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문안박 연대를 거부하고 혁신전대를 제안했다. 일단 여론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전당대회는 비주류가 줄기차게 주장한 것으로 새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문 대표 측은 보장된 당대표의 임기를 부정하는 전당대회가 당의 기강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었고 여론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제안이라도 안철수의 제안과 비주류의 제안은 다르다. 비주류의 제안이 짱돌이었다면 안철수의 제안은 바위덩어리다. 짱돌이야 개의치 않고 가는 대범함을 보여줄 수 있지만 바위는 그렇지 않다. 모양새 빠지게 돌아가던가 같이 힘을 합쳐 치우던가 해야 한다.


제안의 결도 다르다. 비주류의 전당대회는 '문재인 대표 사퇴하라'는 말로 들리지만 안철수의 전당대회는 '문재인 대표 한 번 더 붙어보자'란 느낌을 준다. 문재인 대표 측이 비주류의 전당대회 주장을 받아들 일 수 없었던 것은 대권가도에 결정적인 오점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의 전당대회는 2012년의 연장 승부로 문재인의 대권가도 스토리로 남는다. 여기서 이기는 사람은 자신의 지지율 한계를 돌파하는 계기가 되고 지는 사람은 또 다른 승부를 준비하는 맞수가 되는 것이다. 


사실 필자는 안철수의 레이스를 기대했다. 문안박 연대를 받고 베팅을 하는 장면이 나오길 바랬다. 이를테면 부산 출마를 추가 베팅하면서 문재인의 부산 출마 콜을 압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철수가 정치적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봤다. 이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만 문재인과 안철수의 연장 승부에 비하면 긴장감이 떨어진다. 흥행 차원에서 본다면 안철수의 혁신전당대회가 더 나아 보인다. 


혁신전대가 열린다면 그건 문과 안의 대결이 될 것이 분명하다. 비주류는 안철수는 중심으로 총력전을 펼칠 것이고 문재인은 주류로서 재신임전대를 만들려 할 것이다. 안철수는 '혁신에 혁신'을 들고 나오고 문재인은 '이제는 기강이 바로 선 정당'을 주장할 것이다. 총선을 앞둔 양 진영의 전쟁은 지지자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중도층의 관심을 폭발시킬 것이다.  


혁신전당대회는 안철수에겐 침체된 지지율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다. 진다해도 '문과 안'의 연장 승부 흥행으로 지지율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다. 문재인에게도 기회다. 이번에 이긴다면 당의 기강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 문재인 대표가 주장한 재신임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긴다면 대권가도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안철수와 마찬가지로 져도 스토리다.


안철수의 혁신전당대회는 똑같은 얘기의 반복 같지만 이 시점에서 안철수가 함으로서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당내 모든 문제를 일거에 정리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야권 후보들의 대권 스토리로 쏠리게 하면서 여권 후보들을 단숨에 꼬마들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전당대회 패자는 바로 넉달 뒤 펼쳐지는 총선에서 만회의 기회도 있다. 전당대회에서 홍보까지 했으니 총선 승리의 가능성은 높아지면서 총선에서 상대에게 역전을 할 수도 있다. 최고의 흥행카드이면서 문재인 안철수에게도 부담없는 승부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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