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NO'의 장점은... 힘과 권력으로 상징되는 남성의 육체를 적극적으로 전시하며 전복적인 웃음을 선사한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발레리노, 감출수록 도드라진다


전복적 쾌감이란 평에 공감한다. 그런데 나는 이 코너의 발가벗은 발레리노에서 좀 다른 느낌도 받는다.  

발레리노는 20-30대의 남자들이다. 그들은 중요 부위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는데 이건 거의 벗고 있는 것과 다름 없는 것이다. 

그들은 벗은 몸을 아주 아슬아슬하게 가리는데 거기에 동원되는 도구들은 김치와 컵라면, 텐트 등 서민적이거나 그걸 상징하는 것들이다. 

무대에 오른 발레 선생님은 제자들이 치부를 가린 그 물건들을 발로 차고 가릴 것이 없어진 제자들은 그걸 대체할 것을 찾느라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다. 

이제 이 재료들을 연결해보자. 벌거벗은 20-30대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도 못한 채 사회에 내던져지는 젊음이다. 그들은 임시직 등으로 간신히 삶을 가려가며 살아가는데 세상은 그것마저도 비정규직이란 이름으로 수시로 발로 차버린다. 그러면 젊음은 다시 삶을 가리기 위해 슬픈 발버둥을 친다.

어떤가? 개콘 발레리노 88만원 세대의 슬픈 자화상에 딱 들어맞지 않는가?

간혹 팬티 하나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꿈을 꾼다. 부끄러움에 어쩔줄 몰라 빨리 무어라도 두를 것을 찾아 다니다 깨곤 하데 깨고나서도 그 부끄러움이 느껴질 정도다. 물론 이건 악몽이다.

개콘 발레리노는 내게 이런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가릴 것을 찾아 발버둥을 치는 발레리노를 보면 웃음과 함께 왠지 모를 서글픔도 느끼게 된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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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강여호 2011.03.19 1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다란님 해석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저도 우연한 기회에 봤는데
    웃음 뒤에 오는 처절한 슬픔이 보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