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월요일밤이 되면 tv프로그램 하나가 내 맘을 설레이게한다. 바로 '개그야'다. '웃찾사'와 '개콘'같은 쟁쟁한 개그프로그램이 있지만 난 토요일보다 '개그야'가 방송되는 월요일이 더 좋다.

웃찾사를 보면 잘 웃지않는다 20대라야 이해하는 코드가 있다고한다. 그러나 내가 그들의 개그 맥락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공연에서 보여주는 코드를 이해하지만 웃음으로 연결되진 않는다. 신선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우습다는 느낌은 없다.

그래서 '개그야'가 제대로 뜨기 전까진 개콘을 즐겼다. 그러나 '개콘'도 맘에 들어 본 것은 아니었다. '개콘'은 개그가 엽기적이라서 불만스러웠다. 참기름을 얼굴에 바르는 몸을 던지는 연기에 내가 웃겨서 웃는 건지 안스러워 웃는건지 몰랐다. 그런 장면들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걸 보니 안스러운게 맞는 거같다.

그러다 올해 11월 부터 '개그야'에 빠져들었다. '웃찾사'처럼 감각을 곤두세워 개그에 집중할 필요도 없고 '개콘'처럼 엽기적 장면에 민망할 것도 없었다. 좀 안다는 사람 얘기 찾아 들어보니 '개그야'의 개그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공연식 개그엔 이야기가 없지만 '개그야'엔 mbc 코미디전통이 이어져 이야기가 있는 개그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있는 것이 편하다'

'개그야'의 코너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깔깔이'다' 시작하고 10초쯤부터 웃기시작해서 그대로 4분동안 배를 잡고 쓰러진다. 다 보고 나면 된똥 누고 난 것처럼 속이 후련하다. '깔깔이'가 왜 이렇게 웃긴걸까? 비밀은 그들의 웃음에 있다.

일반적인 개그에서 개그맨의 웃음과 관객의 웃음은 일치하지 않는다. 보통 개그맨들은 퍼포먼스 사이의 비어있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웃음을 넣는다. 뻘쭘함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관객은 그걸안다. 그래서 개그맨의 웃음에 겉으로 같이 웃지만 속으론 퍼포먼스 사이의 빈 공간의 긴장감을 더 느끼게 된다.

그런데 '깔깔이'의 웃음은 민망함을 방지하는 채움재가 아니라 바로 퍼포먼스다. 제목 그대로 웃음이 그들의 개그다. 다른 개그에서 웃음은 민망함의 전조로 관객을 긴장시키지만 깔깔이에선 폭소의 신호로 받아들여져 웃음이 공명효과를 일으킨다.  

그들은 각자 다른 웃음을 연기한다. 김일희는 마른웃음 소리를 낸다. 조원희는 귀청을 뚫는 날카로운 소리다. 최국은 깐죽거리는 웃음소리다. 이렇게 색깔이 다른 독특한 웃음소리는 각자의 캐릭터를 강력하게 뒷받침해주면서 개그의 강도와 상관없이 웃음소리만으로 관객의 웃음을 증폭시켜준다.

그들의 홈페이지 '깔깔이'코너 소개에 이런 말이 쓰여있다.


사진출처 : mbc 홈페이지 


세상만사 모두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려면 삶을 초월해야 한다. 그래서 깔깔이의 웃음은 초월자를 닮았다. 김일희는 인생을 달관한듯한 사내의 공허한 웃음을 웃는다. 조원희는 아마데우스의 모짜르트를 열연한 톰헐스의 그 무엇도 개의치 않는 천재의 자유로운 웃음소리를 닮았다. 그들의 색깔이 다른 웃음 연기엔 이런 개연성도 깃들어 있다.

그러면 최국의 웃음은? 최국의 웃음은 현실적이다. 어디선가 삼삼오오 사람 모인데서 흘러나올것같은 그런 웃음이다. 재수를 하고 취업을 걱정하던 불안했던 시절 나와 친구들은 최국처럼 웃었다. 열정과 기대에 못미치는 현실을 폐까지 휩쓸어버리는 웃음으로 다스리곤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우리에겐 삶에 대한 초월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다. '깔깔이'와 '최국', 그들의 웃음은 모두 현실을 초월했다고 믿거나 초월하기 위한 웃음이다. 한마디로 안스러운 웃음이다. 뻔히 보이는 그들의 현실은 아무리 웃음소리가 커도 가려지지않는다. 우리도 현실을 가리기위해 저런 웃음을 웃어본적이 많다.


사진출처 : mbc 홈페이지 

 

'깔깔이'는 개그맨들 자신의 이야기이다. 최국과 조원희 김일희 이 세명은 이제 30을 넘었거나 넘기기 직전이다. 이들이 아이디어회의로 모임을 가지면서 기약없는 자신들의 미래와 안풀리는 현실을 잊으려 한바탕 웃었을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그래서 그들의 웃음에서 웃음의 깊은 울림을 느낀다.

최국 조원희 김일희 당신들 내가 인정한다 '깔깔이'는 현재 방송되는 지상파 3사 중에 최고의 개그코너다 현실을 초월하기위한 당신들의 웃음이 곧 진짜 유쾌한 웃음으로 바뀔 것이다.  

 


사진출처 : mbc 홈페이지

사진출처 : mbc 홈페이지

 

 

 원본 기사에 달린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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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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