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기쁜 소식입니다. 해운대에 20만평이라는 어마어마한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원래 한국콘도와 극동호텔이 있었던 곳인데 부산시가 공공개발을 하기 위해 사유지와 함께 매입해서 조성된 부지입니다.




 
부산 토박이인 제겐 어릴 때 해운대의 추억이 많습니다. 여름이면 동네 친구들과 백원짜리 몇개 씩을 모아 미숫가루와 토마토를 싸서 36번 버스 타고 해운대에 놀러가곤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부모님과 36번 버스를 대여섯번 타고나면 여름방학이 다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그런 추억이 어려있던 해운대가 언제부턴가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해운대 해변을 10층 이상의 호텔과 상가건물들이 둘러싸고부터 왠지 해운대가 부산시민과 가족이 아니라 외지인의 고급 휴양지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족단위의 부산시민들은 해운대에서 배제되어 송정해수욕장에 더 많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해수욕장으로 해운대를 찾지 않은 이후에도 개발의 물결은 해운대를 계속해서 덮쳤습니다. 공간은 사라지고 건물은 점점 더 높이 올라갔습니다. 20층을 넘어서 50층, 80층까지 치솟았습니다. 과거 해운대의 랜드마크였던 조선비치 호텔은 초고층 빌딩 때문에 하늘을 배경으로 한 윤곽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해운대의 숨통이 점점 막혀가는 상황에서 20만평의 넓은 공간이 해운대에 새롭게 나타난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기쁜 소식이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자 이제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됩니다. 세계적 명소인 해운대 해변 앞의 이 넓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볼까요? 당연히 공원을 만들어야겠죠. 어떤 공원을 만들까요? 시민들이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고 때로는 대규모 야외공연도 펼쳐지는 곳을 상상해봅니다. 해운대 앞바다가 탁 트인 공원에서 쉬었던 시간을 누구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어떤 세계적 가수도 이 아름다운 공연장을 거절하지 못할 겁니다. 해수욕장 바로 앞의 아름다운 공원 하나가 해운대의 브랜드를 한층 더 배가시킬 것입니다.

제 상상력의 한계는 이 정도입니다. 이 공간을 두고 더 기막히고 놀라운 상상을 여러분들이 해보세요. 부산시가 시민의 세금으로 매입한 공공부지입니다. 여기는 우리의 공간입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슬픈 소식입니다. 우리의 상상력은 불허되었습니다. 이미 자본이 이 공간을 상상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자본은 이 공간에 108층 짜리 초고층빌딩을 상상했습니다. 900여 가구의 부자들에게 해운대를 앞마당으로 내주겠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이들의 상상은 지난 3월 24일 부산시의 심의를 통과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자본은 이 공간을 완전히 차단하여 자본의 공간임을 선포했습니다. 이제 이 공간은 정말로 시민에겐 상상의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자본이 점점 포위해가던 공간에 숨통이 트일뻔했습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매입한 부지였기에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 시민의 공간을 부산시는 더 엄청난 괴물을 세우겠다는 자본에게 팔아먹었습니다. 자본은 이제 해운대를 20층이 아닌 100층으로 둘러싸기 시작했습니다. 제 아이들이 클 때 쯤이면 해운대 하늘은 더 작아져 있을 겁니다.

왜 우리의 땅을 시민이 상상하면 안되는 걸까요? 왜 자본만 그 공간에 상상하는 겁니까? 



 

해운대의 개발이 두렵습니다. 해운대 입구 바로 앞에 버틴 저 괴물이 무섭습니다. 


 

해운대 검색 중 찾은 가장 행복한 사진입니다




해운대의 108층 괴물은 2011년 말 착공해서 2014년 들어설 예정입니다. 

시민이 쉬던 이 해변은 이제 자신들의 공간을 선포한 부자들의 조깅화에 밟히고 이 공간에서 시민들은 배제되어 슬그머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옛날 해운대가 그립습니다. 우리의 공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공간을 지키고 싶습니다.

해운대를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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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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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산지니북 2011.04.15 18: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속 조선비치호텔이 저렇게 아담해 보이다니요.
    해운대의 저 너른 부지도 하얄리아 부지처럼 시민공원이 만들어지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자꾸만 높아져가는 초고층빌딩들을 보면 인간 욕심이 정말 끝도 한도 없는 것 같습니다.

  2. 날자고도 2011.04.17 0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연과 융화되어 발전해야 할건데, 돈만 쫒는군요.

  3. 우랴 2011.04.17 1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르겠네요...부산분이시라면 어릴적 본인의 추억이 잠긴곳이 떠나가는 아쉬움보다도
    현실적인 부자들의 놀이터라는 편협한 시선을 버리고 부산경재에 미칠 영향을 먼저 한번 생각해 보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저 개발들이 욕심으로만 충족되는 개발일까요?
    저 건물 하나로 파생될수 있는 부가가치의 잠재력은 평가대상에서 왜 논외가 되었는지요
    해운대는 이미 부선경재 전체를 끌고갈만큼 큰 성장으로 발전되어 있습니다.
    실지로 저 수많은 아파트중에서 부산보다는 타지의 소비수요도 어마어마하게 늘어가고 있구요 그 모든것들이 부산경재 발전자체에 영향을 준다는걸 생각하면
    저 발전을 그렇게 나쁘게만 바라볼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4. 최재강 2011.04.17 19: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쎄요... 글쓰신 분의 추억도 중요하다고 생각되지만, 높은 건물이 들어오는것을 꼭 나쁘게 보실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어쩌면 시대에 변화에 따라 개발되고 변하는건 당연한 것이니까요... 꼭 "부자들에 의해 잠식당한다"라고 생각하시기 보다, "예전에 추억이 있던 해운대가 이제 새로운 랜드마크가 들어서면서 더욱 발전하는 구나" 라고 생각의 변화를 준다면 어떨까요?

  5. 무한이 2011.04.18 0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금으로 매입한 공공부지라고 했지만.... 그 부지를 팔아서 부자들이 나눠먹은것도 아니고, 매입한 가격보다 더 비싸게 분양해서 그 돈은 부산시 재정으로 썼을테니, 세금 운운은 감성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방편같군요.
    해운대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호텔과 겨울에도 찾을수있는 관광자원이 있어야 됩니다.

  6. 체리향기 2011.04.18 14: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운대의 푸른 하늘이 고층 아파트 때문에 가려진 지 오랩니다. 해운대에 들어서면 푸른 하늘이 맞아 주었고, 조금 더 들어가면 푸른 해운대 바다가 우리를 기다렸는데...지금은 그야말로 빌딩 숲이 해운대의 얼굴이 되어 버렸죠. 해운대는 부산시민의 모두의 것인데, 점점 돈 있는 몇몇의 사유물이 되어가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초고층 건물을 짓는 것 외에도 해운대의 가치를 살리는 방법은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수의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향유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하겠죠.

  7. 선비 2011.04.21 0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에 달린 댓글을 보니 아직도 우리사회엔 개발이면 모두 좋은 것인 줄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네요.
    저도 건설업을 하였고 아직도 개발과 건설을 해야 할 곳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경치가 좋고 자연환경이 좋다하여 그것을 자기 것인냥 탐하고 전유하려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개발과 건설은 오히려 환경이 열악한 조건에 있는 곳의 환경을 개선하여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개발이요 건설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