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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9월4일자에 올라온 한국야구위원회의 올림픽우승 축하광고입니다. 왼쪽에 "남의 탓하는 사람들이 기적을 만들었습니다."라는 문구에 먼저 눈길이 갑니다. 글자의 크기나 배치도 다른 문구들과 차이나지만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남의 탓'과 '기적'이라는 호응할 수 없는 두 단어입니다. 같이 쓰일 수 없는 단어가 한문장에 쓰이면서 충돌효과를 크게 일으키고 있습니다.

충돌의 책임은 전적으로 '남의 탓'에 있습니다. 야구팀의 올림픽우승을 축하하는 광고라 '기적'은 의미가 연결이 되는데 '남의 탓'은 영문을 모를 단어입니다. 올림픽우승팀이 남의 탓을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고 설령 그런 일이 있다해도 축하광고에 실릴리가 없습니다. 도대체 뭘 두고 남의 탓이라고 하는 걸까요? 이 광고의 관건은 '남의 탓'을 어떻게 이해시키느냐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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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남의 탓'이 무엇인지는 바로 오른쪽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올림픽 야구팀 선수와 임원들의 발언이 실려있는데 대표팀의 우승의 공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8개의 발언들이 나옵니다. '남의 탓'은 바로 '우승 탓'이었던 겁니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탓하다'는 부정적 의미입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책임을 미루는 의미로 쓰입니다. '탓하다'의 이런 의미때문에 야구팀의 우승축하 광고를 본 사람들은 긴장을 느꼈고 광고에 집중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광고는 이런 긴장을 고작 '우승탓'이란 저급한 수준의 연관어로 연결시켜버려 버립니다. 남의 탓이란 강한 충돌을 일으키는 단어를 썼으면 그 충돌의 힘을 좀 더 이끌어가야 하는데 마치 뭔가 있을 것처럼 충돌을 시켜놓고 초등생이나 쓸법한 유치한 화법으로 끝내버리니 허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경우 남의 탓을 좀 더 이어오다 마지막에 반전을 시도했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구성이 불가능한 광고라면 애초에 포기했어야했고요.

광고의 어색함에 우승의 감동이 싹 가시는 느낌입니다. 그냥 솔직히 우승의 공을 남에게 돌리는 선수들이라고 하는 게 더 좋았을 겁니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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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샴샴바 2008.09.05 17: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전 뭔가 비꼰게 아닐까 싶었는데, 진짜 보이는 그대로네요.
    거의 개그군요

  2. 실비단안개 2008.09.05 1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튀고 싶은가 보죠 -

  3. 라이너스 2008.09.05 18: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설적으로 표현하고싶었나본데
    사실 어감이 별로 안좋긴합니다^^;

  4. 레몬트리 2008.09.05 22: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고등학생인 제가봐도 엉터리네요. 민망해지는 광고- -

  5. 2008.09.06 03: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론과 방송을 배우는 대학생입니다.
    뭐 억양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게 글이지만 아마도 우승을 한 야구대표팀의 미덕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는 의미이지 싶습니다.
    반어법 역설법은 아실꺼구요. 시에서도 보면 시적허용이란 걸 아실꺼구요.
    광고 또한 비슷합니다. 때론 문법이나 통상적 개념조차 무시하는 것이지요. 역설적인 표현의 위험성의 예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참신함과 독특함으로 시선을 잡아야하는 광고계를 아시기는 하시는지 묻고싶습니다. 떄론 자극적으로 그래서 위험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광고라는 업종에서 종사해야할 저로써는 꽤 괜찬은 문구같습니다. 그냥 지나치지않고 다시 생각해보게하고 블로그뉴스에 올라와 이슈거리가 된다는 자체를 높이 평가합니다

    • 어린쥐 2008.09.06 0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부 동의.. 광고 보고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는것 보다는 일단 눈에 띄고 생각이 남게 하는게 광고의 목적.

    • 커서 2008.09.06 11: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통상적 개념을 무시하고 역설적인 표현을 하려했다면 그 참신함과 독특함에 힘이 실려야합니다. 지금 이 광고의 '남의 탓'은 아무런 힘이 느껴지지 않는, 바로 다음 단계에서 그냥 무너져버리는 유치함의 절정입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너스레도 그 근거와 연결이 필요합니다. 이 광고는 그 연결이 너무나 유치하죠. 광고도 하나의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의 완성도(?)는 소비자에게 은연중에 평가 받습니다.

      닭고기나 관광회사 광고처럼 일단 눈길부터 끌고보자는 광고는 그렇게 할 수도 있겠죠. 뒤에 나오는 유치함을 소비자가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은까요. 그러나 이 광고는 프로야구를 광고하는 것입니다. 알리는 목적이 프로야구의 세련됨을 망쳐선 안되는 거죠.

      노이즈마케팅이라고 논란을 일으켜 마케팅효과를 노리는게 있는데 이 광고는 그런 논란도 없습니다. 제가 비판한 거지 논란을 일으킨 게 아닙니다. 욕만 들어먹은 거지 노이즈를 일으킨 건 없습니다.

  6. 2008.09.06 1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 광고는 주관적 영역에 놓여있기때문에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수 있습니다. 남의 탓이라고 씀으로써 다시한번 보게되는 효과를 얻게되었죠. 만약 남의 탓이란 단어대신 '다른사람 공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라고 한다면 그냥 지나쳐가겠지요. 논란을 일으키는 노이즈마케팅은 연예계등에서 많이 쓰이는 광고방식이고, 이 광고의 경우 상업성은 떨어집니다. 전 그저 광고를 꿈꾸고 있는 사람으로 저 문구를 쓴 카피라이터를 옹호하는 것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