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홈페이지의 한 부분입니다. 미네르바를 두고 '수사대상vs시민탄압'에 대해 찬반투표를 하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비율이 80%입니다. 그래도 조선일보독자들이 이명박정권의 장관보다는 쪼금 더 정신이 제대로인가 봅니다. 

미네르바에 대한 투표는 가장 보수적이라는 조선일보 독자도 80%나 반대할 정도로 말도 안돼는 질문입니다. 인터넷에 올린 글에 대해 수사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의 극치입니다. 조선일보는 지금 이러한 극히 비상식적인 논쟁을 두고 투표하고 있는 겁니다.

가장 악랄한 자들이 바로 이런 자들입니다. 말도 안돼는 논쟁에서 상식과 비상식 사이에 기계적 중립을 지켜 상식을 논쟁의 대상으로 격하시키고 비상식을 반론의 지위로 승격시켜 주는 자들입니다.

이렇게 되면 미네르바 수사여부는 '상식'이라는 확고한 지위에서 내려와 논쟁의 대상이 되버려 여론의 공방에 맞서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상식으로선 잘해야 본전이고 비상식으로선 아니면 그만입니다. 

조중동의 방식이 항상 이렇습니다.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상식이 된 것들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논쟁의 대상으로 만들어 비열한 한방을 때립니다. 

이런 논쟁에서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말하면 좌파가 되고 수사대상이라 말하면 우파가 됩니다. 비상식은 이렇게 비상식적인 논쟁에서 조선일보가 설치한 기계적 중립장치를 통해 우파라는 공간에 자리잡고 정치적 정당성을 얻게 됩니다.

기계적인 중립은 비상식이란 괴물에게 정치적 존재 근거를 마련해주어 우리를 생각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생각이 아예 없고 자신의 이익에만 혈안이 된 괴물과 싸우게 만들어버립니다. 
 
기계적 중립은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가능합니다. 문근영의 기부가 가식적이냐 아니냐도 물을 수 있습니다. 기부천사가 논쟁의 진행에 따라 가식빨갱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논쟁 자체의 타당성을 따지지 않고 그 논쟁의 중간에 서려는 기계적 중립은 그래서 괴물생산기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정권이 들어서면서 이 기계적중립의 대열에 언론사들이 가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포진한 조중동에 이어 kbs, 연합뉴스, 한국일보가 이 기계적중립시스템을 장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언론사의 중립기계들이 매일 괴물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상식있는 시민들이 결사항전의 의지로 저항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든 괴물들은 저항을 뚫고 하나 둘 씩 우리 내부로 침투하고 있습니다. 곧 괴물이 우리의 뒤를 포위하게 될지 모릅니다.

벌써 뒤가 가렵습니다. 괴물의 촉수가 내 목을 빠는 것 같습니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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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빛문학 2008.11.20 0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가장 갑갑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바른 상식과 정의가 오히려 비판과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현실에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2. ㅈㄳ 2008.11.20 01: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흑과 백을 선택하게 해놓습니다.
    하지만 정답은 흑도 백도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색에 맞게 주장을 펼치게 됩니다.
    이 단순한 수법에 사람들은 언제나 당하고 맙니다.
    강렬한 문체네요. 잘보고 갑니다.

  3. 흠.. 2008.11.20 01: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다란님의 글 내용 중에 명언이 들어있군요.

    감사합니다.

  4. 몽상가K 2008.11.20 0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마음 속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글입니다.
    요즘 너무나 못마땅했는데 제대로 짚어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