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왜그랬냐면 노동운동과 관련이 있을 거예요. 그 전에 고등학교 때 놀았거든요. 정학을 3번 맞았고. '갈군다'는 표현이 있어요. 서로 갈구면서 놀잖아요 이빨 삼치기, 말싸움, 서로 상대를 깔아뭉개는... 노동자들 만나 소통하려니까 이미지와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를 많이 사용하게 되고. 제가 글을 썼는데 노동자들이 이해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인제 미학오디세이로 간 거예요.


지난 5월14일 해양대 강연차 내려온 진중권교수를 만났다. 위의 얘기는 진중권교수의 인터넷친화적인 문체에 대한 질문에서 나온 답변이다. 그의 대답 중에 "정학을 3번 맞았"다는 부분에 꽂혔다.

 

세번의 정학 내용이 뭐죠?

 

진중권(이하 '진') : 흡연과 폭행. 전 남들만큼 장난꾸러기였거든요. 재수가 없어서 많이 걸렸어요. 우리땐 진짜 자유로웠거든요. 다들 담배피고. 쌈도 대부분 하잖아요. 나는 할 때마다 걸려가지고.

 

누구랑 싸우셨습니까? 혹시 학교짱이랑?

 

진 : 조직폭력하는 놈 짱을 팼어요.

 

이기셨습니까?

 

진 : 그럼요 제가 복싱을 했거든요. 복싱을 하면 안맞아요.

 

진중권교수는 한국 나이로 47이다. 그러나 해양대학교 강연을 마치고 나오는 진중권교수의 모습은 전혀 40대가 아니였다. 가방을 둘러메고 담배를 문 모습이 해양대 대학생들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를 발견하고 차 안에서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이게 사실 연배도 나보다 많은 교수님에게 실례되는 행동일 수 있는데 그의 캐주얼한 첫인상은 나로 하여금 그걸 자각하지 못하게 했다. 그가 나를 발견하고 담배를 흔들며 피우고 가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동행한 노보편집장이 타도 된다고 하자 마치 예전부터 아주 잘 알던 사람처럼 차에 올라탔다. 행동과 말에 조금의 보탬이 없는 사람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키는 평균보다 조금 작아보였다. 170이 안되는 것 같았다. 40대 중반을 넘은 나이라는 게 믿지기 않을 정도로 피부가 맑았다. 거기다 엄청난 애연가임을 감안한다면 그의 동안에 큰 기여를 하는 피부는 놀라웠다. 종합하면 그의 첫인상은 솔직히 말해서 다소 '만만해보인다'였다. 그래서 짱을 패줬다는 그의 말은 더욱 놀라웠다. 그가 나보다 5살이나 연배가 많은 교수님이라는 게 생각이 났다. 풀어졌던 자세를 그때부터 다소곳이 고쳐 앉았다.

 

진중권교수의 책을 솔직히 한권도 읽어보지 못했다. 미학오디세이를 한번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만 했다. 교수님 책을 못봤다고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진 : 못봐도 되는데 책은 가장 중요한 게 사는 거예요. 책문화에서 중요한 건 사는 행위고요. 읽느냐 안읽느냐는 부차적인 문제예요... 제가 독자를 구별하잖아요. 가장 평균적인 독자가 제 돈내고 책을 사서 읽는 독자고 더 좋은 독자는 돈내고 책사서 읽지 않는 독자. 훌륭한 독자죠. 안읽을 건데 사는 거 아닙니까? 그 다음에 뭐냐면 책사고 또 사서 남 한테 선물하는 독자. 최고는 뭐냐면 사놓고 까먹고 또 사는 독자가 있어요. 나쁜 독자는 빌려서 보는 독자. 정말 나쁜 독자는 빌려서 보는 주제에 욕하는 독자. ㅋㅋㅋ

 

인터뷰 내내 진중권교수의 농담이 이어졌다. 진중권교수는 인터뷰를 놀이처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게임처럼 반응도 빨랐다. 개콘 씁쓸한 인생에서 김준호 뒤에 나온 쌍둥이형제처럼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답변이 튀어나왔다. 문체 뿐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가 인터넷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촛불집회의 오락성에 대한 설명은 진중권교수의 삶의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도 들렸다.

