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등 하나만 켜진 어둠 속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십수명의 사람들이 일치된 몸짓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누구며 무엇을 하는 걸까요? 창원에 위치한 JT정밀의 노동자들이며 그들은 지금 요가를 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수금 저녁 이렇게 모여 요가를 합니다.

그렇다면 다시 궁금중이 듭니다. 이들은 왜 어둠속에서 요가를 하는 걸까요?




요가를 하는 이유는 농성 기간 중에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이날(9/27)까지 JT정밀 노동자들은 152일째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농성장 좁은 공간을 지키느라 굳어진 몸을 요가로 풀어주는 것입니다.


촛불을 켜 놓은 JT정밀 화장실



어둠 속에서 요가를 하는 이유는 회사가 전기를 끊었기 때문입니다. 7월 31일 폐업을 통보한 회사는 8월 교섭 중에 공장에 단전을 실시하고 퇴거명령 및 가처분신청을 불사하겠다는 통보까지 한 상태입니다. 현재 농성중인 노동자들은 경비실에만 남은 전기를 끌어 농성장과 경비실 가까운 공간에 두어개의 전등만 밝혀놓은 상태입니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알기 위해선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JT정밀은 2008년 초까지만 해도 '씨티즌'이란 시계로 유명한 일본 씨티즌이 100% 소유한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2008년 4월 일본 씨티즌은 JT정밀을 쥐도새도 모르게 한국의 고려TTR이란 회사에 완전 매각합니다. 

일본의 유명한 다국적 기업이 시계와 전혀 관련이 없는 한국의 작은 중소기업에 판 것 자체가 의문이었습니다. 당시 JT정밀은 일본 씨티즌의 하청 이외에는 매출을 일으킬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모기업인 일본 씨티즌이 발을 빼는 것은 회사의 폐업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본 씨티즌은 빠져나가면서 2년치 하청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내려온 양은 그 반도 안되는 일감이었습니다. 거기다 일본 씨티즌은 하청단가를 중국제품 수준으로 요구했습니다. 그 단가는 한국공장에겐 원가 이하였습니다. 그때부터 빚이 없던 JT정밀에 부채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놀라운 건 JT정밀의 매각가격입니다. 일본 씨티즌은 JT정밀의 88만주를 주당 1원에 계산해서 88만원에 고려TTR에 팔았습니다. 당시 JT정밀은 공장부지만 평당 250만원 씩 계산해도 빚을 제외한 순자산이 200억이 넘는 회사였습니다. 부동산에선 평당 300만원도 가능하다는 땅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JT정밀 노동자들은 일본 씨티즌이 주식 양도 양수를 가장한 불법적인 자본철수를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황 증거도 일부 드러납니다. 2003년 마산시티즌이 폐업할 때 '이OO'이라는 브로커가 끼였는데 그 자가 2008년 JT정밀 매각 때도 나타났다고 합니다. 일본 씨티즌 직원 두 사람의 월급이 한국의 고려TTR에 인수된 4월 이후 6월까지 두달 간 지급된 것도 의문입니다. 고려TTR이 왜 일본회사 직원의 월급을 지급해야 했으까요. 다른 이면 계약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고려 TTR이 JT정밀을 인수한 후 벌어진 여러 모습들은 JT정밀 노동자로 하여금 일본 씨티즌의 자본철수라는 의심을 굳히게 할만합니다. 양수자였던 고려TTR의 김선남 대표는 이후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휴업만 남발하더니 결국 2년만 회사를 폐업시켰습니다. 그리고 운영자금을 핑계로 땅을 담보로 대출받아 회사가 더 이상 대출 받을 수 없는 지경까지 만들어버렸다고 합니다. 

JT정밀 노동자들이 더 기가 막혀 하는 건 사장에 선임된 조준행 대표이사입니다. 조준행 대표이사는 경영과는 별 관계 없는 전 창원지방노동위원회 소장 출신입니다. JT정밀 노동자들은 조준행 대표이사가 회사의 경영을 위해 선임된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감시 통제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 하는 역할을 맡은 게 아닌가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문이 하나 남습니다. 일본 씨티즌은 왜 200억대 자산을 가진 회사를 한국의 TTR에게 JT정밀 노동자 한달치 월급에도 못미치는 금액으로 팔았을까요? 일본 씨티즌은 금속노조와 '자본철수'시 평균임금 36개월 이상의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단체협약을 맺고 있습니다. 이런 협약은 마산 창원 지역 많은 외국계 기업들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JT정밀 노동자들은 일본 씨티즌이 위로금 지급 등과 관련한 과정 등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합법적 방법이 아닌 이를 대리해줄 한국기업을 찾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 씨티즌은 1988년 44억의 자본금으로 JT정밀을 세웠습니다. 22년 동안 운영하면서 일본 씨티즌은 그들이 투자한 이상의 수익을 얻어갔습니다. 그런데 중국 동남아 등에 공장을 세우면서 한국 JT정밀의 하청공급지로서의 용도가 줄어들자 그동안 수익에 대한 보답을 커녕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자본을철수시켜 버렸습니다. 다국적 기업에게 각 지역의 공장이란 언제든 덜어낼 수 있는 부품과 다르지 않다는 걸 일본 씨티즌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행태를 막으려면 해당 국가의 강력한 법적 제재와 감시가 필요할 것입니다. 현재 일본 씨티즌 사태에서 한국엔 그런 제재와 감시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08년 일본 씨티즌이 회사를 매각할 당시 134명이었던 직원은 2010년 현재 118명이 되었습니다. 대부분 여성노동자인 이들은 지금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공장에 텐트를 설치하고 돌아가며 152일간 농성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일본의 씨티즌 본사 앞에도 3개월마다 돌아가며 5명의 노동자가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언제까지 어둠속에서 요가를 해야하까요? 일본 씨티즌은 본사의 하청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기업을 한국인에게 팔아 자본철수시 의무를 저버렸습니다. 그때문에 한국 노동자들은 2년 동안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다 이제 2개월치 정도 월급만 줄테니 나가라는 통보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외국자본에게 경고하지 않는다면 일본 씨티즌의 학습효과로 어둠속에서 요가하는 노동자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우리의 관심이 그들의 '어둠속 요가'를 그치게 하고 또 다른 어둠 속의 요가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Posted by 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