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에 맞서 연대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만약 양 노총이 연대파업을 하다면 이는 18년만의 사건이다. 부산에선 더 견고한 움직임이 있었다. 양 노총 소속 공공기관이 박근혜 정부의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에 맞서 지역 협의기구를 설립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양 노총이 점점 더 촘촘하고 단단하게 결합하는 느낌이다. 


양 노총의 연대 움직임이 이렇듯 활발한 이유는 뭘까?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실감할 수 있다. 정부가 밀어부치고 있는 노동 관련 법안들이 노조의 권리와 이익을 상당히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임금피크제와 취업규칙 변경이다. 정부는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만큼 임금피크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 임금피크제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조의 동의가 없이도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려 하고 있다. 공공기관 노조와는 또 다른 쟁점들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성과급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진아웃제로 불리는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도 도입하겠다고 한다.





양 노총은 임금피크제를 실질적인 임금하락으로 보고 있다. 실제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보면 '총인건비 인상률 한도  범위내' 내에서 설계하라고 나와있다. 이렇게 되면 생애 총임금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근무 기간만 늘어나 노동자의 노동력만 착취당하게 된다. 공공기관이 이렇다면 사기업은 이것보다 나을리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로 절약한 재원으로 신규직원을 채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에서 신규채용은 거의 없었다. 부채감축, 사업 구조조정 등의 압박에 놓인 공공기관들은 의무법안인 청년고용법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공공기관이 의무법안도 아닌 임금피크제와 연계한 신규채용을 정부의 예상대로 준수할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


사실 가장 큰 타격은 취업규칙 변경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것이라도 취업규칙변경은 노조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다. 정부가 취업규칙에 개입하는 사례를 남기면 향후 정부의 이와 같은 시도가 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취업규칙이 무력화되고 이는 노조의 무력화로 이어지게 된다.


공공기관의 성과급 도입도 상당히 우려스런 점이다. 시민에 대한 공적 서비스 중 물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실적을 내려면 시민의 편의를 희생해야 하는데 이건 공적서비스에 맞지 않는 방향이다. 


최근 메르스 사태만 봐도 그렇다. 공공의료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염성 환자를 받기 싫어하는 민간병원과 그런 병원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한 정부의 비밀주의가 사태를 확산시켰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공공의료원들을 줄여 공적서비스를 약화시키면서 오히려 국가적으로 더 큰 손해를 야기시킨 것이다. 공공기관 성과급이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공공기관에 도입하겠다는 저성과자 퇴출은 사실 논의할 가치도 없는 것이다. 이 제도는 기업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아닌 이상 해고할 수 없다는 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물론 정부도 불법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저성과자 퇴출을 도입하려는 것은 해고 관련 법을 같이 손보겠다는 의지다. 공공기관에만 도입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노동자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민간기업의 노동조건은 자연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시도하는 노동시작 개혁안들은 모두 결국에는 구조조정과 맞닿아 있다. 저성과자 퇴출은 노골적인 구조조정 합법화를 위한 판깔기다. 여기에 성과급은 구조조정(저성과자 퇴출)의 소스가 된다. 임금피크제도도 기업이 구조조정에 활용할 수 있다. 임금이 피크를 넘는 그 지점은 노동자에겐 압박으로 작용한다. 그 압박에 사측의 부정적 메시지가 더해지면 노동자들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회사를 나가게 될 수 있다. 사기업에서 편법적으로 벌어지던 퇴출 프로그램이 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조건은 97년 IMF 때 많이 약화되었다. 대기업들의 근로조건 약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렇게 되자 상대적으로 공기업의 근로조건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18년이 지난 이제 정부는 공기업의 복지나 임금이 과도하다며 손을 대려 하고 있다. 


공기업을 정상화(?) 시키면 그 이후엔 어떻게 될까? 다시 상대적으로 높아진 대기업에 그 영향이 가게 될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에는 아래로 낮추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서 공공기관이 버팀목이 되지 못하고 볼링의 킹핀이 되버리면 한국사회의 조건은 한단계 더 내려가게 될 것이다.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는 반면 대기업의 금고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대기업의 금고에 있는 수백조의 돈에 대해선 아무말이 없다. 대기업들은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는다. 정부는 수출을 위해 환율을 낮추고 제도를 정비하고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로인해 다른 분야의 국민들은 그 기회비용만큼 손해를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대기업에 계속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은 대기업이 국민경제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국민경제에선 역할이 있다. 노동자는 열심히 일을 하고 정부는 경제를 관리하고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일으켜야 한다. 현재 한국엔 높은 수준의 교육과 충만한 의지의 노동자가 넘쳐난다. 문제는 이를 관리하고 고용하지 못하는 정부와 기업이다. 특히 대기업이 문제다. 금고에 수백조의 돈을 쌓아놓고 투자와 고용에 쓰지 않고 있다. 국민경제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대기업들에게 국민경제가 얼마나 더 지원을 해주어야 할까? 지금 한국경제의 문제는 노동시장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한 주체인 대기업의 역할 부재이다. 


경제는 돈이 돌아야 한다. 그렇다면 돈이 없는 쪽이 아니라 돈을 쌓아둔 쪽이 문제다. 문제의 해결은 그 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시장이 문제라는 건 자신들의 문제를 남에게 돌리려는 자본의 술책일 뿐이다.



* 부산지역 공공기관노동조합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느낀 점을 적은 글입니다.

Posted by 커서