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을 나누라고 한다. 나누면 두 배가 된다며 어깨를 두드린다. 그런데 돈은 나누면 안된다고 한다. 공짜로 주면 사람이 타락하고 경제가 무너진다고 인상 짓는다.

그 예로 동구권 사회주의국가를 든다. 국가에서 물자를 분배했던 동구권 국가가 무너진 걸 봐도 돈은 나눠선 안된다는 것이다.

동구권 사회주의가 실패한 건 맞다. 그러나 사회주의가 영원히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특정한 시점과 공간에서의 실패로 사회주의가 폐기되어야 하는 것은 맞는 걸까.

공짜가 동구권 사회주의의 실패의 원인인 것은 맞다. 그러나 공짜가 우리가 영원히 관리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기술의 발달로 언젠가는 공짜가 주된 세상이 올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공짜가 실패한 것도 아니다.

누구의 것도 아닌 공유지의 비극을 들어 사회주의를 비판하는데 공유지가 항상 비극은 아니다. 어떤 공유지는 잘 관리되어 사유지보다 더 큰 효용을 창출한다. 

잘 유지되는 공유지와 그렇지 않은 공유지의 차이는 정보의 공개이다. 좋은 공유지는 정보가 공개된 이용자들이 사용한다. 나쁜 공유지는 이용자가 누군지 알 수 없는 경우이다.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는 나쁜 공유지였다. 권력은 시민들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정보가 차단된 채 생산과 분배가 이루어져 누가 얼마나 생산하고 가져가는지 알 수 없었다. 권력층은 자신들의 사욕을 채웠고 보상받지 못하는 생산에 국민은 생산의욕을 가질 수 없었다. 

만약 정보가 공개되어 누가 생산하고 누가 도둑질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사회주의는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도둑질을 삼가면서 자신의 정보(평판)를 관리했을 것이다. 좋은 공유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좋은 공유지가 수백명의 소지역 공동체를 넘어 국가에도 실현될 수 있을까. 수백만에서 수천만의 국민에게 공유지 이용의 책임을 지우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십년 전이라면 사회주의 논쟁은 여기서 멈추었을 것이다. 수백만에서 수천만 구성원의 평판을 관리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수천만을 넘어 수억의 인구가 함께 쓰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가 있다. 소셜미디어는 개인의 평판이 미칠 수 있는 범위를 지역과 분야를 넘어 무한대로 확대시켰다. 평판의 범위가 국가에까지 확대되면 국가는 좋은 공유지, 즉 사회주의가 될 수 있다.   

소셜미디어가 잘 발달된 사회주의 국가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든 사람이 소셜미디어를 가지고 있고 특히 공직에 있거나 권력을 조금이라도 가진 사람의 소셜미디어의 공개는 필수가 된 사회주의 국가를 생각해보자. 

소셜네트워크 평판의 두려움에 공직자는 자신의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촘촘히 연결된 소셜네트워크는 공직자의 작은 거짓말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의 평판은 공직자의 승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조직이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을 승진시키길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유력자에게 충성하는 것보다 소셜네트워크에서 평판경쟁에 더 몰두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인품경쟁을 벌일 것이다. 시민의 지지를 물질로 매수하기보다 효과적인 이벤트로 알릴 고민을 더 하게 될 것이다.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공직자와 정치인을 감시할 수 있다. 불성실하고 부정직한 그들의 행동은 시민의 스마트폰에 찍혀 소셜네트워크에 기록되고 평가받는다. 시민들은 서로의 무례와 부정을 지적하며 스스로의 감시도 하게 될 것이다.

이전까진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자본밖에 없었다. 우리는 상대가 어떤 인품을 가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가진 돈으로 그가 얼마나 이 사회에 기여했는지 평가하고 보상했다. 돈이 평가의 기준이었기 때문에 모두 열심히 돈을 모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소셜네트워크로 사람을 평가하는 다른 방법을 가지게되었다. 평판이 안좋은 사람은 고립되고 평판이 좋은 사람은 활동범위가 커질 것이다. 평판이 높은 사람일 수록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실질적인 권력자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화폐자본을 평판자본이 대체할 수 있다. 평판 때문에 사람들이 노력하게 된다면 돈은 별 가치가 없어진다. 돈으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보다 평판이 더 효율적인 세상에서 정부는 평판자본을 유통시킬 네트워크를 더 세밀하게 구축하는데 신경을 쓰고 일정 소득은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로 인정하게 될 것이다.

SNS가 어쩌면 역사 최대의 혁명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상인가?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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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괴나리봇짐 2010.12.29 08: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당히 기대해봄직한 불온한(?) 상상이라 생각됩니다.
    SNS가 사회주의의 가치를 구현하기에 상당히 적합한 플랫폼을 제공해주니까요.
    글쎄요... 만약 사회주의가 한창 실험시기에 있을 때 이런 플랫폼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막강한 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여튼... 기분좋은 상상입니다.

  2. 닭장군 2010.12.31 15: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자본주의를 무너뜨린다고? 빨갱이다!'
    라고 생각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