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후보가 '착한 대통령'을 들고 나왔다. 일단 첫 반응은 냉소적이다. 포털의 기사 밑에는 착한게 자랑이냐는 비아냥성 댓글들이 올라온다. "아이가 착해빠져서 걱정이다"라는 부모들의 '못된 아이' 교육론이 판치는 나라에서 어느 정도 예상된 반응이다. 지지세력들도 지금 상황에서 그걸 묘안이라고 냈냐며 한심하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이런 즉각적 반응들은 정동영후보캠프에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시도한 것이라는 걸 생각해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 문구를 쓰기로 한 것은 기대하는 효과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착하다'는 말은 누구나 쓰지만 '착한' 대통령이란 단어는 누구나 쓰지 못한다. 그걸 생각해내고 쓰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엄청난 고민과 논의의 결과이다.  

나는 정동영후보의 착한 대통령에 공감한다. 내가 볼 때 '착한 대통령'은 아주 좋은 대선문구다.  

먼저 뚜렸해서 좋다. 글자수도 '착한' 2글자이고 '나쁜'에 대비되면서 단어의 정서적 어필 효과도 강하다. 적은 글자에 뛰어난 정서효과, 아주 효율적이다. 거기에다 역발상적이라는 것도 좋다. 앞서도 말했듯 대통령 앞에 '착한' 이란 단어를 붙일 생각을 아무나 하지 못한다.  

처음엔 이거 무슨 껌씹는 소린가 싶기도 하지만 가만 새겨보면 느낌이 좋다. 대통령 앞에 '착한'을 쓰니 대통령이 바로 앞에 있는 기분이다. '착한 내 자식'인것 같고 '착한 우리 아빠'인것 같고 '착한 우리 남편'인것 같다. '착한 대통령', '착한 유권자', '착한 국회의원', '착한 장관', 하면서 '착한' 열풍이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착함이 대접받지 못하는 것이다. 착함과 무능을 동일시하는 대한민국의 잘못된 가치관이 이 나라의 질서와 원칙을 깨뜨리고 온갖 편법과 무질서를 합리화하고 있다. 부동산투기 못한 사람은 무능한 인간으로 조롱받고, 재빠르게 편법으로 수십채의 집으로 돈 번 사람이 능력있는 사람 대접받는다.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착해지지 말라고 교육하는 나라는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 결국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자들이 많은 것을 누리게되고 그래서 착함은 무능과 동일시 되었다. 지금 대한민국이 바로 잡아야 할 것은 바로 이 전도된 가치관이다. 착한 게 무능이라는 이 때려죽일 놈의 가치관이 바로 잡히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코 없다. 착함이 대접받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차기 지도자가 해야할 최우선의 과제다.  

무법과 거짓은 한 개인에겐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개인들의 무법과 비도덕은 사회에 비용으로 돌아와 결국 공동체 전체로 보면 손해가 된다. 100개를 두고 착한 경쟁을 벌이면 승자가 100개를 다 가져간다. 패자는 다음에 이겨서 100개를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뇌물이 만연한 나라에선 뇌물로 50을 쓰고 50만 가져간다. 패자는 다음엔 더 많은 뇌물을 써서 이기려 하고 그 다음엔 40도 못가져가게 된다. 이게 바로 죄수의 딜레마다. 무법적 경쟁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더 많은 빵과 고기가 아니라 다함께 살아가려는 착한 공동체 정신이다.  

대한민국은 착하지 않다. 내 자식 잘 키우기 위해 위장전입하고, 나 잘 살자고 부동산 투기하고, 내 집 앞에 장애시설 못들어온다고 고함을 지르고, 집값 떨어진다고 공업계 고등학교 떠나라고 하는 상식도 양식도 없는 짓이 판치는 나라다. 그걸 알아야 한다. 착해져야 잘산다는 거. 개인으로 볼 때 착하면 못살지만 공동체가 착하면 모두 잘산다. 그러니까 우리모두 착해야 한다. 대한민국 착해지자.

대통령은 착해야 한다. 착한 대통령 엘고어가 떨어지고 나쁜 대통령 부시가 당선된 미국만 봐도 분명하다.  


정동영은 착하다?
블로거에게 프레스증을 발급하겠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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