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기독교 믿는 친구들 손에 이끌려 중생회라는 교회이벤트에 가본적있습니다. '중생'이란 다시 거듭 태어난다는 의미로 하나님을 믿음으로 새로운 삶을 산다는 뜻입니다. 기독교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라 제가 요즘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 드리는 말씀입니다. 꼼짝없이 당할뻔한 사고를 정말 아슬아슬하게 피해간 경험 때문입니다.

 10월13일이었습니다. 친구에게 얻은 부산국제영화제 야외상영관 티켓이 있어 아내와 함께 상영관인 요트경기장을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요트경기장이라 그거 찾는게 뭐 어려울까 싶어 내리는 지하철 역만 알아두고 출발했습니다. 내려서 길을 물어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상영관 근처에도 못가보고 20여분간 왔던 길을 돌아가고 하는 식으로 헤멨습니다. 사람을 믿은게 잘못이었습니다.(물론 준비안한 제 잘못이 첫번째구요) 길을 물어볼 때마다 사람들이 매번 반대 방향의 길을 알려주었던 겁니다. 나중엔 정말 약이 머리 끝까지 올랐습니다. 이 동네 사람들이 외지인을 골탕먹이는 취미가 있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결국 근처 마트에서 몇번을 더 확인하고서야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주변의 영화제 이벤트도 즐길겸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나왔는데 벌써 영화시작시간에 가까와졌습니다. 길을 헤메 다리도 아픈데다 공짜로 즐길 수있는 영화제 이벤트까지 놓쳤다는 생각이 들자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솟아올랐습니다. 여기서 누가 건드리면 그냥 터질것같았습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참지못해 빠른 걸음으로 걷던 아내와 저에게 큰 도로가 나타났습니다. 횡단보도는 우리가 있는 곳에서 약 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했습니다. 약이 잔뜩 올라있는 저에겐 횡단보도가 바로 앞에 있지 않은 것까지 짜증이 났습니다. 올라가서 횡단보도 건너 다시 내려올 생각하니 또 약이 올랐고 이것마저 안도와준다며 혼자서 씩씩댔습니다. 위쪽 횡단보도엔 이미 보행등이 켜졌있었습니다. 횡단보도까지 올라가 건너기엔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건너버리자" 큰일 난다며 아내가 말렸습니다. "니는 갖다온나. 난 몰것다 갈란다" 우리 앞쪽 차선에 차들은 이미 다 정지해있었고 건너편 차선의 차들도 횡단보도 뒤쪽에 서있었습니다. "차가 어디서 온단 말이고? 다 섰다 아이가" 그러고나서 아내 손을 뿌리치고 도로를 건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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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하얀 옷을 입은 인형은 아내. 도로에 서있는 빨간 옷의 기사인형은 기자 본인.  스누피 차량이 나에게 경적을 울려준 차.  내앞쪽 투명차가 중앙선을 넘어 달리던 차.

 

앞쪽 차선을 쉽게 건너고 건너 편 차선으로 들어가려던 찰라였습니다. 갑자기 옆쪽 그러니까 차량 진행방향으로 뒤쪽에서 경적소리가 크게 울렸습니다. 놀라 멈칫했는데 그 때 갑자기 제 앞으로 건너편 차선에서 차량 하나가 중앙선을 넘어 쌩하고 달려나갔습니다. 그 때 제 발은 중앙선을 밟고 있었습니다. 일단 도로 위를 빠져나왔고 그때서야 식은 땀이 흘러나옴을 느꼈습니다. 정말 그런 아슬아슬한 순간은 처음인거 같았습니다. 설마 중앙선을 넘어서 올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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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을 넘어선 차가 획 지나간 위기일발의 순간

 

생각해보니 그 차량은 횡단보도가 켜진 틈을 타서 중앙선을 넘어 바로 앞 왼쪽 골목으로 죄회전 할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불법적인 중앙선 침범 주행을 하려다보니 차도 더 급히 몰았던 것입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중앙선을 넘어 불법 죄회전 할려던 차량과 횡단보도 한참 벗어난 지점에서 도로를 건너려던 보행자, 이건 정말이지 최악의 사고조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합에 사고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 끔찍한 사고를 막은 것은 제게 경적을 울려준 바로 옆쪽의 스누피차량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는 사고를 막은 걸까요.

이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사고를 막기 위해선 앞과 뒤의 완전히 다른 방향의 상황을 운전자가 파악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차 앞으로 건너는 저를 보아야했고 한편 백미러로 뒤에서 중앙선 넘어 달려오는 차도 봤어야 했습니다. 거기다 캄캄한 밤이었습니다.

지금도 이 분에게 감사의 목례라도 드리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가 됩니다. 그 분은 분명한 저의 생명의 은인입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완벽한 사고 상황에서 이런 상황파악력이 뛰어나신 분을 바로 앞에 두었다는 그 우연이 저에겐 정말 크나큰 행운이었던 것입니다. 로또 5등도 안걸린다고 투덜거렸었는데 그날 저는 생존의 로또를 구한 거였습니다.

사람들은 상대에게 습관적이거나 규칙적인 행위를 기대하면서 자신은 그 습관과 규칙에서 벗어나 행동합니다. 만약 상대가 습관과 규칙에 따른다면 그의 행동은 별 탈없이 지나갈 수있을 겁니다. 그러나 상대도 그에게 습관과 규칙에 따른 행동을 기대하고 행동한다면 어떨까요. 사고는 바로 이때 발생하는 겁니다.

저는 '설마 중앙선을 넘어서 달려오는 차가 있겠어?' 했고 그 차의 운전자는 '설마 횡단보도에서 한참 떨어진 여기를 건너는 사람이 있겠어' 하고 달렸습니다. 만약 제가 스누피차량운전자 같은 그토록 뛰어난 상황파악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날 그냥 사라지는 거였습니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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