을 둔 부모이고 아내이다. 자신의 재산에 손실을 입고 가족이 불행해지는 전쟁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풀려서 얼마나 올지도 모르는 북풍의 표보다는 이렇게 확실히 행사할 역풍의 한표가 확실한 이익이다. 

재보선 추세가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두번의 재보선 선거추세도 기억해야 한다. 재보선에서 여권은 항상 여론조사에서 많게는 20% 가까이 이기고 있다 투표에서는 패배하는 결과를 보여왔다. 그리고 여권이 그렇게 참패 당한 지역은 현재 여권이 우세라고 맘을 놓고 있는 수도권이다. 이러한 재보선 흐름이 갑자기 6.2지방선거에서 사라진다고 보기는 힘들다. 분명히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숨은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숨은표가 나온다면 얼마나 될까? 재보선과 달리 북풍과 현역 프리미엄 거품이 가세한 지방선거는 어쩌면 더 많은 숨은표가 있을지 모른다. 
 
현 상황에서 야권의 최고 전략은 확실한 표의 결집이다. 이미 사상초유의 야권 단일화로 결집력을 보탰다. 여기에 한명숙 후보가 전쟁&평화 구도로 평화세력을 결집시키고 있다. 젊은이와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와 한반도 위기에 재산을 잃을지 모르는 사람들의 확실한 표를 결집시키고 있다. 

6.2일 결과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정권이 물러나고 12년만에 온 북풍과 그에 반발하는 역풍이 대결하고 그동안 이어져온 숨은표 등의 외부 변수까지 도사리는 변수가 너무 많은 선거다. 아직 현재의 지지율로는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가장 확실한 결과는 결집력을 만드는 지지자들의 발 뿐이다. 그게 6월2일 승패를 가를 것이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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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윤기 2010.05.28 1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역시 커서님이십니다.

    보궐선거 지지율을 비교해서생각하지 못했네요.

    숨은표를 끌어내는 막판 노력을 쏟아부어야겠습니다.

  2. 2010.05.28 1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소화 2010.05.28 1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퍼갑니다~♡

  4. 6월 2일 2010.05.28 2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투표합시다 ~~ 저는 다음 월요일부터 각 지역에 부모 형제, 친구, 아는 분들에게 집중적으로 전화 하려고 합니다. 특히 자식들을 군에 보낸 분들께. 아주 강력하게!!!! 1번은 전쟁이고 2번은 평화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