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들이 우리는 사람으로 안 봅니다. 정규직 대의원 오면 길 쫘악 비켜주는데..."

"인자는 정규직 대의원도 안가린다 하더라." 

"근데 우리 인터뷰 해도 기대 안합니다. 얼굴 모자이크 처리 안하고 실컷 말해줘도 안나오더라구요. 언론들 안 믿어요. '생생정보통'인가 하는 거 그건 내보내주더라구요" 

처음 비정규직농성 텐트에 들어섰을 때 어색함은 금방 풀어졌다. 간단한 질문에도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얘기는 쏟아졌다.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얘기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풀어가야할지 모를 정도였다. 일단 제1공장 안의 사정이 궁금했다.

"제1공장이 여기 뒤인가보죠."

"3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상당히 열악한 환경에서 20일째 농성 중인데 그 곳 사정 어떻습니까.

"소식은 바로 속보로 듣고 있고요. 그리고 여기도 거기 농성장 있다가 나온 사람들 많아요."

텐트 농성장을 지키는 사람들은 대부분 농성 초기 제1공장에 합류하지 못하고 경찰에 연행되었다 나온 사람들이었다. 48시간 동안 경찰서에 있다 나와서는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또 농성장에 있다 개인 사정으로 나오게 된 사람들도 일부 있었다. 

"어느 분이 농성장 안에서 나오셨죠.

"이쪽은 11일 있다 나왔고요 여기는 15일 있었습니다."

바로 오른쪽 분이 농성장에 15일 있다 나온 분이었다. 마른 체형에 안경을 쓰고 부드러운 인상의 얼굴이었다.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안에 있다 나오면 안에서 고생하는 동료들 생각이 많이 나실텐데 어떻습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 다들 동료들 있는 공장에 다시 들어갈려고 합니다. 저도 대기 중이고요. 여러가지 방법으로 들어갈려고 하는데 워낙 막아놔서 쉽지않아요."

 


이날 공장 바깥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스스로 두 개 팀으로 나눴다. 한 개 팀은 5일부터 비정규직노동자 전국투어에 나서기로 했다. 남겠다는 사람들은 공장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농성장에서 나온 사유는 무엇입니까?"

"아내가 유산했습니다."

"그럼 지금 아내는 병원에 있는가요?"

"아니요 지금은 집에 있고요..."

유산한 아내의 얘기를 하는 그의 눈빛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더는 물으면 안 될 거 같았다. 다시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많아야 30대 초반의 앳된 얼굴이었다. 그의 아내가 유산한 아이는 첫째가 아닐까 싶었다. 아빠를 보니 태어났더라면 아주 귀여운 아이일 듯 했다. 

사실 이때만해도 그 노동자의 개인적 사정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오후에 있었던 민중대회에서 이 사건이 비정규직노동자들 모두가 곱씹고 있는 아픔이란 걸 알았다. 단상에 나온 한 분이 유산한 비정규직노동자의 아내의 얘기를 언급하면서 한 조합원의 시를 인용했다.



                                                                     촛불투쟁★변창기 지음


자본가 아버지는 자본가 아들에게
대기업 통 째 물려 주려고 
3대째 대물림 해 주려고 
불법,탈법,위법을 감행 하면서까지
유산 상속 중이다.

(중략)

남편 소식을 접한 후
남편에 대한 근심 걱정으로 아내는 나날을 보내던 중
몸에 이상 증세 느껴 병원가서 
아이 가졌다는 소식 듣지만 기쁨도 잠시
몸이 힘들어 병원 가보니 유산 됐단다.

자본가의 유산
노동자 아내의 유산

자본가는 유산 받고 웃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아내는 유산되어 서럽게 울고 있다.

(생략)

원문 링크 : 유산


그리고 뒤늦게 유산한 비정규직노동자의 아내가 직접 쓴 글도 보게 되었다. 비정규직 농성이 시작 된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남편이 걱정할까봐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아내는 남편이 농성장에 들어간 후부터 매일 울면서 불안한 밤을 보냈는데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유산을 하게 된 것이다. 유산한 분의 글을 읽으니 낮에 보았던 그 노동자의 안경 너머로 떨리던 눈빛이 다시 떠올랐다.



신랑이 1공장 농성장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매일 울고 불안하고 밤이면 무섭고...
신랑이 없는 뒤부턴 뉴스 , 인터넷신문, 검색, 여기 홈페이지, 정규직 홈페이지, 보는게 하루 일과였습니다.....
그러는동안 저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거 같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내려와 일하다가 지금의 신랑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지요...
매일 아무도 오지않는 집에...신랑만 오길 기다리구...늘..신랑만 보고살다가....
이제 신랑까지 오지 못하고있으니 밤마다 조금 무섭고 잠들기도 힘들기도했지요...
신랑이 없는 ...일주일전 ....혹시나 하는마음에 테스트를 했더니 임신이더군여...
곧바루 병원에가서 임신사실을 알아..첫아이라  너무 기뻣지만...
하지만 신랑에게 말할수없었어요...위에 언급한대로....미안해 하거나 힘들어 할까봐요...
아 그런데 정말 힘들었나봐요....
3일전 배가 몹시 아파....뭐가 흐르는 것 같기도하구.......................
병원에 갔더니....유산된거 같다구하네요............
아.............
저는 집에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분하구......억울하고.......원망스러워서...............세상을 등지고 싶었어요.........
정말.....이런 세상 살기 싫었어요..................

원문 링크 : 아이을 잃었습니다




노동자의 아이가 유산되고 노동자의 희망이 유산되면 재벌의 유산은 더 커지는 걸까? 지금 현대차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아이에게 정규직이라는 작은 유산을 하나 물려주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건 그들만이 아닌 우리의 유산이기도 하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떠난 아이를 위해 이 싸움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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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강여호 2010.12.05 19: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분노가 치밉니다. 아이에게 남겨주고 싶은 정규직이라는 유산이 그렇게도 과도한 요구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