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도 웃어서 정말 눈물이 나왔다. 한국영화 역사상 이보다 더 우스운 코미디가 없었다고 확신한다. 얼마만이냐 이렇게 후련하게 보는 영화. 사실 이 영화의 리뷰는 너무나 웃기다는 거 이게 전부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러나 블로거뉴스에 보낼려면 좀 더 양을 늘려야 한다. 그래서 웃긴 거 말고 아무 생각도 안나지만 대가리 짜내서 억지로 늘려봤다.





미쓰홍당무의 웃음은 회화적이지 않다. 우리나라 시트콤처럼 '맞다 맞어'를 연발하는 사실적 장면으로 만들어내는 그런 웃음이 아니다.

미쓰홍당무는 캐릭터와 사건의 기막힌 조립으로 웃음을 터뜨리는 조형적 작품이다. 양미숙과 서종희가 합치고, 서종철이 받쳐지고, 이유리가 끼어들고, 성은교가 포개는데, 이렇게 조립된 미쓰홍당무가 보여주는 입체적 완성도는 탁월하다.  

관련성이 깊지 않게 불쑥 던져지는 '미쓰홍당무'의 '캐릭터'나 '사건'은 하나의 레고다. 던져지는 순간 이미 공간을 차지하는 색이나 선이 아니라 조립에 따라 달라지는 조형물의 구성 요소이다. 

선이나 색과 달리 조형물의 구성요소인 레고는 작품에 대한 정보를 담지않는다. 작품을 한치 앞도 예상하지 못하는 관객은 긴장감은 잃지 않고 영화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일단 관객의 눈길을 잡은 감독은 영화의 캐릭과 사건들을 레고의 요철을 맞추듯이 절묘하게 끼워 맞춰간다. 접합면의 요철은 깜쪽같이 사라지고 프라스틱면만 매끈하게 결합되는 감독의 솜씨는 감탄스럽다.

레고만으로 영화를 끝내기란 위험하다. 메시지를 전하고 그럴듯한 마무리를 위해선 관객이 익숙한 회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쓰홍당무는 끝까지 레고를 고집한다.

믿는 데가 있었다. 영화는 마지막 어학실 장면에서 입체적인 레고적 재미의 절정을 보여준다. 5개의 캐릭터를 어학실에 모아놓고 이렇게 저렇게 맞추는 감독의 현란한 조립술에 관객은 30분간 넋이 나갔다. 

이 마지막 어학실 장면에서 감독은 5가지 입장이 교차되는 생생한 장면으로 회화적 터치가 없이도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렸다. 영화의 엉뚱한 캐릭터들은 끝까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컬트적 품위를 지킬 수 있었다.

어학실 장면은 입장의 본질에 대한 얘기다. 어학실에서 5명은 각자의 진실을 공개하고 이 부분적 진실들을 조립해서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 보려고 애쓴다. 그러면 답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5개의 입장은 합쳐질 수 없다. 한쪽이 끼워지면 다른 쪽이 삐걱대고 그걸 끼우면 또 다른 쪽이 흐트러진다. 입장의 이해는 둘 이상은 어렵다. 그래서 와이프와의 결합을 시도하는 서종철은 앞뒤 맞지 않는 자신의 항변에 항의하는 이유리에게 빠져달라고 부탁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진실은 감독의 영화처럼 레고 끼우듯 할 수 없는 것이다. 어학실 장면이 관객에게 배가 빠지는 웃음을 던져준 것은 이 가능하지 않은 입장의 결합을 시도하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결합할 수 없는 존재다. 양미숙이 얘기할 때 이유리가 이해하고 서종철이 화를 내면 성은교가 받아준 것처럼 가능한 결합은 둘뿐이다. 다른 하나에게 이해를 구하는 게 최선의 길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무한 이해의 대상인 동반자를 만나려고 갈구하는지 모른다.

타인과의 결합이나 이해로 자신의 입장을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 사실 우리는 결합·이해·화해하는 척 할뿐이다.

결합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해소해야한다. 영화에서 서종희와 양미숙은 왕따를 탈출하기 위해 주변에 이해를 구하고 화해의 손길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해소할뿐이다. 해소하면서 관계의 부담을 덜뿐이다. 입장의 압박을 덜어내는 것이다.

양미숙처럼 모니터에 커진다커진다커진다커진다커진다커진다커진다를 갈기며 해소하는 것, 그게 관계의 답이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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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6 2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zz 2008.10.16 2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별로든데

  3. 조이 2008.10.17 0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개봉날 봤는데..저도 넘 웃겨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
    특히 개성있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실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4. Sweet 2008.10.17 02: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찬욱 감독의 작품인가요? 어제 개봉한날이었나 보죠...나중에 꼭 봐야겠네요 ^^ㅎ 제 블로그로 감사히 펌 해 갑니다

  5. 123 2008.10.17 1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쩝... 영화를 안 본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군요..
    영화를 본 사람끼리만 알아듣는 무슨 암호를 늘어 놓은것 같군요..

  6. ㅠㅠ 2008.10.17 14: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대체 무슨소리인지.......

  7. ㅁㄴㅇㄹ 2008.10.21 19: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자들이 보기에는 엄청 웃겼었나 몰라도 남자들이 보기에는 차라리 개그콘서트나 무한도전같은 프로를 보는게 더 웃기지 않나 싶을정도로 그냥 그저 그런 영화던데요.
    그렇다고 영화가 후지거나 재미가 없다는건 아니고 나름 볼만하긴 하나 배꼽을 잡고 뒹굴정도의 코믹요소는 없었다고 봅니다.
    남자와 여자의 웃음코드 차이를 이 영화 한편으로 느낄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8. 주드 2008.10.22 1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단순히 웃기는것에서 멈추지 않고 다 보고 나서는 조금 뭉클하기도 했어요.
    정말 좋은 영화를 만난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