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태 조합원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아침을 먹고나서 4시 40분 쯤 집을 나선다. 이 시간에 교통수단은 없다. 신선태 조합원은 명장동 집에서 온천장 지하철역까지 걸어 간다. 거기서 5시 20분 첫 차를 타고 초량역에 출근한다.

다음에 오는 5시 40분 차를 타면 초량역 도착시간은 6시 2분이다. 그러면 집에서 5시에 나서도 될 것이고 찬 새벽 공기 맞기 전 따뜻한 아랫목을 20분 더 누릴 수 있다. 그러나 회사는 그 2분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제 신선태 조합원은 새벽 4시에 일어나지 않는다. 지난 9월 13일 해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갑자기 근무지를 변경시키더니 그에 항의하는 신선태 조합원을 사전경고도 없이 해고시켰다.  




지난해 11월 부산지하철노조는 부산지하철의 청소용역노조와 통합했다. 청소용역노조는 올해 1월부터 서비스지부로 편입되어 대의원대회 등의 노조활동을 함께 하고있다. 

청소용역노조가 부산지하철노조와 통합하면서 몇가지 변화가 생겼는데 가장 큰 변화는 조직의 강화이다. 호선별 지회장이 선출되었고 각 용역회사들은 지회장의 노조활동보장을 합의했다. 지회장은 대의원대회와 지부운영위에 근무협조를 받고 활동하고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1호선에 문제가 생겼다. 1호선을 용역을 맡고있는 평화용사촌이 지회장의 근무협조를 비상식적으로 처리하면서 조직 내 분란을 야기시켰고 그때문에 조합원 70명이 탈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평화용사촌은 지회장이 근무협조를 받으면 다른 역의 근무자를 지회장의 근무지에 투입시켰는데 그 대상자를 조합원으로 했다. 이영희 서비스지부 사무국장은 아주머니들이 다른 데서 일하는 걸 죽기보다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그 싫은 일을 조합원에게만 시킨 것이다.

평화용사촌은 조합의 일이니까 조합원이 해야한다는 논리였다. 더 따질 것도 없는 말이 안되는 논리다. 그렇다면 노조의 투쟁으로 올린 급여와 복지는 조합원만 누려야 한다는 말인가.

근무협조는 말 그대로 사측에 근무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측의 협조책임이 우선이다. 그런데 평화용사촌은 협조에 대한 사측의 책임은 전혀 안지고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겼다. 게다가 그 책임을 의도적으로 불공정하게 분배하면서 조합원 간의 분란도 야기시켰다.




신선태 조합원이 근무하는 초량역이 바로 1호선 지회장의 근무지였다. 초량역엔 지회장, 신선태 조합원, 분임장 이렇게 3명이 근무했는데 신선태 조합원은 지회장의 노조활동을 이해하고 도움도 주었다. 덕분에 회사의 비상식적인 근무협조에도 불구하고 1호선 지회장은 굳건히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자 이젠 신선태 조합원에게 압력이 들어왔다. 9월3일 평화용사촌은 신선태 조합원에게 다른 역으로 인사이동을 통보했다. 사유는 '지시불이행'이었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인사이동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다른 역에서 쓰레기봉투 값을 착복했던 직원이 있었는데 그런 경우에도 인사이동 조치는 없었다. 그런데 신선태 조합원에게 '지시불이행'이라는 불분명한 사유로 아주머니들이 죽기보다 싫다는 근무지이동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신선태 조합원은 즉시 항의했다. 지시불이행을 한 적도 없고 4년 간 정들었던 초량역을 떠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10일 뒤 신선태 조합원에게 돌아온 건 사전경고도 없는 해고통보였다. 회사를 위해 수년 간 일했던 노동자를 평화용사촌은 확인이나 주의 등도 없이 아주 간단하게 해고시켰다. 




곧바로 신선태 조합원은 복직투쟁에 나섰다. 평화용사촌 관리사무실이 있는 동래역에서 9월 16일부터 11월 24일까지 농성을 했다. 그리고 11월 24일 이후 지금까지는 서면역에 차려진 농성장에서 계속 투쟁을 하고 있다.

신선태 조합원에게 해고당할 때 심정이 어땠냐고 물었다. 자신도 놀랐지만 남편도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부부의 생계는 신선태 조합원이 꾸려나가고 있어 남편의 걱정도 컸던 것 같다.

그동안 일하면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천정판 청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년에 2번 지하철 천정판을 청소하는데 몇개 닦고나면 목이 너무 아파 가눌 수가 없다고 한다. 천정에서 떨어지는 먼지를 그대로 마시는데 마스크를 쓰면 숨을 쉬기 힘들어 벗고 하는 사람이 많고 천정판을 닦다 균형감각을 상실해서 떨어져 다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번 하면 보름동안 하는데 그 기간에는 집에 가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고 한다.




그 말을 듣으면서 지하철 안을 둘러봤다. 지하철엔 너무나 많은 면들이 있다. 천정과 바닥 그리고 길게 늘어선 벽체들을 아주머니들이 일일이 다 걸레질 해야 한다. 통로가 생기고 출구나 나뉘면 아주머니들이 닦아야할 면이 늘어난다. 이 많은 면을 단 3사람이서 다 하는 것이다. 아주머니들의 걸레질을 기다리는 면들의 집합체인 지하철이 괴물로 느껴졌다. 

부산지하철에서 가장 큰 파업동력은 서비스지부라는 얘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서비스지부가 하루만 청소 안해도 지하철이 온통 토사물과 가래 심지어 똥으로 가득 차서 시민불편을 극대화 시킬 것이라는 거였다. 농담투의 얘기였지만 그 얘기엔 반 정도의 진실은 담겨있다. 도시화가 되면서 면이 급속히 늘어났다. 도시를 도시답게 하려면 바로 이 면을 잘 관리해야햐는데 그걸 담당하는 사람들이 바로 미화원들이다. 미화업무는 자동화가 되기도 힘들다.

우리는 면들의 괴물인 도시를 많은 여성 미화원의 손길에 맡기고 있다. 그분들이 이 괴물을 잘 다뤄주는 바람에 우리는 괴물의 진짜 얼굴을 마주치지 않는다. 이들이야말로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노동임을 알아야 한다. 이 괴물을 다시 맡아주려 투쟁하는 신선태 조합원에게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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