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문명에 대한 응징



외계인은 지구를 파괴하러 온 것이 아니다. 그는 직접 자기 입으로 지구를 구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구를 구하러 온 외계인 앞에서 왜 지구인들은 사색이 되었을까?

그는 지구만 구하러 왔기 때문이다. 지구에 사는 인간이라는 종족은 외계인의 관심 밖이다. 그리고 지구와 인간은 서로 지렛대 운명이다. 지구인이 살면 지구가 죽어가고 지구가 살려면 인간이 사라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외계인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인간을 멸망시켜야 한다.

환경을 파괴한 인간이 벌을 받는다는 건 뭐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 벌을 주는 상대가 우리 인류와 같이 우연히 지적생명체로 진화해서 문명을 이룩한 자들이라는 건 좀 억울하다. 우리보다 조금 더 앞서서 문명을 이룩한 자들일 뿐인 그들이 왜 우리의 운명을 판단한단 말인가?

외계인 클라투는 이런 의문에 대해 지적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이 얼마 없기 때문에 인류가 그런 행성을 파괴하는 걸 그냥 두고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인류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면 되지 않느냐는 교수의 질문에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외계인의 답변은 지구를 인간의 별이라고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인간과 지구를 분리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만약 우주인이 있다면 우리가 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이성이란 어떤 것이 될지도 궁금해진다. 지구를 위해서 지구 위의 지적 생물을 멸망시키는 것은 과연 옳은 우주이성일까?

이런 것들은 곰곰히 생각해볼만하다. 그러나 당장 영상 위에 영사되는 영화에 대해선 납득할만한 답이 되지 못했다.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게 하려면 인간의 환경파괴가 구체적으로 어떤 긴박한 위기를 가져오게 했는지 보여주거나 인간이 멸망시켜야할만큼 구제불능이라는 어떤 암시가 되는, 사악한 인간본성을 포착하는 장면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파괴에 대한 결정엔 60년간 체류한 한 중국계 외국인의 보고서만으로 이루어진다. 더 웃긴 건 인류가 구제받는 장면이다. 인류 파괴라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결정을 하게된 외계인 클라투가 그 결정을 철회하게 되는 건 아버지 묘비 앞에서 눈물 흘리는 아이의 장면을 보고나서다. 꽤 무거운 도입부를 가졌던 영화가 이렇게 황당한 신파로 끝나버리니 영화관을 빠져나오는 관객들이 민망해서 서로 얼굴 마주치기 꺼릴 정도였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건질만한 게 있다면 부시정권에 대한 비유이다. 외계에서 날아온 거대한 공을 미국은 침략으로 받아들이고 대응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의도에 대해선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런 미국의 태도는 영화 속에서도 비판받는다. 각국이 미국의 외계물체에 대한 조치에 비판을 쏟아낸다는 보도가 나온다.

부시정권은 결국 존재하지도 않는 증거로 이라크를 침략하여 수만명의 무고한 사상자를 만들었다. 미국은 아직도 서부시대를 사는 문명이다. 출입문을 잘못 열다 죽어도 사살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곳이 미국이다. 수천키로 떨어진 나라에 존재하는 미사일을 침략의 정당성으로 삼는 해괴한 나라가 미국이다. 이런 또라이 국가가 문명국 행세를 하는 것은 그들이 아직 서부시대 이래로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실패하지 않은 미국문명이 지구를 위기로 몰아놓고 있다. 외계인은 이 미국문명을 응징하러 온 것이다. 

영화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은 코빼기도 안보인다. 대통령과 부통령은 이미 숨어버렸고 장관이 숨어버린 대통령과 부통령의 지시를 받아 미국을 지휘한다. 이건 이라크 밖에서 이라크 전쟁을 지휘했던 미국을 의미한다. 미국민이 바로 이라크인과 같은 상황에 빠진 것이다. 미국 밖(?)에 있는 대통령이 미국인의 운명을 좌우하는 공격명령을 내린다. 그 쓸데없는 대통령의 명령에 무의미한 희생자만 더 늘어나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클라투는 멸망 앞에 놓인 인류를 구해준다. 한번 더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러나 그냥 구해주진 않았다. 인류의 모든 에너지원을 차단시키는 조건이다. 벼량으로 내몰리면 인간은 방법을 찾는다는 것을 생각해낸 그는 인류를 파괴하기 보다 벼랑 끝으로 내모는 방법을 찾았다.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다. 다만 멈춘 것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 영화는 아주 재미없는 블록버스터 SF 신파극이라 보면 된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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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입명이 2008.12.23 19: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간은 너무 이기적이야~~~

  2. 2008.12.23 21: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저도 님의 말에 2008.12.24 0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프로 동감하는 데, 그건 제가 영화를 봤기 때문이지요. 최소한 도입부에
    스포일러라고, 혹은 스토리 다수 있음 이라고 얘기를 해주셔야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겠습니까?

    • 커서 2008.12.24 22: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건 좀 생각이 다릅니다. 제가 유주얼서스펙트를 보기 위해 줄 선 사람들에게 떠든 것도 아닙니다. 영화감상에 방해받지 않으려면 안보면 됩니다. 영화의 내용을 암시할 수밖에 없는 리뷰를 보면서 스포일러 투정 부리는 걸 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리뷰 쓰는 사람에게 그건 글쓰기의 제약입니다. 제가 영화 보려는 사람 귀에다 떠들지 않는 이상 제게 스포일의 의무를 따질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일 쓰지 말라는 거, 이건 좀 이상한 버릇인 것 같습니다.

  4. MusicLover 2008.12.24 0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 일부 저희 학교에서 (SFU) 찍었는데...

    순 CG 처리하던데요.

  5. JasoN 2008.12.24 08: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어보려다가 스포 있을까봐 주욱 내렸음...
    마지막 한줄, '재미없다'로 님의 의견 포착ㅋ

    그래도 제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러 갈 겁니다.
    키아누 형님인데 아암...

  6. 젠장 2008.12.24 1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보려했는데 망했어 ~!!!! 스포일러라고 표시해야지@!!!!!!!!!

  7. Desac 2008.12.25 14: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뷰를 읽고 영화를 보려는 심리는 겉포장만 보고 상품을 사려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사용기'를 먼저 읽어보고 '쓸만한' 상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는 것이죠.

    그러나 영화를 포함한 예술(어쨌든 표현예술이니까)작품은 그것 자체를 받아들이고 소화함으로써
    효능을 얻게 되는 분야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상품으로 생각하고 좋은 상품만 골라 쓰려고 하지요.
    그런 단순화된 (자기)만족을 위해서 '재미'를 그 상품의 유일한 효능으로 간주하는 것이고요.

    스포일러를 쓰지 말라는 것은 그 상품의 유일한 효능이 '재미'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따지고보면 영화에서 '유명배우'라든지 '유명세' '광고' 등의 기준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정크푸드, 패스트푸드와도 비슷합니다.
    '맛'이 유일한 판단기준이고 '겉모습' '냄새' '유명세'만을 기준으로 삼는거죠.

    어쨌든 리뷰를 보고 영화를 볼까말까 결정하는 사람들이라면 애시당초 영화감상의 올바른 자세가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머리가 모자라면 반대급부도 감당해야죠.

  8. 조용기 2009.01.29 19: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역시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쓰여진 영화후기들 만 보아도 알 수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