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인기 개그프로인 개그콘서트에 '멘붕스쿨'이라는 코너가 있다. '멘붕'은 '멘탈붕괴'의 약어로 당혹스럽거나 창피한 일을 당했을 때 정신이 나간듯한 표정을 짓는 걸 일컫는 신조어. '멘붕스쿨'에선 독특한 캐릭터의 학생들이 선생님의 멘탈을 붕괴시킨다. '멘붕스쿨'은 쉽게 설명하면 돌아온 '봉숭아학당'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이 코너가 시청율 1위로 최고의 인기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 코너를 보며 웃다보면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기시감의 정체는 올해 대선판이다. 학생들을 대선판에 뛰어든 후보들로, 선생님을 국민으로 놓고 보면 '멘붕스쿨'의 학생들이 후보들의 특징적인 일면을 과장한 몽타쥬 캐릭터처럼 다가온다.


맨 처음 나오는 '문제학생(여학생)'은 박근혜를 연상시킨다. 문제학생은 틀리게 인용한 사자성어나 속담을 선생님으로부터 지적받으면 끝까지 틀린 거 없다며 우겨댄다. 이를테면 '개같이 벌어 짐승같이 쓴다'고 말해놓곤 선생님이 '짐승'이 아니라 '정승'이라고 고쳐주면 '둘 다 개같이 버는 건 맞지 않느냐'며 '그거나 그거나' 하는 식이다. 문제학생의 캐릭터인 '불통'은 바로 박근혜가 주로 비판받는 점이다.


박근혜는 "5.16쿠데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발언에 대한 비판에 "저 같이 생각하는 국민도 많"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모든 국민이 아주 잘못된 사람들이냐"고 말했다. 동생 박지만 씨의 저축은행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는 "본인이 확실하게 말했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라 답했다.

대통령 후보의 역사관에 대한 질문엔 '여론이 그렇다'는 식으로 동문서답한 것이고, 동생의 저축은행 관련 의혹에 대해선 그냥 '아니다'라는 말로 질문을 짤라버린 것이다. 박근혜가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타인의 의문해소와는 상관없는 답변 때문인데 이런 어법은 분명한 오류에 '그거나 그거나'하는 문제학생의 불통어법만큼 주변 사람들을 멘붕시킨다.


그렇다면 '우수학생'은 문재인이다. '우수학생'은 갑자기 연기자가 되겠다며 선생님 앞에서 연기를 해보이는데 공부만 하던 학생이니 제대로 될리 없다. 감정만 과잉으로 실은 발성은 지켜보는 선생님을 곤혹스럽게 한다. 문재인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도 '우수학생'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심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품의 문재인으로 남아주길 바라는 사람도 많았고 애초 본인도 정치를 꺼렸다고 한다. 이런 문재인이 정치인이 되어 활동하는 모습은 '우수학생'의 발연기를 실제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불안하다.


손학규는 '유학파 학생'에 대응시킬만하다.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입당한 손학규의 정치적 이력을 '유학'이란 설정에 비유할 수 있다. 손학규는 탈당 이력에 대해 "새누리당 주홍글씨 이제 다 지워졌다" 선언했지만 그런 의심이 선언으로 해소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닌듯 하다. 미국문화라고 해놓고는 헐리우드 영화의 장면들을 재연하는 '유학파 학생'처럼 중도와 중앙을 공략하겠다는 손학규의 정치적 비전이 과거 소속당이었던 새누리당과 동조화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다.


대선후보와의 비유가 가장 선명한 캐릭터는 '납뜩이'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납뜩이'는 모델을 사귄다는 납득이 안되는 주장을 황당한 시나리오로 납득시키려는 납득이 안되는 캐릭터이다. 대선 후보 중 가장 납득이 안되는 후보가 바로 김두관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김두관이 왜 힘들게 만든 야당 도지사 자리를 버리고 기약없는 대선에 뛰어드는지 납득하지 못한다. '납뜩이'의 모델 꼬시는 시나리와 김두관의 대선 시나리오 중 어느 게 더 자기최면에 가까울지 궁금해진다.


'승환이'는 선생님에게 말을 할듯말듯 하다 지나가는 '소심 캐릭터'인데 이 모습은 국민에게 출마할 듯말 듯 하면서 계속 출마선언을 질질 끄는 안철수를 떠올리게 한다. 승환이는 말을 재촉하는 선생님에게 "아니아니 그게 아니고요"를 연발하면서 애를 태우는데 아직 출마는 아니라고 하는 안철수를 바라보는 국민들도 마찬가지로 애가 탄다. '승환이'는 결국 허무한 대답을 하고 도망가는데 만약 안철수도 그렇게 한다면 국민들 멘붕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끝으로 '갸루상'이라는 캐릭터가 남았다. 박성호 분의 갸루상은 일본에서 왔다는데 일본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한국사람도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 도대체 누구냐고 물으면 '사람이 아니므니다'라고 말한다. 갸루상은 '멘붕스쿨'에 가장 잘 어울리는 멘붕 캐릭터다. 이 캐릭터와 대응하는 대선 후보는 누구일까? 그런데 어쩌나? 남아있는 유력 대선 후보가 없다.


갸루상에 대한 몇 가지 실마리로 그에 대응하는 사람을 찾아보자. 갸루상은 코너 처음엔 나오지 않은 나중에 합류한 캐릭터다. 본인은 아니라지만 갸루상은 일본사람처럼 나온다. 갸루상은 멘붕스쿨 최악의 멘붕 캐릭터고 최고 웃음을 준다. 혹시 갸루상은 현재 대선판에는 없는 존재 아닐까? 그렇지만 대선판에 상당한 멘붕적 영향력을 주는 사람. 누굴까? 어쨌든 갸루상 같은 캐릭터의 정치인이 이번 대선에 없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들이 얼마나 멘붕이겠는가? 허걱~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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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걷다보면 2012.08.16 06: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그러고 보니 서로 연관이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