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은 흑자기업입니다. 지난 10년 간 흑자규모는 4277억원입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에도 좋은 실적을 거두었는데 영업이익이 4609억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한진중공업을 설명하는데엔 실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한진중공업이 부산 매출 1위의 부산 최대기업이라는 겁니다. 한진중공업은 부산에서 73년을 이어왔습니다. 

 

 

 

 


이런 한진중공업이 요즘 들썩이고 있습니다. 구조조정 때문입니다. 사측은 지난 1년 간 수주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수백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하겠다며 지난 2일 정리해고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한진중공업은 이미 수천명의 비정규직을 해고한 상태입니다.


한진중공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건 쌈싸먹은 걸까요? 지난 10년 간 흑자인 기업이 1년 좀 어려웠다고 함께 일한 노동자를 해고하다니니요. 바쁠 땐 함께하고 어려울 땐 버리는 게 노동자입니까? 노동자가 어디 붙여놨다 떼어먹는 껌딱지입니까?

 

 

 

 

그래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모였습니다. 노동자를 기계부품처럼 갈아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측에 맞서기 위해 2월9일 오후 2시 영도 조선소 앞에 1천5백명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자리를 깔고 앉았습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도 이날 영도 조선소 집회장을 찾았습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70년을 넘게 부산을 지켜온 부산 최대의 향토기업에서 수백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 건 부산의 문제입니다. 이 납득하기 힘든 정리해고를 막는 게 바로 부산을 지키는 일입니다.

 

 

 

 

저기 저 거대한 배를 바로 이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만들었습니다. 아마 조선소 노동자는 세상에서 가장 큰 생산물을 만드는 노동자일 겁니다.


자신들이 만든 거대한 생산물에 노동자들이 경배드리는 듯한 모습입니다. 바로 이 배를 만든 건 니들이 아니라 우리다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돈만 주면 이런 배가 만들어진다고? 아닙니다. 노동자들 수천명의 피땀어린 노동과 그 노동이 이런 소통의 접점들 수천개가 연결되어 하나의 배를 만듭니다. 인간이 이 배를 만듭니다. 돈은 이런 글을 쓸 수 없고 읽을 수도 없습니다. 돈이 노동을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노동이 돈에 가려진 거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노동자와 시민 천오백명은 조선소를 나와 영도 시내로 행진했습니다. 여기서부터 남포동까지 가두행진입니다.

 

 

 

 


  

영도 시내를 한진중공업 노동자를 지지하는 시민과 노동자가 가득 채웠습니다. 이들을 바라보는 영도구민의 표정이 어두워 보입니다. 영도에서 사라지는 수백명의 일자리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가족, 자신의 이웃들입니다.

 

 

 

 

 

유인물을 받는다는 것보다 챙긴다는 표현이 더 맞아보입니다. 노동자와 시민들이 나눠주는 유인물 속의 글을 한 자 한 자 꼼꼼이 읽어봅니다. 달라며 손을 내밀기도 합니다.

 

 

 

 

행진대열이 이제 영도다리를 지나 부산 도심으로 들어갑니다. 왼쪽에는 용두산에 서 있는 부산의 상징 부산타워가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부산의 원도심이라 하는 남포동 지역은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빈 상가는 늘어나고 그렇게 빈 채로 있다가 나중엔 주차장이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가 그대로 진행되면 그만큼 또 빈집이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350명의 일자리는 남포동에서 몇 개의 상가를 비우게 할까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남포동 자갈치역 근처에서 가두행진을 마치고 정리집회를 가졌습니다. 사측의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이날 집회를 끝냈습니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10년 벌어도 1년이 어려워 정리해고 해야겠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자본이 기대한만큼의 수익을 맞추기 위해 노동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이건 돈의 논리입니다. 자본의 효율성에 기준을 맞추고 그 기준에 모든 것을 맞추는 것입니다. 노동은 자본의 효율성을 유지하는 자본방정식에서 변수일 뿐입니다. 그동안 흑자로 축적한 이익은 모두 자본의 역할로 인한 것이고 그래서 모두 자본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한진중공업이 10년 동안 축적한 흑자에 노동의 몫은 없다는 것입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패해한다면 그건 자본에 대한 인간의 완전한 패배를 의미합니다. 생산의 주체는 자본이고 인간 노동의 역할은 없다는 것, 인간은 그저 노동요소를 제공하는 노동기계일 뿐이라는 것, 생산물에 대해 인간은 자신의 기여를 단 1%도 주장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이 배를 보고 우리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1년이 어렵다고 짤리는 신세라면 노동자들은 이 배를 보고 우리의 배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 배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것이 되게 해야 합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이 배를 자본에 모두 빼앗기지 않아야 합니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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