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 민중의 연대가 시작되었다.

인도네시아가 97년 독재자 수하르토를 몰아낼 때 죽은 시민이 1200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 20대 후반이었고 정치에도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던 저에게 인도네시아 혁명은 별 느낌이 없었습니다. 사망자가 1200명이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고 소스라칠 정도이니 말이죠. 

하지만 이집트와 리비아의 사망자 소식엔 한명한명 눈물이 났고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는 아랍 민중의 모습엔 저도 같이 주먹이 불끈 쥐어졌습니다. 14년 전 인도네시아 민중의 항쟁 소식은 체감되지 않았지만 아랍 민중의 항쟁 소식은 마치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두 사건에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요? 미디어의 차이입니다. 인도네시아 민중의 소식은 언론을 통해서 들었고 아랍 민중의 소식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듣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먼나라 소식으로 들렸지만 민중들이 직접 전해주는 아랍혁명은 마치 제가 겪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세계 민중의 연대가 역사에 실현된 경우는 없었습니다. 꿈에서나 가능한 일로 생각되었던 일이 개인들이 소셜미디어로 정서와 경험을 공유하면서 이제 가능한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단체의 연대와 매개가 없어도 각국의 민중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세계적 이슈를 공유하고 행동하는 게 가능한 그날이 드디어 온 것 같습니다.


2. 막을 수 없다.

아랍혁명의 또 다른 특징 하나는 시작하면 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각국의 독재정권이 민중의 저항을 막으려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국엔 그들이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민중이 모이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과거엔 언론만 차단하면 민중의 움직임을 차단할 수 있었지만 소셜미디어로 무장한 시민은 정보를 공유하고 시위를 기획하면서 독재에 맞섰습니다. 인터넷을 막지 않는한 이 흐름을 막을 길은 없습니다. 21세기에 인터넷을 막고서 국민을 탄압할 국가가 얼마나 될까요. 그땐 이미 시위 자체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일 겁니다.


3. 되돌릴 수도 없다.

소셜미디어의 정보공유는 민주화의 역주행도 막을 것입니다. 분석가들은 다른 지역의 역사적 사례를 들어 군부나 잔존세력의 반동을 걱정하지만 아랍혁명은 다른 양상을 만들 것입니다. 20세기엔 민중이 정권 퇴출 후 권력의 감시 역할을 언론과 단체에 맡겼지만 소셜미디어에 의한 아랍혁명은 그 역할을 소셜미디어로 무장한 민중 스스로 하게 됩니다. 매개물이 사라지면서 권력은 운신의 폭이 사라져 발길질도 함부로 할 수 없게 될 겁니다. 


4. 반미라도 독재와의 연대는 꿈꾸지 마라.

아랍혁명은 그것이 반미독재든 친미독재든 독재는 예외없이 타도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나 리비아혁명은 반미독재라는 이유로 감정적으로 연대했던 일부 진보진영에 교훈을 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독재권력과의 연대는 무슨 이유든 괴변이고 그곳 민중에 대한 배신입니다. 강대국의 패권주의를 막고 세계평화를 위한 가장 최우선적 기반은 반미가 아닌 독재타도입니다. 미국 등 강대국도 독재정권이 사라질 때 더 합리적으로 행동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장기 독재의 우려가 있는 차베스도 경계해야할 것입니다.


5. 학살의 역사를 배워야 한다.

리비아에선 현재 시위 진압이 아닌 학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위하는 자국민에게 총은 물론이고 포와 폭격까지 하고 있습니다. 사망자가 벌써 천명이 넘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21세기에도 이렇게 학살은 벌어집니다. 그 학살의 집행자는 악마가 아니라 조직의 명령에 따르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수십 수백명을 살해하라는 명령은 우리에게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 명령을 거부하는 사회, 감히 명령 내릴 수 없는 사회가 될려면 그간 인류가 행했던 학살의 역사를 배워야 합니다. 

우리에게도 학살의 역사가 있습니다. 6.25 전쟁 중 수십만명이 학살 당했습니다. 제주에서 수만명이 사냥당했습니다. 광주에서도 수백명이 죽은 것이 바로 30년 전 일입니다. 이런 학살의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리비아의 저 도살자들처럼 우리도 민중을 폭격하는 버튼을 누를 수 있습니다. 





6. 아랍은 하나다.

북아프리카에서 중동의 이라크까지 위 실선 안의 나라들은 몽땅 이슬람을 믿고 아랍어를 쓰고 있습니다.이들 지역을 그래서 아랍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란이 아랍이 아닌 이유는 이슬람을 믿지만 민족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언어와 종교가 같다는 것은 혁명을 전하는 튀니지나 이집트의 트윗을 리비아와 바레인 사람들이 언어적 매개없이 문화적 이질감 없이 그대로 읽고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집트의 시위 소식을 들으면서 리비아와 바레인의 젊은이들은 얼마나 가슴에 피가 끓었겠습니까? 만리 떨어진 우리도 눈물이 난고 분노가 치미는데 말이죠.

아랍의 시위가 이렇게 급속도로 퍼지는 것에는 언어적 문화적 동질감이 한몫하고 있습니다. 민주화 시위가 아랍에 더 퍼질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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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2011.03.12 20: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비아 반군은 무장시위를 했다는 점이 일반 비무장 비폭력시위와 다르지는 않나요? 독재는 경계해야 하고 없어야 하지만, 독재와 장기집권 그리고 왕정이런 것을 그들의 역사 주변국과 관계 세계정세도 따져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카다피가 비폭력 시위자들을 무차별 학살했다면 처벌받아 마땅한 것이나, 폭력 무장군인이었다면 일단 카다피에게도 명분은 준 것이 되겠죠. 간디가 왜 끝까지 비폭력시위를 외쳤고 그의 비폭력이 역사에 굵게 새겨져 있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말이죠. 미국도 한낱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일 뿐이지 리비아의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세력을 순수히 지원해 줄 이유는.. 그런게 있을까요? 오바마가 미국의 노무현과 비교되기도 했지만, 한국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남북관계를 긴장상태로 몰아넣는데도 큰 공헌?을 한 큰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행동 또한 민주와 평화 보다는 자국의 이익에만 계산기를 두드렸기 때문이겠죠. 그것도 멀리 보지 못하고...전체의 그림도 보지못하고 일부분의 그림만 보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