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결선투표제가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민주당의 다른 후보들이 결선투표제를 고리로 한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이에 대해 당 경선기획단과 문재인 후보 진영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반대하는 건 당연하다. 이대로 잘 관리하면 야권 후보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불안한 여지를 더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반면 '비문(非文)' 후보들로선 결선투표제가 절실하다. 문재인이 압도하는 판세에서 판을 흔들어 기회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후보들에게 결선투표제는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야권 진영 전체로 보면 결선투표제는 이익이다. 그렇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볼 때 결선투표제는 도입하는 게 맞는 방향이다. 결선투표제가 필요한 네 가지 이유를 들어보겠다.  


첫째, 흥행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완전경선제는 컷오프 통과 후 5명이 전국을 돌며 경선을 치러 9월 말 쯤 후보를 확정짓는 방식이다. 후보가 결정되기까지 2달 정도 남았는데 별 이변이 없다면 현재 지지율에서 타 후보들을 3배 이상 압도하는 문재인 후보가 경선의 승자가 될 확률이 가장 높다. 이렇게 되면 야권 경선 흥행에 문제가 생긴다. 승자가 뻔한 게임에 관객이 몰릴 리 없다.  


그러나 결선투표제를 한다면 달라진다. 결선투표에서 '비문 후보'들의 연대가 문재인을 위협하면서 승부를 알 수 없는 흥미진진한 게임이 펼쳐지게 된다.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게 되고 그렇게 야권의 승부에 매료된 국민들은 야당 경선의 승자에게 대선에서 표를 주게 된다. 결선투표제가 야권이 그렇게 바라는 '표의 확장성'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문재인을 위해서 필요하다.  


문재인에게 지금 가장 부족한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굴곡이다. '인간 문재인'은 신뢰를 받지만 '정치인 문재인'에 대해선 아직 의문표가 많이 따라다닌다. 김두관 후보와 비교해보면 문재인 후보의 이 약점은 두드러진다. 김두관이 움직일 때는 주변의 정치적 진동이 느껴지는 반면 문재인 후보는 이벤트 나팔만 요란한 느낌이다. 이런 느낌을 주는 건 문재인의 정치적 밀도가 약하기 때문이다. 반면 김두관은 그동안 밀도있게 쌓은 정치 컨텐츠가 주변에 공명을 일으키며 무게감을 준다. 


문재인이 정치적 공명을 주지 못하는 것은 정치적 굴곡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정치적 굴곡이 단시일 내에 만들어질 수 있는 컨텐츠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선투표제는 바로 이러한 문재인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결선투표제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승부에 내몰린 문재인이 이 과정을 헤처나가면서 정치적 굴곡을 짧은 시간에 깊이 새길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결선투표제가 거부되면 박근혜와의 차별성이 사라진다.  


현재 야권이 여권보다 우세한 점은 당이 '사당화'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야당이 여당처럼 박근혜라는 대선 후보에 의해 리모컨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중요한 차별점이다. 대선에서 야권 후보들은 이런 점을 무기로 박근혜를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비문 후보들이 원하던 결선투표제가 거부되면 이런 우위점은 사라진다. 박근혜나 야당이나 경선룰 고수한 건 똑같지 않느냐는 말은 야당의 사당화 공격을 무력화 시킬 것이다.  


현재 야당 후보들은 양강 대결을 가정해도 박근혜에 열세이다. 야당으로선 박근혜에 대한 우위점을 계속 축적해나가야만 하는 상황인데 당 경선기획단은 결선투표제를 거부하고 있다. 이건 민주당 스스로 박근혜에 대한 우위점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역동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민주당의 태도가 대선에 대한 기대감을 벌써부터 떨어뜨리고 있다. 


네째, 대선 결선투표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대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논의는 예전부터 있었다. 이런 움직임은 야당에서 훨씬 더 강한 데 결선투표제가 대표성이 더 크고 민주적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결선투표제는 유럽 상당수의 나라들이 시행하고 있고 최근 '자스민 시위'로 민주화를 이룩한 이집트도 결선투표로 대통령을 뽑았다.  


만약 경선 결선투표를 한다면 야당이 주장하는 대선 결선투표제의 도입은 훨씬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말로만 주장하는 것보다 국민들에게 실제로 맛을 보여주는 게 가장 빠른 길이고 이번 대선 경선에서 야권은 그 기회를 잡았다. 대선은 결선투표제를 주장하면서 경선은 결선투표제가 어렵다는 건 이율배반이 될 수 있다.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말을 바꾼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결선투표제가 문재인 후보에게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규칙상으로 불안정한 요소가 늘긴했지만 룰 변경이 문재인 측의 양보가 없이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문재인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는 점도 있다. 여기서 얻은 정치적 평가가 대선에서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한다. 문재인 후보가 올바른 판단을 할 것으로 믿는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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