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솔직한 고백 하나 하자. 연평도 사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많이 놀랬다. 먹던 게 잘 안 넘어갈 정도로 몸이 스트레스 받는 걸 느꼈다. 그러면서도 한시간 이상 벌어지는 포격 소식에 사태가 어떻게 나아갈지 몰라 TV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오후 4시 쯤 이명박 대통령의 확전자제 발언이 뉴스에서 전해지자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난생 처음 당한 육상 공격이 전면전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국민을 안심시킨 이명박 대통령의 확전자제 발언은 얼마후 정치권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특히 여권에서 목소리가 더 높았다. 적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도발한 적들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담지 못했다는 비판이었다. 나도 사태가 수습된 후 트위터에 북한을 관리하지도 못하면서 허점만 보였다며 그 비판의 대열에 한마디를 얹었다. 대통령의 확전자제 발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면서도 여유를 찾자마자 곧 그 발언을 정치적 공격의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이렇게 이중적 태도를 보인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듯 싶다.

이명박 대통령의 확전자제 발언은 이해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북의 연평도 포격은 G20 직후와 아시안게임 중에 벌어졌다. 남북은 얼마전엔 이산가족상봉으로 동포애를 나누기도 했다. 청와대로선 이런 시기에 도발을 하는 적의 의중을 읽기 힘들었을 것이다. 연평도 포격은 그 과감성과 시기로 볼 때 전면전의 신호인지 국지전인지 가늠할 수 없는 한마디로 미친 짓이었다. 게다가 북한은 2차 포격까지 이어가며 전면전을 위협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선택의 여지가 적었고 확전자제를 뽑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면전을 각오한 것일지도 모르는 적의 공격에 일단 확전자제를 명령한 것은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때를 가리지 않고 민간인에게도 포격을 퍼붇는 양아치 같은 적에게 말려들어 갑자기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는 없는 것이다. 일단 국민을 전면전의 위기로부터 구해내고 전쟁의 성격을 파악해야 했다. 당시로선 mb는 제 역할 했다. 사건 직후 이런 상황을 이해시키지 못하고 보수여론에 떠밀려 오락가락해서 아쉽지만 확전을 자제시킨 청와대의 일차적 선택을 일단 옳았다. 

이제 우리는 두번째 옳은 선택을 해야할 시기에 놓여있다. 한반도에서 결코 전쟁이 일어나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수 없도록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연평도 사태 후 북한에게 우리의 전쟁 각오로 메시지를 보여주자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그건 메시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양쪽 다 전쟁을 각오하면 전쟁 뿐이다. 그리고 전쟁을 각오하자는 사람들 중 다수는 북한 뿐 아니라 우리 내부의 좌파도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을 한다. 외부와 전쟁을 하자면서 내부의 분열을 일으키는 건 이적행위다. 전쟁에 주장하는 자들이 분열을 조장하는데 이런 전쟁을 누가 따를 것인가. 이렇게 해서 전쟁이 벌어지면 오히려 우리가 궤멸될 수 있다. 60년 전 처럼 빨갱이 때려잡고 전쟁하는 시대를 재현하려는 그들은 이 나라를 진짜 파탄으로 몰아가려는 자들이다.

진정 전쟁을 각오한다면 말로만 하는 전쟁 각오가 아니라 실질적인 각오를 해야한다. 그 실질적 각오는 바로 국민 통합이다. 전쟁에 희생 당하는 건 젊은이다. 그리고 그 청년들의 부모는 대부분 서민들이다. 전쟁으로 가장 많은 걸 지킬 수 있는 건 권력과 자본이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나. 만약 있을지 모를 전쟁에서 있을지 모를 이들의 희생에 대해 국가가 먼저 머리 숙여야 한다. 그리고 이 희생에 대한 약속을 해야 한다. 서민의 자식들이 목숨 바쳐 지켜준 세상에서 총 한번 안든 자들이 계속 잘 살거라면 누가 전쟁의 각오를 다진단 말인가. 

북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메시지는 국민통합이다. 획기적인 통합조치를 북은 대한민국이 정말로 전쟁을 각오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민통합에 사기가 오른 국민은 분열되지않고 정부의 지휘를 차분히 기다릴 것이다. 모든 국민이 하나 되어 강력한 각오를 보여주는 이런 상황에서 북은 결코 도발해올 수 없다. 

지금 울산의 현대차 공장 안의 젊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이 13일째 농성 중이다. 그들은 서민의 자식들이다.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 젊은이들이다. 20대 30대의 그들에게 깊은 절망을 심어놓고 국가를 위해 나가 싸우라고 할 수 있을까. 당장 현대차 공장 안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줘라. 그들이 이겨야 우리가 이긴다. 그게 최고의 국방이다. 그게 바로 대한민국이 전쟁을 각오하고 있다는 북에 대한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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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용택 2010.11.28 08: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까?'

    군사정권이나 독재정권 때 '북괴의 남침' 운운 하면서 국민들을 겁박하던 얘기가 생각납니다.
    지금은 중국과의 관계, 미국의 경제위기 극복 등 다소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그 때는 국민들이 불안해 덜덜 떨었지 않습니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까요?'

    글쎄요.
    저는 이런 생각이 드네요.
    우리나라 도시에 깔려있는 도시가스, 그리고 핵발전소... 그리고 재벌이나 미국이 한반도에 투자한 돈... 그리고...
    그러나 지금은 중국과 미국의 사이에서 미국 말 잘듣는 이명박이 무슨 짓을할지...
    이 지경이 됐는데 왜 이명박 탄핵소리는 안 나오지요?
    시민단체나 워로들도 '전쟁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라도 나올 때가 됐는데....

    • 파비 2010.11.28 1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원래 전쟁은 장난하다 진짜로 발전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정치는 개인사보다 더 명분과 체면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라예보의 총성이 이를 증명하죠. 이번 건도 그저 개인적 일이라면 처음엔 실수로 펀치 날렸더라도 상대의 턱이 부은 걸 보고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 사과라도 할 수 있을 테지만, 그리 못하는 것이 정치고 국제관계 아닐까 합니다. 시민단체들도 뭔 말하기 참 곤란할 겁니다. 북한의 잘못이 워낙 확실하니. 이참에 도매급으로 이전 모든 소행이 북한의 짓이었음을 고백하는 양상이 된 측면도 하나 있고요. 민간인 마을을 향해 무차별 포격을 가한 북의 이번 행동은 인도주의, 민족주의 어떤 걸로도 용서받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니 평화 말고는 별로 반격할 내용도 없는 거 아닐까 하는데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