 

진 : 요즘 애들은 촛불집회도 진지함과 오락성이 같이 있었잖아요. '이명박퇴진하라'는 정치적 구호의 진지함도 있었지만 페스티벌로 치렀잖아요. 놀고 김밥먹고 막걸리 한 잔 마시고. 가족들와서 소풍하고 살사댄스 추고 퍼퍼먼스 하고 가면 쓰고 락밴드 공연하고 통기타 치고. 요런 것들이 같이 가는 게 컴퓨터가 디지털시대로 들어와서 처음으로 노동의 수단과 오락의 수단이 일치하기 때문이죠. 클릭 한 번으로 노동의 모드에서 오락 모드로 넘어가요. 겹쳐있는 거죠. 지금 모든 게 에쥬테인먼트 폴리테이먼트 인포테이먼트 해서 결합이 되거든요. 그게 젊은 애들이 요구하는 코드예요.

 

 

 


진중권교수가 비행기에서 찍은 사진. 비행기는 방송해서 번돈 4천만원으로 샀다. 웃긴 건 비행기 면허는 있는데 자동차 면허가 없다는 거다. 이런 걸 '개의치 않는 삶'이라고나 할까. 영화는 보냐니까 안본단다. 답이 또 기가 막힌다. 두시간이 길어서 안보신단다.

 

토론을 즐기시나보죠.

 

진 : 저는 위아래 이런 거 걔념이 없거든요. 인터넷 들어가면 초딩이니 중딩이니 할아버지도 상대해주니까. 요즘엔 시간이 없어서 못하지. 초기에는 밤새 상대해줬죠. 같이 놀아주고. 그 다음엔 나를 싫어하는 애들도 바빠서 며칠 못들어가면 찾아요 "중권아 놀자" 하면서.

 

진중권교수는 나이에는 개념을 따지지 않지만 토론에는 개념을 찾는다. 토론할 꺼리도 안되는 걸로 토론하는 한국의 정치토론이 피곤하다고 말한다. 

 

진 : 토론문화가 될려면 상식이 공유가 되야해요. 아직은 상식의 공유가 안되는 거 같아요. 사실은 토론할 꺼리도 안되는 거 가지고 토론할려니 피곤하죠. 미네르바 구속 이런 거 말이 안되잖아요. 진보든 뭐든 떠나서 법리상으로도 말이 안되는 건데 그걸 옹호하는 사람들과 뭔 토론이 되는거예요. 2+2는 4다 합의를 해야할거아니예요. 그 수준의 합의가 안되면 바닥으로 내려가 다 확인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아주 피곤해지죠.

 

진교수를 지칭하는 수식어 중에 자주 나오는 단어는 '싸가지'이다. 상대의 사정 봐주지 않고 쏘아대는 모습을 두고 "싸가지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는 그 '싸가지없음'을 그의 미학론으로 통쾌하게 설명했다.

 

진 : 미학이란 게 아름다움과 예술에 대한 성찰이고요. 제가 정치적 글쓰기를 할때도 남들과 다르게 하잖아요. 약간의 풍자 독설 그런 것들이 다 그런 식으로 들어가죠. 예술가들이 도발하잖아요 사람들한테 자극을 주잖아요 황당무계한 짓들 사람들로 하여금 익숙한 걸 깨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거 예술가들 일이거든요. 그와 마찬가지로 약간 긁어서 자극하고 그런 사람들이 발끈하면서 화를 내거나 그런 것들이 예술가들이 하는 기법을 갖다 쓰는 거죠.

 

진중권교수는 생각의 속도가 말의 속도를 앞질러 질문이 떨어지기도 전에 답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생각의 속도를 처리하기 위해 아주 낮고 빠른 목소리에 엄청난 밀도의 말을 쏟아냈다. 그러니 남는 에너지는 장난끼에 실어보낸다. 그래도 남는 에너지로 옆에서 지켜보는 남녀노소 군중을 상대한다. 이런 사람에겐 반론이 생각나도 또 어떤 공격을 당하지 몰라 공격을 주저하게 된다. 마치 80년대 한국팀이 브라질팀을 상대로 발도 제대로 못 뻗는 것처럼.

 

무엇보다 겁나는 건 진중권교수가 학교 짱을 꺽을 정도로 깡다구가 쎄다는 것이다.(짱 패서 이긴 사람 손?) 그래서 제목에서 이런 막강한 전투력의 진중권교수에게 뎀비는 사람들이 걱정된다고 쓴 것이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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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교육 2015.05.19 05: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녹취록 풀어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진교수 얘기는 들을수록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